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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손흥민, 100호골-첫 우승-토트넘 레전드 달성할까

20.12.30 14:04최종업데이트20.12.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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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서 뜻깊은 한 해였다. 지난 2019-20시즌 손흥민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중단과 팀 성적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0경기 11골 11도움을 올리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10-10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2020-21시즌은 초반부터 더 빛났다. 손흥민은 EPL 15경기에서 11골 4도움을 기록했고 유로파리그에서 예선 포함 7경기에서 3골 3도움을 올렸다. EPL 진출 이후 줄곧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해리 케인과 찰떡 궁합을 선보이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공격 듀오로 자리매김했다. 올시즌 두 선수가 서로 득점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합작한 골만 벌써 12골로 앨런 시어러, 크리스 서튼의 한 시즌 최다 기록(13골)과 격차를 1골 차로 좁힌 상태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주관한 시상식에서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월드 베스트 일레븐 후보 최종 55인에 이내에 이름을 올렸고,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에서 그 해 최고의 골에 주어지는 '푸스카스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70m 단독 드리블 후 번리 수비수 5명을 제치고 성공시킨 인생골로 극찬을 받으며 2019-20시즌 EPL 올 시즌의 골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올해의 골에도 선정된 바 있다. 연이은 맹활약에 유럽 현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손흥민의 가치와 위상을 재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월드클래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했던 손흥민이지만 아쉽게도 연말에 들어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초반 선두권을 달리던 토트넘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그치며 어느새 7위까지 미끄러졌다. 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후로는 최다 연속 무승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손흥민도 13라운드 리버풀전 득점 이후로는 최근 3경기 연속 침묵에 빠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스토크 시티와의 리그컵 8강전에서는 골을 넣고도 석연찮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되기도 했다. 손흥민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높은 토트넘으로서는 그의 골침묵이 곧 팀의 부진과도 직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통산 100호골 고지까지 단 1골만을 남겨놓고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입단 이후 총 251경기를 치러 99골 54도움(EPL 175경기 64골 33도움)을 기록중이다. 손흥민은 31일 오전 3시 홈에서 열리는 풀럼과의 리그 16라운드에서 다시 100호골에 도전한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2020년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EPL 진출 이후 한 해의 마지막 경기에서 전통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많다. 2019년 마지막 경기였던 노리치 시티전은 출전정지 징계로 뛰지 못했지만, 2015년에 왓포드, 2016년과 2017년에는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골을 터뜨렸고, 2018년에는 울버햄튼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종전에서 3골 3도움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풀럼은 현재 강등권인 리그 18위에 머물고 있는 약체인데다 토트넘은 풀럼전에서 공식경기 5연승을 올리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중위권으로 추락한 토트넘이나 득점왕 경쟁에 도전하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도 풀럼전에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가오는 2021년은 손흥민의 커리어에서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시기다. 92년생인 손흥민은 다음달이면 우리 나이로 어느덧 서른이 된다. 축구선수로서의 기량이나 커리어 모두 최정점에 이를 시기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당시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 기록(약 400억 원)을 수립했던 손흥민은 최근 이적 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산정한 시장가치(예상 이적료)가 약 9000만 유로(약 1200억 원)로 집게되며 5년 사이에 몸값이 3배나 폭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다.

손흥민에게 유일한 아쉬움은 프로 데뷔 이후 아직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점. 토트넘은 2007-08시즌 리그컵 대회 우승을 끝으로 12년간 어떤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고, 마지막 1부리그 우승은 1961년으로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아무리 화려한 개인성적을 남긴 선수들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훗날의 평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올시즌 EPL을 비롯하여 유로파리그 32강, 리그컵대회에서는 4강까지 올라 여러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손흥민에 앞서 한국축구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차범근은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2회 우승, 박지성은 EPL 4회 우승과 챔피언스리그-클럽월드컵 우승 등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개인성적이나 클럽내 위상에서는 이들을 능가하는 손흥민이 올시즌 우승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다면 이견의 여지없는 '아시아 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올시즌의 활약상을 놓고보면 대회 득점왕이나 MVP같은 개인 타이틀 도전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손흥민의 향후 진로다. 30대에 접어든 손흥민은 토트넘과의 장기 재계약과 또다른 빅클럽으로의 이적이라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3년까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지만, 토트넘은 주가가 폭등한 주축선수인 손흥민을 지키기 위하여 주급을 대폭 인상하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손흥민의 나이를 감안하면 최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맺을 수 있는 마지막 대형 계약의 기회로 꼽히기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토트넘과의 재계약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린다. 지금 시점에서 손흥민이 굳이 무리하게 이적을 추진해야할 만한 빅클럽도 없는 데다, 토트넘도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손흥민을 이적불가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옛 은사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최근 프랑스리그의 대표적인 부자구단인 파리 생제르맹의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변수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실력과 인기 모두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EPL을 굳이 떠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이미 팀내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토트넘에서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레전드'로 남는 것이 손흥민을 위해서도 가장 유리해인다. 

관건은 손흥민이 부상없이 지금의 활약을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과거에는 서른을 넘기면 하향세로 접어드는 시기로 분류됐지만, 오늘날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녹슬지않은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손흥민이 앞으로도 눈부신 활약으로 아시아와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길 기대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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