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가 즐거운 이유“<고스트> 작품이 좋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재밌는 이유는 어떤 선이 있어요. 선이 있는데, 난이도가 한순간도 긴장을 놓치면 안 돼요. 음악도 너무 좋고, 드라마도 되게 재밌어. 그런데 연기하기는 어려워. (웃음) 단순히 재미있기만 하거나, 너무 어렵기만 하거나 하면 이 작품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재밌으면서 어려우니까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아, 이거를 표현하기 너무 어렵네. (웃음)”
곽우신
몰리 젠슨과 샘 위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두 사람은 소파와 냉장고 취향까지 다른 게 많지만, 비록 샘은 몰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고, 몰리는 그런 샘에게 서운해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깊이 아끼고 있음은 분명했다. 몰리의 작품은 갤러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샘은 자신의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살 공간을 마련하고, 몰리가 마음을 바꿔 샘에게 결혼하자고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 앞에 갑작스러운 운명의 변화가 닥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몰리 앞에, 갑자기 한 여자가 찾아온다. '영매' 오다메는 샘의 영혼이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샘을 대신해 '경고'를 전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몰리는 자신과 샘만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오다메가 나열하자 흔들린다. 샘은 사고로 죽은 게 아니었다. 그 배후에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인 칼은 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용기를 내 찾아간 경찰서에서는 오다메의 화려한 사기 전과만 확인했을 뿐이다.
몰리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제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찜찜하게 남아 있다. 오다메는 다시 찾아와 재차 샘의 말을 전한다. 갈등하던 몰리는 이성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오다메를 믿어보기로 한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샘의 영혼이 지금 여기에 함께 하고 있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그리고 샘이 간절하게 자신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함을. 이후 몰리는 기적에 가까운 체험을 통해 그와 교감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더 유명한 뮤지컬 <고스트>는 대표적인 '무비컬(Movie + Musical)'이다. <사랑과 영혼>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공연장 무대 위에 재현했다. 약간의 각색은 있을지언정, 애초에 원작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뮤지컬의 대본과 가사 작업을 함께했다. 화려한 조명과 마술적 기법들을 덧입혀 '매지컬(Magic + Musical)'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세월 탓에 자칫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는 부분들을 조율하며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전하는 데 집중했다.
2020년 시즌 <고스트>는 이번이 한국에서의 두 번째 무대이다. 지난 2013년 초연에 이어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7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작품이 다시 올라오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초연 멤버를 거의 그대로 다시 불러오기까지 했으니 분명 드문 경우이다. 배우 박지연 역시 지난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도 <고스트>의 몰리로 합류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이 배우는, 자신의 배우 생활에서 의미 있는 이 한 해를 7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또 새해의 시작을 이 작품으로 이어간다.
지난 11월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지연과 만났다.
더 단단해진 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