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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도 진실로 만드는 신화... 우리가 정의를 지킬 방법은?

[리뷰]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신화

20.07.13 15:16최종업데이트20.07.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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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이 고담 시의 검사로 범죄와 싸우다가 본인이 타락해버린 하비 덴트의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라진지 8년 후, 조직 범죄에 불관용 원칙을 내세운 '하비 덴트 특별법' 덕분에 고담 시는 평화를 누린다.

그러나 경찰청장 '짐 고든(게리 올드만)'은 다가오는 폭풍우를 예감하며 범죄자들을 쫓다가 고담시의 파멸을 목표로 하는 빌런 '베인(톰 하디)'을 조우한다. 부청장 '폴리(매튜 모딘)'를 포함한 경찰이 베인의 존재를 무시하는 사이, 베인은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을 이용해 배트맨이 스스로 택한 유배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한다.

그러나 약해진 배트맨은 베인을 이기지 못한 채 지하감옥에 갇혀버린다. 고든과 그의 충직한 부하인 '블레이크(조셉 고든 래빗)'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호자를 잃은 고담은 베인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리고, 이에 배트맨은 패배를 딛고 고담의 정의를 되찾기 위한 베인과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지난 8일 재개봉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한 편의 영화로 봤을 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역대 최고의 히어로 영화로 평가받는 <다크 나이트>의 속편인 만큼 비교를 피할 수 없으며, 실제로도 전편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의 빌런인 베인은 초반부에 보여준 카리스마와 독특한 캐릭터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퇴장하면서 조커에 비할 바가 아니고, 영화의 반전 요소인 '탈리아(마리옹 꼬띠아르)'의 서사도 급하게 진행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존 블레이크가 배트맨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리는 등 다소 편의적인 이야기 전개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대할 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을 문자 그대로 신화로서 완벽히 매듭 지은, 완전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자신이 전체 시리즈의 맥락 안에서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를 영화 초반부터 강조하고 있다. 빌런인 베인을 소개한 후 영화는 하비 덴트 기념식을 비추면서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 기념식은 그 자체로 지난 시리즈들과의 연결고리다. 기념식이 열리는 장소인 웨인 저택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파괴되었다가 비로소 재건된 장소로, '라스 알 굴(리암 니슨)'을 위시한 어둠의 사도들과의 싸움이 다시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고든 청장의 연설은 거짓으로 가득한 하비 덴트의 죽음이 끼친 영향력을 일깨우면서 <다크 나이트>와의 연결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영화의 시작부터 전작들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것은 <다크 나이트>와 차별화된 대목이기도 하며, 이 작품이 시리즈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앞선 시리즈의 내용을 온전히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전작들을 거짓과 진실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이미 영화 초반부터 부각된다. 브루스 웨인을 처음 만난 셀레나는 그의 모습이 들리던 소문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에 브루스는 무도회장에서 자신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응수하는데, 이 장면들은 진실과 거짓을 걸러내는 싸움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실제로 러닝 타임 내내 배트맨은 베인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베인의 정체와 라스 알 굴과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는 대신, 그에 관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배트맨을 조명한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것은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다크 나이트>가 만든 하비 덴트의 거짓과 진실이 촉발한 갈등에서 비롯된다. 하비 덴트 덕분에 범죄가 사라진 고담에서 경찰청장 짐 고든 만은 아직 악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믿고, 하수구에서 베인을 만난 뒤 그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다.

하지만 고든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경찰들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배트맨의 정체를 믿고 있기에 하비 덴트를 의심하던 블레이크는 고든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다. 반면에 하비 덴트의 업적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폴리는 마지막 전투 전까지 거듭 고든과 충돌한다. 정의를 위해 함께 싸우는 경찰이지만 서로가 알고 있는 진실이 엇갈리는 것이다.

이처럼 진실과 거짓의 프레임 안에서 전개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이 시리즈가 하나의 신화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화는 거짓된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진실된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영화의 테마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신화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 단어 Mythos의 어원은 '진실을 이야기하다'라는 의미의 Mythesasthai로, 이후 이성적 사고와 철학이 발달하면서 Mythos는 신화, 곧 거짓된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신화의 내용이 설사 거짓일지 몰라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서는 진실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수를 믿는 사람에게 예수는 진정한 신이지만 아닌 사람에게는 그저 역사적 인물 중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하나의 신화는 거짓과 진실을 함께 지니고 있으므로,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화 자체를 진실이라고 믿을 때 그 신화는 실재로서 힘을 갖는다.  

