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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빤 좋은 사람이에요?"... 딸의 마지막 질문이 불러온 변화

[리뷰] 영화 <아디오스> 선과 악의 경계를 지운 스페인 범죄 스릴러

20.07.19 17:07최종업데이트20.07.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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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디오스> 포스터 ⓒ (주)도키엔터테인먼트


마약 카르텔 가문 '산토스'의 일원인 후안(마리오 카사스 분)은 형 대신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다. 딸 에스트레야(폴리나 페노이 분)의 성찬식을 맞이해 외출을 나온 후안은 아내 트리아나(나탈리아 드 몰리나 분) 등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뛰어든 자동차로 인해 딸이 사망한다.

후안과 산토스 가문은 사라진 범인을 찾아 피의 복수를 할 것임을 다짐한다. 에스트레야를 죽인 뺑소니범을 뒤쫓던 경찰 엘리(루스 디아즈 분)는 사건을 깊게 조사할수록 감춰진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다. 파트너인 미구엘(카를로스 바르뎀 분)은 사건에 집착하는 엘리를 걱정한다.

최근 극장가뿐만 아니라 안방극장에서 스페인의 스릴러 장르물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종이의 집>은 2017년 1시즌을 시작으로 2020년 4시즌까지 공개되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5월 13일 개봉한 <더 플랫폼>(2019)은 파격적인 설정과 사회적 메시지로 화제를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 외에도 <더 바디>(2012)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밤>(2018)으로 리메이크가 되었고, <인비저블 게스트>(2016) 역시 리메이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화 <아디오스>의 한 장면 ⓒ (주)도키엔터테인먼트


스페인 영화 <아디오스>는 끔찍한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경찰,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범죄 조직의 보스 등이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연출은 스페인의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인 파코 카베자스가 맡았다.

파코 카베자스 감독은 스페인에서 연출한 <어피어드>(2007)와 <네온 플레쉬>(2010)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이후 할리우드로 진출해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복수극 <토카레브>(2014)와 안나 켄드릭과 샘 록웰의 액션+로맨틱 코미디 <미스터 라잇>(2015)을 만들었다. <아디오스>는 파코 카베자스 감독이 5년 만에 조국 스페인으로 돌아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아디오스>는 앞선 스페인산 스릴러 장르물과 마찬가지로 각본의 짜임새가 일품이다. 영화는 <테이큰>류의 복수 서사를 답습하지 않는다. 범죄 조직의 후안과 경찰 조직의 엘리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복잡하게 얽힌다.
 

영화 <아디오스>의 한 장면 ⓒ (주)도키엔터테인먼트


'빛나는 별, 에스트레야', '흙으로', '가슴에 묻다'로 이어지는 3막 구성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정의와 복수, 경찰과 범죄 조직, 부모와 자식, 죄와 벌은 거울상처럼 맞물리며 선과 악의 경계를 없앤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슬픔, 고통, 분노, 배신, 죽음으로 이뤄진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스페인의 한 매체는 <아디오스>가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을 남기는 영화"라 평가했다.

<아디오스>는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엘리는 경찰 조직의 거대한 부패에 홀연히 맞선다. 후안의 아내 트리아나는 후안이 다시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게 하고자 애쓴다. 딸 에스트레야는 단순히 아역으로 귀여움을 보여준다거나 희생양 수준에 머물지 않고 구원자로서 역할을 보여준다.

눈여겨 볼 또 다른 여성 배우는 후안의 어머니인 마리아 산토스 역할로 분한 모나 마르티네스다, 가문을 대표하여 손녀의 죽음에 대한 죗값을 묻고 죽음으로 자식을 지키는 어머니로 열연한 모나 마르티네스는 '스페인의 오스카'인 고야상을 비롯한 6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라 2개 트로피를 받았다.
 

영화 <아디오스>의 한 장면 ⓒ (주)도키엔터테인먼트


<아디오스>는 스페인의 '라스 3000 비비엔다스' 지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는 분리 정책의 일환으로 하층민을 이곳에 대거 이주시켰다. 그 결과 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심해졌고 실업, 범죄, 마약, 가난이 가득한 위험 지역이 되어버렸다.

현재 안달루시아 주정부는 라스 3000 비비엔다스를 개선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범죄 조직의 힘이 막강하고 그들과 사법 권력들의 부패로 효과를 못 본 상태다. 이런 역사 배경과 유착 관계는 <아디오스>의 서사에 현실성을 더한다.

제목 <아디오스>는 스페인에서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이다. <아디오스>는 후안과 트리아나가 딸 에스트레야와 영원히 작별 인사를 나누기에 붙여졌다. 또한, 에스트레야가 후안에게 던지던 질문에 대한 대답도 된다. 딸은 묻는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이에요?" 슬픔과 증오로 얼룩진 피의 복수를 멈추는 것으로 후안은 대답한다.

작별인사인 '아디오스'는 라스 3000 비비엔다스를 바라보는 파코 카베자스 감독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작별을 고하고 법과 질서가 올바로 선 라스 3000 비비엔다스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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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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