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코비·블랙팬서·본드... 2020년 우리 곁을 떠난 스타들

스타를 넘어 '아이콘'이 된 사람들... 그들이 남긴 유산

20.12.28 11:42최종업데이트20.12.28 11:43
원고료로 응원

미국프로농구(NBA) 공식 홈페이지의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 포스터 갈무리 ⓒ NBA

 
1월 26일,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향년 42세)

새해 첫 달부터 전 세계 농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13살 딸과 함께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것이다.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둘째 딸 지안나가 뛰는 농구팀의 감독을 하러 가던 중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에서 추락했다. 그와 지아나를 비롯해 농구팀 친구들과 학부모, 조종사 등 탑승자 9명이 모두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농구선수였던 아버지의 길을 따른 브라이언트는 1996년 LA 레이커스에 입단하며 데뷔했고 2016년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줄곧 레이커스에서만 뛰었다.

20년 동안 팀을 5차례나 NBA 정상에 올려놓았고, 18차례 올스타팀에 선발됐다. 또한 2008년 정규리그 MVP, 2009년과 2010년 챔피언결정전 MVP, 올스타 MVP 4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통산 득점은 3만3643점으로 카림 압둘 자바, 칼 말론,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NBA 역사상 네 번째로 많다. 미국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브라이언트는 단순히 농구 실력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더 발전하려는 선수였다. 동료와 젊은 선수들에게 영감을 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자농구 선수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힘썼다.

지난 4월, 브라이언트는 은퇴 후 4년이 지나야 자격이 생기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구팬들은 그가 헌액식에 서는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됐다.

8월 28일, 배우 채드윅 보스먼(향년 43세)
 

2020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기록한 채드윅 보스턴 사망 트윗 갈무리. ⓒ 채드윅 보스먼 트위터

 
마블 시리즈 '블랙 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먼이 사망했다. 그는 4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았으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투병하다가 아내와 자녀들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보스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싸우면서도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 병원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의료 장비를 기부했고,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인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보스먼의 가족이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알린 트윗은 올해 가장 많은 '좋아요'를 기록한 트윗으로 공식 인정되었고, 수많은 팬들이 블랙 팬서의 '와칸다 포에버' 경례를 하는 사진을 올리며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보스먼이 연기를 배울 때 학비를 지원해준 흑인 배우 덴절 워싱턴도 "보스먼은 온화하고 뛰어난 예술가였다"라며 "그는 짧지만 걸출한 배우 경력에서 보여줬던 연기를 통해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또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당선인은 "보스먼의 진짜 힘은 영화에서 본 것보다 강했다"라며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던 그의 삶에 박수를 보냈다.

9월 19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향년 87세)
 

다큐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속 긴즈버그. ⓒ 영화사 진진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그의 삶만큼이나 죽음도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끼쳤다. 가수나 배우처럼 문화계 인사는 아니지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1993년 미국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대법관에 오른 긴즈버그는 남성 생도의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 군사학교가 여성 생도를 받게 하고, 남녀 임금 차별 반대, 동성결혼 합법화 등 과감하고 진보적인 판결로 명성이 높았다.

대법관으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콘텐츠도 다양하게 나왔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의 첫 장면에서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단지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이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투병 생활에 지친 긴즈버그는 퇴임을 고민했지만 조금 더 버티려고 했다. 자신이 물러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판사를 새 대법관으로 지명해 가뜩이나  보수 5대 진보 4인 대법원이 더욱 보수화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눈을 감고 싶다던 긴즈버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세상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11월 1일, 배우 숀 코너리(향년 90세)
 

숀 코너리 사망 소식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영국 첩보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숀 코너리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하마로 돌아가 여생을 즐기던 중 잠을 자다가 중 편히 숨을 거뒀다.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코너리는 우유 배달과 벽돌공 등을 하며 배고픔을 버텼다. 축구에 재능이 있어 프로 선수를 꿈꿨다가 연기를 선택한 그는 숱한 단역을 전전하다가 1962년 '007 시리즈'의 첫 작품인 '007 살인번호'의 주인공을 맡았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총 6편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맡은 코너리는 지금까지도 역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 가운데 최고로 손꼽힌다.

또한 '007 시리즈' 이외에도 '오리엔트 특급살인'(1974년), '언터처블'(1987년),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년), '더록'(1996년) 등에 출연하며 여러 차례 미국 아카데미상, 골든글러브상,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오랜 무명 생활, 자신에게 배우로서의 명성을 안겨줬음에도 제임스 본드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 코너리는 인생 그 자체가 한 편의 영화였다.

영국 <가디언>은 코너리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그의 90세 생일을 맞아 "위험할 정도로 섹시한 남성상의 아이콘"이라며 "투지와 냉소적인 매력을 동시에 발산하는 코너리에 비견될 인물은 흔치 않다"라고 정의했다.
코비 브라이언트 채드윅 보스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숀 코너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