이러한 신화의 속성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주요한 두 축인 베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하비 덴트와 배트맨에 대한 이야기에도 깃들어 있다. 작중 인물들은 이 두 이야기를 전설 혹은 신화로 치부하는데, 그들은 이야기 속 진실을 찾지 못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를 진실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혼란을 딛고 악에 맞서는 힘을 갖는다. 감옥에 갇힌 배트맨은 환상 속에서 라스 알 굴을 만난다. 이 만남을 통해 그는 베인이 라스 알 굴의 아들이자 후계자이며 감옥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어린아이 역시 베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베인이 고담을 무너뜨리는 것을 <배트맨 비긴즈>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막아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우며, 신화 속 베인이 그러했듯 줄을 묶지 않은 채 감옥을 올라 탈출한다. 하지만 그의 믿음과 달리 베인은 이야기 속 아이가 아니었고, 라스 알 굴의 후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진실과 관계없이, 베인에 대한 여러 이갸기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배트맨의 태도가 그에게는 시련을 이겨내고 고담을 구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부청장 폴리도 마찬가지다. 하비 덴트는 정의로운 인물이고 배트맨은 악한이라고 믿던 그는 배트맨과 함께 베인과의 마지막 전투에 목숨을 걸고 나선다. 배트맨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배트맨으로부터 이렇다 할 도움을 받은 적도 없던 그가 불타는 배트맨 사인을 본 뒤 돌연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는 배트맨의 선의를 믿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도 마침내 믿기로 결정했기에 가능한 변화다.

작중 내내 자신과 충돌하며 배트맨이 무고하다고 말하던 블레이크, 범죄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베인은 신뢰할 수 없다던 고든의 이야기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그의 입장에서는 아직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는 배트맨 사인을 보면서 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거짓과 진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진짜라고 믿을 때 비로소 실재하는 신화의 특성을 활용해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의 스토리를 한데 모아 정리한 영화다. 따라서 이 작품은 트릴로지를 하나의 신화로 거듭나게 하는 마무리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한편 블레이크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결말 역시 이 트릴로지가 작품 내외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하는 현대의 신화로서 남을 것임을 보여준다. 본래 영웅 신화는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의 여정이 비슷하고, 루크 스카이워커와 해리 포터의 성장 과정이 유사한 것처럼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지더라도 전체적인 구조나 전개가 반복되는 특징을 지닌다.

또 그렇기 때문에 신화는 하나의 이야기로 종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형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다. 작중 블레이크는 이러한 신화의 유사성과 변형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배트맨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다. 그와 브루스 웨인은 고아이고, 부모님을 잃은 분노를 해소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악에 맞서 싸울 의지가 충만하며, 사법 체계와 사회 질서에 강한 회의감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그가 배트 케이브에서 박쥐 떼를 만나며 또 다른 배트맨 혹은 그의 사이드 킥인 로빈으로 거듭나는 마지막 장면은 설사 속편이 더 나오지 않더라도 <다크 나이트> 신화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블레이크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영화 외적으로도 각각의 관객에 의해 하나의 신화로 계속될 수 있다. 그는 브루스 웨인의 진정한 정체성이 배트맨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하비 덴트의 죽음 뒤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점도 눈치채고 있다. 베인이 고담의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도 알고 있으며, 캣우먼의 정체도 손쉽게 알아내고, 핵폭탄의 비밀도 곧장 알아차린다.

믿었던 사회 체계가 오히려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에 분노하기도 하고 또 배트맨의 희생으로 고담이 구원되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훔친다. 이러한 작중 블레이크의 모든 행적과 시점은 관객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렇기에 블레이크는 우리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배트맨이 블레이크에게 고담을 맡긴 것은, 비록 영화는 끝났지만 영화를 본 한 명 한 명의 존 블레이크가 배트맨의 도우미인 로빈이 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선과 정의를 위해 살아가기를 당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우리 스스로가 나설 때 정의와 자유를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이미 작중 반복해서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재판 장면이다. 베인은 자신이 고담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죄에 대해서 즉결처분하지 않고 재판이라는 절차를 준수하며, 재판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재판의 내용과 결과가 철저히 악의 편을 들어도 재판의 절차만은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베인의 대사처럼, 고담을 만드는 것은 고담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베인의 대척점에 있는 배트맨 같은 맥락의 대사를 남긴다. 그는 블레이크에게 배트맨은 상징일 뿐 모두가 배트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배트맨이 민주주의의 절차만 있을 뿐 그 내용이 없던 고담에서 어둠의 기사로 싸워 왔다면, 모두가 어둠의 기사가 되어 정의와 선을 수호할 때 배트맨은 일어설(Rise)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존 블레이크가 배트맨을 계승해 고담을 지킨다는 결말은 영화를 본 한 사람 한 사람이 배트맨이 되어 우리가 옳다고 믿는 사회를 지키자는 말과 다름없으며, 이렇게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신화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는다.

흥행도 좋고 비평적으로도 훌륭한 평가를 받는 프랜차이즈를 끝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정된 흥행 수익은 배급사의 입장에서 결코 포기하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심 때문에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처럼 많은 영화 프랜차이즈들의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리즈를 계속 접하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울리면서 영리하게 이 함정을 피해나간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분명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배트맨의 신화는 끝나지 않는다. 배트맨의 대의를 이어받은 로빈은 밤이 찾아온 고담의 빌딩 사이를 열심히 돌아다닐 것이고, 브루스 웨인은 합당한 휴식과 행복을 누릴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의 피날레를 함께한 수많은 관객들이 한 명 한 명의 새로운 배트맨이 되어 자신만의 속편을 마주할 것이다. 이렇게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태어난 다크 나이트의 신화는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potter1113)에 게재한 글입니다
영화리뷰 다크 나이트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란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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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를 읽는 기자 지망생.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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