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김민경 인터뷰 사진
JDB엔터테인먼트
"시키는 대로 운동만 할 거다. 하나도 재미없을 걸?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운동만 할 거야. 아무도 안 볼 걸."
지난 1월 시작된 유튜브 웹예능 <시켜서 한다!-오늘부터 운동뚱>(아래 <운동뚱>)을 통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김민경은 촬영 전 이영식 PD에게 프로그램의 흥행 실패를 장담하며 이렇게 말했단다. 그러나 김민경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은 말 그대로 열심히 운동만 하는 김민경에게 열광했다. 첫 회가 공개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으며, 김민경은 운동신경을 타고났다는 의미로 '금수저'에 빗댄 '근수저'(근육수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코미디언 김민경을 만났다.
<운동뚱>을 통해 김민경은 헬스를 시작으로 필라테스, 골프, 축구, 종합격투기, 야구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도전하는 종목마다 선생님들이 "하루 만에 이렇게 잘하는 사람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른다는 것. 최근 공개된 야구 편에서 김민경은 금세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가 하면, 던지는 공을 타격까지 해냈다. 역시나 강사를 맡은 양준혁은 "보통 사람들은 10시간을 가르쳐도 못한다"고 황당해 했다. 김민경과의 수업이 시작된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김민경은 "나는 '저거 잡아' 해서 잡았고, 치라고 해서 쳤을 뿐이다. 그게 그렇게 잘하는 것이었냐"며 의아해 할 뿐이다.
월등한 근력과 운동 능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지도 모르는 김민경의 모습은 <운동뚱>의 특별한 재미 포인트다. 팬들은 이러한 김민경을 '민경 유니버스(세계관)'라고 부르며 더욱 즐거워 한다.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했던 주인공이 점점 성장해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소년만화 세계관에 김민경을 빗댄 것.
무엇보다 김민경과 소년만화 주인공은 역경을 겪어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민경은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아픈 날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를 버티게 만들었던 것은 '맛둥이'들에 대한 책임감이었다고. '맛둥이'는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팬들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첫 방송이 나간 뒤 조회수가 너무 잘 나왔다. 왜 사람들이 내가 운동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이게 재미있나? 나는 운동만 하는데?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물론 기분은 좋았고 행복했고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러면 나는 운동을 계속 해야하네'라는 생각 때문에 고민도 되게 많이 했다. 영식이 형(김민경은 이영식 PD를 형이라고 불렀다)은 '네가 열심히 하니까, 맛둥이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좋아해주시는 것'이라고 내게 말해주더라. 그 말을 들으니까 포기할 수 없게 됐고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영식이 형과 나와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더라. 지켜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텨보자. 그래야 (포기하더라도) 할 얘기가 있지 않겠나. 나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까지만 해보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틴 것이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날도 있었다. 다른 스케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그걸 숨겨가면서 열심히 운동했다."
'민경 유니버스'의 시작은 팬들의 힘
그러고 보면 '민경 유니버스'는 시작부터 팬들의 힘이었다. <운동뚱>은 애초부터 <맛있는 녀석들>의 방송 5주년을 맞아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벤트로 시작된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맛둥이'들은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멤버들을 보고 싶다"며 멤버들에게 운동을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복불복 게임을 통해 김민경이 선정됐다. 탁자 위에 놓인 아령을 드는 복불복 미션에서 그는 탁자에 못 박힌 아령을 골랐다. 하지만 당시 김민경은 아령이 들리지 않자 탁자를 통째로 어깨에 매고 "들었다"며 저항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정말로 운동이 싫었기 때문에 (아령을) 잡고 어떻게든 들면 되겠지. 뽑히겠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탁자가 들릴 줄은 몰랐다"며 멋쩍게 웃었다.
당초 김민경의 헬스 도전기 10회분으로 예정돼 있었던 <운동뚱>은 19일 기준 36회분까지 제작됐다. 100% 타의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현재 김민경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부쩍 방송 활동이 늘어난 것은 물론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경은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혈색이 좋아졌단 얘기를 진짜 많이 듣는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제 스타일리스트는 '언니 땀이 예쁘게 나요'라고 했다. 제가 '무슨 헛소리냐'고 할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체중도 9kg 이상 감량했다. (살을) 뺄려고 뺀 게 아닌데 안 하던 운동을 해서 그런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