▲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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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사이에 '달리는 사이'가 된 다섯 청춘을 보는 건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더없이 뜻깊은 일이었다. 달리기와 인생이 꼭 닮았다는, 많이 들어봤지만 사무치게 체험해보지는 못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Mnet <달리는 사이>는 또렷이 알려줬다.
총 4부작으로, 지난 30일에 막을 내린 <달리는 사이>는 K팝을 대표하는 20대 여자 아이돌 선미, 하니, 유아(오마이걸), 청하, 츄(이달의소녀)가 서로의 러닝 크루가 되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국내의 아름다운 러닝 코스를 찾아 달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달리기
달리고, 이야기하고, 먹고, 자고, 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 예능인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재미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예능에서 줄 수 없는 담백하고 묵직하고 뭉클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곧바로 와 닿았다는 말이다.
첫 식사시간. 뜨거운 국물을 좋아한다는 오마이걸 유아는 "식도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은" 정도의 뜨거움이 좋다고 말했다. 이후 달리기를 하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건 우연이었을까. 뛰니까 심장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어쩌면 달리기는 뜨거운 국물 마시기와 비슷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러운데 개운한 것. 벅참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숨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청하와 유아를 비롯해 다섯 멤버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자신의 마음을 돌 볼 새도 없이 늘 바쁜 가운데, 대중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숨 쉴 수 없는' 기분이었는지 이 한 마디가 잘 드러내준다. 그러고 보면 참 아이러니 한 게 달리기다. 달리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숨 쉬기가 힘든데, 그럴수록 마음의 숨통은 점점 트이는 기분이 드니까.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다섯 멤버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뛰고 또 뛴다. 웃기도 많이 웃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선미는 친구 하니와 동생들에게 자신을 힘들게 한 경계성 인격장애를 고백하며 솔직한 마음을 나눴고, 또한 자신과 꼭 닮은 아픔을 겪고 있는 동생들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습습후후 숨 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