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불테리어(Bull Terrier)는 불도그와 화이트 잉글리시 테리어를 교배시킨 견종이다. 투견으로 개량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포악한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붙임성이 있고 쾌활한 성격이다. 다만, 독점욕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몸체가 튼튼하고 근육질로 되어 있고, 외형상 머리에서 코끝까지 평탄하게 뻗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일상에서 만나기는 어려운 견종이다.
지난 14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한 고민견은 아코(수컷, 4살)였다. 불테리어답게 활발하고 착한 성격을 지녔으며 사람도 좋아했다. 촬영을 위해 방문한 제작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환영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보호자의 고민은 무엇일까. 보호자는 아코가 다른 개를 만나면 완전히 다른 개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코의 공격성을 확인하기 위해 애견 카페에서 촬영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잠시 후 다른 개가 나타나자 아코는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시선을 고정한 채 사납게 짖으며 앞으로 돌진하려고 했다. 아코는 꼬리를 흔들고 있었지만, 뿌리가 고정된 채 위쪽만 흔들리고 있었다. 이는 긴장 상태를 의미했다. 보호자가 목줄을 더 세게 잡아봤지만, 흥분 상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아코는 특히 작은 개에 대한 공격성이 강했는데, 실제로 다른 개를 물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아코는 실험을 위해 사용된 개 인형을 처참한 몰골로 만들어 버렸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아주 끔찍한 일이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모양만 보고 흥분한다는 건 사고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 공격성이 사람에게 향하지 말란 법이 없었다.
"쉽지 않은데요, 오늘? 조심하세요. 테리어는 순간순간 바뀝니다."
정말 아코는 사람에게도 공격성을 드러낼까. 게스트로 출연한 이수경이 의자를 가지러 가기 위해 달려가자 아코는 그 모습을 보며 짖고 흥분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보호자는 아코가 업혀 있는 아이에게 올라타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강 훈련사는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아코를 두고 마치 "불을 붙이지 않은 폭죽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좀더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베젠 테스트(Wesentest)를 실시하기로 했다. 베젠 테스트란 독일에서 처음 시행한 위험견 관리 규정인데, 개의 공격적 기질이 교육을 통해 통제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이수경이 길을 잃은 사람처럼 허둥지둥 움직이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아코는 발톱까지 세우며 달려들려고 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