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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태업-불화설... 자중지란에 흔들리는 배구팀들

[주장] 성적 떠나 공감과 감동 주지 못하는 스포츠는 의미 없어

20.12.31 10:51최종업데이트20.12.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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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아무도 못 막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위비와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경기. 1세트 우리카드 알렉스가 공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배구팀들이 연이은 내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상대팀과의 경쟁에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팀 내부에서 벌어지는 항명-태업-불화설까지 연이은 자중지란에 스스로 흔들리는 분위기다. 프로답지 못한 행태에 팬들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지난 30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3세트 도중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과 외국인 선수 알렉스 페헤이라(포르투갈)가 갈등을 빚었다. 작전타임 때 신 감독이 KB 외국인 선수 케이타의 강서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알렉스에게 리시브 라인에서 빠지라는 지시를 내렸고, 알렉스는 불쾌한 표정으로 몇 마디 대꾸를 하더니 갑자기 선수단에게 등을 돌려버린 것.

감독이 한창 작전 지시를 내리는 중에 이를 듣지 않고 자리를 이탈하는 행위는 항명으로 비칠 수 있다. 화가 난 신 감독이 '야'하고 언성을 높이자 알렉스는 마지못해 다시 자리로 돌아왔지만 표정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대로 중계를 탔다.

경기 재개 후 신 감독은 곧바로 알렉스를 빼고 한성정을 투입했다. 알렉스는 3세트 후반에 서 다시 들어갔지만 여전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이미 우리카드의 팀 분위기는 완전히 꺾인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카드는 3세트마저 17-25로 내주고 0-3 완패를 당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알렉스의 돌발행동에 대하여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선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라며 "감정대로 다 표출할 거면 배구를 하지 말아야한다. 그런 (행동을 하는) 선수는 우리 팀에 필요 없다"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신 감독은 경기 후 별도의 선수단 미팅을 소집하여 알렉스의 행동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는 사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지난 3라운드의 맹활약을 인정받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경기 직전에 동료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시상식까지 가졌다. 하지만 이날 35득점을 올린 KB 케이타의 맹활약에 밀려서 부진하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알렉스는 이날 11점 공격성공률 37%에 그쳤다.

알렉스는 KB손해보험에서 뛰었던 2017-2018시즌에도 작전 타임 중 감독 지시에 불만을 표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자존심이 강하고 다혈질적인 성향의 알렉스는 과거에도 '자신의 플레이가 답답해 스스로에게 화를 낸 것'이라고 해명한바 있다. 하지만 한국무대에서 처음 뛴 선수도 아니고 지도자와 동료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듯한 모습을 반복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여자부 화성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러시아)도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IBK기업은행은 30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홈경기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팀의 주포 라자레바는 이날 단 2득점, 공격 성공률 11.8%에 그쳤다. 단순히 부진한 걸 떠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태업성 플레이가 더 문제였다.

주전 세터였던 조송화가 건강 이상으로 결장하고 김하경, 이진 등 백업선수들이 나서면서 우선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입맛대로 공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성의하게 스파이크를 때리는 모습 등은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 결국 라자레바는 3세트 초반 코트에서 빠졌고, 4세트에는 아예 출전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남은 경기동안 육서영이 라제레바가 맡던 라이트 자리를 대신하는 등 국내 선수들이 분전해야했다. 김우재 감독도 라자레바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여자부 최강으로 꼽히던 흥국생명은 최근 '이다영 리스크'에 휘말리며 곤경에 빠졌다. 주전 세터인 이다영이 최근 개인 SNS에 선배 선수를 저격하는 듯한 이야기를 남기면서 2라운드까지 전승행진을 달리던 흥국생명은 불화설에 휘말리며 흔들렸고 3라운드에서만 3패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다행히 간판스타 김연경을 중심으로 주축 선수들이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지만 지난 29일 최하위 현대건설을 상대로 2-3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면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다영은 이날 첫 세트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교체됐고 2세트부터는 아예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다영은 최근 경기력 부진에 불화설같은 루머까지 겹치며 심리적으로 눈에 띄게 불안정한 모습이다. 이다영은 지난 30일에 자신의 SNS에 "제발 좀 그만해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악성 누리꾼들로부터 받은 악플세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입에 담기 힘든 인신공격성 욕설에 살해협박까지 포함되어있어서 충격을 안겼다. 경기력을 떠나 선수의 정신적 안정이 더 절실해 보이는 상황이다.

올 시즌 개막 전부터 김연경과 이다영의 가세로 일찌감치 여자부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흥국생명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망신이라는 부담감도 크다. 오히려 흥국생명이 이기는 경기보다 패하는 경기가 더 이슈가 될 정도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에는 김연경이 경기 중 배구공을 바닥에 내리치거나 네트를 잡아당기는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 루시아가 어깨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여기에 이다영까지 불화설과 팀 적응 부족으로 고전하면서 김연경과 이재영같은 주축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어떤 프로스포츠팀이든 단체생활에서 이런저런 갈등과 해프닝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적인 문제는 안에서 잘 해소하고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강팀의 능력이자 프로선수의 기본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개인 감정도 다스리지 못하는 일부 선수들, 지도자에서 선수까지 각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언행들, 그리고 단면적인 모습만 보고 도를 넘어선 비난을 일삼는 일부 누리꾼들 모두 자성이 필요하다. 성적을 떠나 공감과 감동을 주지못하는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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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이다영 라자레바 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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