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유성호
MB의 시대정신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한 MB가 바꿔놓은 시대정신은 혹독했다. 권위주의와 법만능주의가 만연했다. '미네르바 사태'가 대표적이다. <슈퍼스타K>로 대변되는 '무한 경쟁'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뉴타운'과 '재개발'로 상징되는 자본과 개인의 욕망이 긍정됐다. 문화예술계에까지 대기업과 자본의 질주가 횡행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얽힌 '논두렁 시계' 보도에 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선택은 많은 국민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댓글 공작을 벌인 끝에, MB 정권은 박근혜 정권으로 계승됐다. 그 결과는 국정농단 사태였다. 그리하여 2016년 가을, 촛불이 광화문광장을 뒤덮은 이후 '다스는 누구겁니까?'란 질문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국민들의 힘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2017년 4월 처음 기소된 이후 MB는 구속 기간보다 형집행정지 기간이 더 길었다. MB의 권력과 권세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도, MB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29일 대법원 2심이 선고한 징역 17년형과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8천 만원 형량을 확정했다. 총 16개 혐의 중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애초부터 기소가 잘못됐다는 질타도 적지 않다. 자원 외교 및 4대강 관련 의혹은 물론이요, 개인 비자금과 관련된 의혹은 규명된 것이 없다는 질타였다. MB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목소리가 드높은 건 그래서다.
재론할 여지없이, MB 정부 시절은 언론과 방송의 암흑기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MBC < PD 수첩 >과 KBS 정연주 사장은 검찰의 '묻지마 기소'로 고초를 겪어야 했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MB 시절 수많은 '독립 시사 다큐'들이 전성기를 맞은 것도 필연일테다.
그래서 꺼내 봤다. MB가 주인공이거나 작품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 작품들을. MB와 싸워나간 문화예술인들의 '투쟁의 기록'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추억하고 싶을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만, 향후 17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MB의 기억'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없었으면 보지 못했을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