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열린 '2020 MBC방송연예대상'의 한 장면. '놀면 뭐하니?' 유재석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 MBC
역시 이변은 없었다.
유재석이 29일 열린 '2020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놀면 뭐하니?>의 활약을 인정받아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MBC에서의 대상 수상은 2016년 이래 4년만이다.
올해 유재석은 지미유, 유두래곤, 닭터유, 유르페우스, 유팡 등 다양한 '부캐'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해왔다. 김성주·박나래·김구라·이영자·전현무 등이 '올해의 예능인'에 선정되어 유재석과 함께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화제성, 시청률 등에서 <놀면 뭐하니?> 유재석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놀면 뭐하니?>는 최우수상을 비롯해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프로그램상, 베스트커플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등 올 한해 MBC 대표 예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유재석은 소상소감을 통해 가족, 제작진,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시함과 동시에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코미디 프로가 사라진 지 8년이 넘은 MBC의 현실을 아쉬워하면서 "후배들이 잠시나마 꿈꿀 수 있는 작은 무대 하나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에 대한 추모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구라, 올해도 연예대상의 남자?
▲ 지난 29일 열린 '2020 MBC방송연예대상'의 한 장면.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한 김구라 ⓒ MBC
올해 'MBC 연예대상'은 <놀면 뭐하니?>의 주요 부문 석권이 일찌감치 예상되었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되면서 시청자 입장에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마 이런 지루한 행사의 분위기에 잠시나마 활력을 선사한 건 몇몇 참석자들의 촌철살인급 멘트였다. 공로상을 수상한 <라디오스타> 김국진은 "여기 오기 전에 어머님을 뵙고 공로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왔다.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셨는데 제 모습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최고의 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도중 소신 발언을 통해 '연예대상의 남자'라는 애칭을 얻은 김구라는 올해 역시 여타 후보자들과는 차별되는 언행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 및 공감을 동시에 안겼다.
몇 달 전 개그맨 남희석의 SNS 저격글 등으로 곤욕을 치른 탓인지 김구라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좋은 프로그램(라디오스타)을 만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젠 나이를 먹다 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좀 따뜻하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분들을 시선으로나마 챙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어 "유재석을 위협할 만한 대상 후보자가 있냐?"는 MC 전현무의 물음에 대해 그는 "전혀 없다"라고 딱 잘라 이이야기 하면서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현미경으로 헤집고 봐도 전혀 안 보인다"라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안겼다. 올해도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김구라는 "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라며 시상식에 대한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 지난 29일 열린 '2020 MBC방송연예대상'의 한 장면. 당일 모든 방송에서 하차를 선언한 설민석 강사가 VCR로 수차례 등장해 시청자들을 혼란케 만들었다. ⓒ MBC
한편 이날 시상식 생방송에는 역사 왜곡, 논문 표절 등 각종 잡음으로 인해 당일 모든 방송 하차를 선언한 역사 강사 설민석이 대상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VCR을 통해 등장해 일부 시청자들 사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앞서 타 방송사 각종 행사가 어설픈 방역 준비로 질타를 자아냈던 점을 고려해 MC와 축하 공연 가수를 제외한 모든 수상자 및 후보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방송에 임하는 등 방역을 더욱 강화한 모습을 보여준 점은 이채로웠다.
<놀면 뭐하니?>로 체면 회복했지만... 갈 길 여전히 멀다
올해 MBC 예능은 <놀면 뭐하니?>의 맹활약에 큰 힘을 얻었다. 전성기 <무한도전> 방영 당시 못지않은 광고 매출을 거둘 뿐만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 불어닥친 '부캐 열풍'의 원조로서 다양한 음악 소재 기획물을 제작해 한동안 침체되었던 토요일 저녁 시간대를 웃음꽃으로 채우는데 성공했다.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은 여전히 동시간대 1위 예능으로 자존심을 지켰고 <트로트의 민족>은 '트로트 예능 따라하기'라는 질타에도 불구하고 10%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과거 MBC 오디션 프로그램 부진의 쓰라림을 털어내고 있다. 이밖에 <복면가왕>, <전지적 참견시점> 등도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나 혼자 산다>는 출연진 기안84로 인한 잡음으로 곤경에 처하는가 하면 큰 탈 없이 방영되던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는 시상식 당일 갑작스런 설민석 강사의 방송 하차 선언으로 인해 프로그램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어느덧 700회를 맞이한 토크 예능의 대표주자 <라디오스타>는 장기간 방영에 따른 피로감이 쌓이면서 예전같은 활기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밖에 신규 예능과 파일럿 예능을 다수 선보이긴 했지만 지난해 유재석의 복귀와 함께 출발한 <놀면 뭐하니?>를 제외하면 예능계 흐름을 뒤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한 프로그램은 딱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2021년을 맞이하는 MBC 예능엔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 지난 29일 열린 '2020 MBC방송연예대상'의 한 장면. ⓒ MBC
<2020 MBC방송연예대상 수상자 명단>
▲대상-유재석(놀면 뭐하니)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놀면 뭐하니
▲올해의 예능인상-박나래(구해줘!홈즈, 나혼자산다), 김성주(복면가왕), 이영자(전지적 참견시점), 김구라(복면가왕, 라디오스타), 유재석(놀면 뭐하니), 전현무(전지적 참견시점, 선녀들 리턴즈, 트로트의 민족)
▲PD상-백종원(백파더)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화사(나혼자산다, 놀면 뭐하니), 성훈(나혼자산다)
▲뮤직&토크 부문 최우수상-이효리(놀면 뭐하니), 양세형(백파더, 전참시)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장도연(나혼자산다), 손담비(나 혼자 산다), 붐(구해줘 홈즈, 안싸우면 다행이야)
▲뮤직&토크 부문 우수상-엄정화(놀면 뭐하니), 제시(놀면 뭐하니), 김종민(놀면 뭐하니, 선녀들 리턴즈, 트로트의 민족)
▲라디오 우수상-이지혜(오후의 발견), 이윤석(주말 하이킥)
▲베스트 커플상-유재석-이효리(놀면 뭐하니)
▲공로상-김국진(라디오스타)
▲베스트 팀워크상-전지적 참견시점
▲인기상-안영미(라디오스타)
▲특별상-트로트의 민족 심사위원단
▲베스트 포맷상-복면가왕
▲디지털 콘텐츠상-박나래, 한혜진, 화사(여은파)
▲베스트 드레서상-노라조(전지적 참견시점, 백파더)
▲올해의 작가상-최혜정(놀면 뭐하니)
▲신인상-고은아(전지적 참견시점), 김강훈(선을넘는녀석들 리턴즈)
▲라디오 신인상-전효성(꿈꾸는라디오), 표창원(뉴스 하이킥), 강수지(원더풀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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