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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멤버' 안양 KGC 초반 부진, 원인은 국내 선수들?

[주장] 오세근-문성곤-양희종 컨디션 저조...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험대

20.10.16 09:55최종업데이트20.10.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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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정규리그 안양 KG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모습. ⓒ KBL

 
2020-21시즌 프로농구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안양 KGC 인삼공사가 의외로 저조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KGC는 1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팀인 고양 오리온에 71-73으로 패했다. 9일 시즌 개막전에서 인천 전자랜드(96-98)에 2점 차로 덜미를 잡혔던 KGC는 10일 서울 삼성(91-84)을 잡고 첫 승을 올렸으나 오리온에 다시 무너지며 1승 2패를 기록했다.

KGC는 전력상 서울 SK-원주 DB와 함께 이번 시즌 '3강'으로 꼽혔다.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10개 구단 감독 중 SK(6명) 다음으로 많은 3명의 감독이 KGC를 우승팀으로 예상했다. 얼 클락과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라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가세했고, 국내 선수도 오세근-양희종-문성곤-전성현-변준형 등 국가대표급으로 탄탄하다.

심지어 시즌 초반 대진운도 KGC에 유리했다. 구단 운영이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는 인천 전자랜드나, 최근 3년연속 6강권에서 탈락한 서울 삼성은 올시즌 나란히 하위권으로 예상된 팀들이다. 오리온은 지난 KBL 컵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막상 정규리그에서는 KGC를 만나기전까지 2연패를 당하고 있었고, 제프 위디와 최진수-김강선이 잇달아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승후보라는 기대치가 오히려 부담이 된 것일까. KGC의 경기력은 아직까지 기대 이하다. 전자랜드전에서는 수비 로테이션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3점슛만 14개나 허용하는 등 대량실점을 내줬다. 유일하게 승리한 삼성전에서도 전반에는 한때 16점차까지 끌려가는 졸전을 펼치다가 4쿼터에 뒷심을 발휘하여 간신히 역전승했다. 아예 외국인 선수 1명으로 버틴 오리온을 상대로는 초반의 폭풍 턴오버와 끔찍한 외곽슛 난조(5/29)로 내내 매치업의 우위를 활용하지 못했다. '빅3'로 꼽힌 우승후보 팀들 중에서 현재까지 가장 저조한 경기력이다.

KGC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다. 오세근과 문성곤, 양희종 등 KGC가 자랑하던 국가대표 라인업이 모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공격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비다. KGC 수비의 장점은 높이와 기동력을 겸비한 국내 선수들의 유기적인 내외곽 로테이션이었는데 올시즌 초반에는 상대팀들에게 패턴을 상당히 간파당한 모습이다. 삼성과 오리온전에서는 비록 전자랜드전만큼 많은 외곽슛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그저 상대의 적중률이 떨어진 것일 뿐, 투맨게임을 펼칠 때마다 코너에서 쉽게 슛 찬스를 허용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렇다고 인사이드를 지키는 숫자를 줄이고 외곽슛을 견제하는 로테이션을 늘리다보면 이번에는 골밑이 무방비로 노출된다. 전자랜드의 에릭 탐슨(18점 5리바운드)이나 오리온 디드릭 로슨(21점 11리바운드)은 모두 상대의 1옵션 외국인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힘과 운동능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단순한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덩달아 KGC의 주포인 클락이 상대 정통빅맨 외인과의 매치업에서 수비력 문제 때문에 윌리엄스와 출전시간을 양분해야하는 딜레마까지 생겼다. 

KGC로서는 오세근의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건강한 오세근은 본인의 득점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상대 외인을 상대로 골밑에서 대등하게 버텨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하지만 부상이 지나치게 잦고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흠이다. 7.3점, 4.3리바운드 야투율 41.7%라는 기록은 오세근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다.

김승기 감독은 개막 이후 오세근의 출장시간을 일단 매경기 30분 이내로 꾸준히 관리해주고는 있지만, 오세근은 여전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골밑에서 쉬운 슛도 잇달아 놓칠만큼 몸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외곽까지 수비 로테이션 지원을 나가게하는 최근의 전술변화는 오세근의 정신적-체력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KGC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로는 변준형과 전성현을 꼽을 수 있다. 전성현은 전자랜드전에서 23점을 터뜨리며 추격전을 주도했고, 변준형은 삼성전에서 16점 17어시스트(개인 최다)의 원맨쇼를 펼치며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오리온전에서는 아쉬운 슛셀렉션과 조급한 플레이로 승부처에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등 아직 기복이 심한 편이다. 한 경기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고 난 이후 다음 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간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더 좋은 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하여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KGC엔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17일에는 3연승의 원주 DB를 만나고 18일에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한다. 다음주에는 22일 KT-24일 SK-25일 LG를 잇달아 상대한다. 3주 연속 주말 연전 일정에 다음주는 4일간 3경기를 치러야한다. 정작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DB와 SK는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 KGC의 초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위기의 징조인지는 여기서 판가름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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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KGC인삼공사 오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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