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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만든 장충고의 배터리, 준우승 만든 동성고의 마운드

[청룡기] '느리지만 강한 힘' 박태강과 박건우, '동성고 수문장' 김영현

20.08.13 14:57최종업데이트20.08.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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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고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제75회 청룡기. 장충고의 우승을 이끈 배터리로는 주저없이 두 사람을 꼽을 수 있다. 구속은 느리지만 뛰어난 제구와 구위로 선수들을 돌려제웠던 박태강, 그리고 선수들을 편하게 하며 우승의 순간까지 공을 받아냈던 포수 박건우가 주인공이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광주동성고에도 좋은 투수가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다. 준결승까지 등판해 아낌없이 팀을 위해 싸웠던 김영현 선수가 그랬다. 우승팀과 준우승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마운드 위에서, 홈 플레이트 뒤에서 활약했던 세 명의 선수를 모아보았다. 

"웨이트로 스피드 올리고 싶어요", 장충고 박태강
 
 이번 청룡기 대회 좋은 활약을 펼쳤던 장충고등학교의 2학년 박태강 선수.
이번 청룡기 대회 좋은 활약을 펼쳤던 장충고등학교의 2학년 박태강 선수.박장식
 
장충고등학교 마운드에는 언제나 이 선수가 있었다. 청룡기 첫 경기였던 인창고와의 예선에서 결승전까지, 5번의 모든 경기에 등판해 공을 뿌리며 좋은 성적을 기록한 좌완투수 박태강 선수 이야기이다. 박태강은 대회가 이어질수록 점점 좋은 모습을 보이며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박태강은 이번 대회 3.60의 평균자책점과, 준결승과 결승에서 승리투수를 따내며 활약했다. 이닝 소화능력도 좋았다. 탈삼진 13개를 잡았고, 15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 역할도 해냈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뛰어난 제구와 좋은 구위로 다른 선수들을 돌려세우는 것이 그의 힘이다.

그런 박태강 선수는 아직 2학년이다. 3학년 때까지 갈고닦으면 더욱 좋은 활약을 노려볼 수도 있다. 송민수 감독은 "싱커와 슬라이더가 강점이다. 다만 구속이 빠르지는 않다"며, "직접 말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유희관을 닮았다"고 말한다. 유희관(두산)은 송민수 감독의 장충고 코치시절 제자이자 박태강의 선배. 

박태강 선수 역시 "유희관 선배께서 공을 던지는 걸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던지다보니 비슷한 스타일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더욱 높은 스피드를 얻기 위해 겨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획하고 있다. 박태강은 "스피드가 살아야 프로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태강 선수에게 롤 모델을 물었다. 생각보다 다른 대답이 나왔다. 올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김재웅(키움)을 언급한 것이었다. 박 선수는 "친형의 중학교 야구부 친구다. 피지컬이 좋지는 않지만 마운드에서 늘 자신있게 나가는 모습, 그리고 제구를 닮고 싶다. 재웅이 형이 SNS 메시지로 자신있게 하라고 늘 말해준다"고 말했다.

장충고 박건우, "강민호 선배님 닮고 싶습니다"
 
 장충고등학교의 배터리를 이끈 안방마님 박건우 선수.
장충고등학교의 배터리를 이끈 안방마님 박건우 선수.박장식
 
장충고 마운드에 박태강이 있다면 안방마님에는 박건우가 있었다. 마운드 위의 투수를 돕는 전통적인 포수의 능력뿐만 아니라, 좋은 포수냐 아니냐를 가르는 수비 능력도 훌륭한 포수다. 고교야구에서는 쉽게 잡아내기 힘들다는 도루저지도 여러 번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나다.

타격 능력도 뛰어나다. 이번 대회에서는 줄곧 4번 타자로 나서 믿음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 16타수 5안타로 타율 0.375를 기록했지만, 여섯 점의 타점과 5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이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쳐낸 타구 대부분이 외야로 향했다는 점, 즉 힘이 있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마운드에서 투수가 흔들릴 때면 언제나 먼저 마운드로 향해 선수를 다독이는 박건우는, 경기가 끝날 때면 마지막 순간 마운드를 지킨 투수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대회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올해로 3학년인 박건우는 이번 대회를 통해 프로 스카우터들에게 본인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박건우 선수는 이번 대회 좋은 배터리가 형성된 데 대해 "투수가 제구가 흔들릴 때는 '천천히 계속 해라, 그래야 야수들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투수에게 하곤 했다. 계속 물 흐르듯 한 게임씩 계속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박건우 선수가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누구일까. 박건우는 "프로에 가면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 선배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강민호에 대해 "수비도 잘 하시고, 공격도 뛰어난 선배님이시다. 특히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리드도 배우고 싶은 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준결승까지 호투한 동성고 김영현
 
 준결승까지의 모든 경기에서 호투했던 광주동성고의 김영현 선수.
준결승까지의 모든 경기에서 호투했던 광주동성고의 김영현 선수.박장식
 
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광주동성고에도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가 있었다. 준결승전까지 모든 경기에 등판해 빼어난 성적을 보인 김영현 선수다. 정통 우완투수인 김영현은 광주일고의 이의리와 함께 광주권을 대표하는 투수로 손꼽히는데, 이번 청룡기에서는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4경기 등판,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이번 대회 13.2이닝을 책임진 김영현은 1.93의 평균자책점, 9개의 탈삼진을 올렸다. 준결승에서는 6.2이닝동안 101구를 던지는 투혼 끝에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패스트볼 기준 시속 140km가 넘는 공을 던질 수 있어 앞으로 더욱 좋은 투수자원으로 성장할 자질이 돋보인다.

3학년이 된 김영현 선수는 김재덕 감독의 믿을맨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우리 에이스 영현이가 잘 해준 덕분"이라며 칭찬하곤 했다. 정작 본인은 "수비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김영현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를 롤 모델로 꼽았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신 분이기도 하고, 공을 던지는 매커니즘이나 경기장에서의 모습이 닮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하면 성실하고, 매 게임 매 이닝마다 열심히 던지는 선수로 각인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동성고는 사흘간의 휴식을 마치고 바로 13일부터 개막하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 나선다. 역시 에이스로 이번 대회에도 출전하게 될 김영현, 이번 대회에는 더욱 높은 자리에서 다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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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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