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 J>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일부 언론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아쓰기'에 열중했다. 중앙일보 <'대북전단 대응', 하태경 "北엔 찍소리못하고"…이재명 "무책임하게 찍찍거려">(2020.6.18.), 조선일보 <김근식, 이재명지사에 "북한 대하듯 가족도 대했다면">(2020.6.20.), 세계일보 <보수인사 "이 지사 집 근처서 대북 전단 살포" VS 이재명 "분탕질로 자유 훼손, 책임 물어야">(2020.6.21.) 등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SNS상에서 벌인 설전을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옮겼다. 무엇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김여정 하명법'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 지성호 의원, 서정숙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여정 말 한 마디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며 "우리 국민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 입도 뻥끗 못 하고 오히려 '김여정 하명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통합당 "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참담할 뿐">(2020.6.5.), 연합뉴스 <통합, 대북전단금지법에 "北 김여정 하명법은 위헌">, 세계일보 <野 "북한에 입도 뻥끗 못하고 '김여정 하명법'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 등 대다수 언론은 '김여정 하명법'을 그대로 받아썼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미 답이 정해진 보도라고 비판한다.
"대부분의 보도가 '김여정 하명법'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거나, 이것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답이 정해져 있는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 굉장히 불편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받아쓰기, 따옴표 저널리즘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논란에서도 나타났다. 회고록을 입수한 언론들은 '트럼프와의 회담은 김정은이 아닌 정의용이 제안했다',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도 김정은도 문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남북 핫라인이 작동을 안 한다고 고백했다' 등 일방적인 주장을 앞다퉈 인용 보도로 쏟아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한 망언까지 그대로 보도했다.
성급하게, 또는 자기 입맛대로 인용하다 보니 보수 언론끼리 하나의 문장을 놓고 완전히 다른 논조로 평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선일보 <[사설] 韓 정권 '창조물'이라는 트럼프·김정은 '가짜 춤판'>(2020.6.20.)과 문화일보 <'거짓'으로 미·북 중재했나> (2020.6.22.)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에 각각 잘못된 정보를 주고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한국경제 <볼턴 회고록서 드러난 청와대의 저자세 외교>(2020.6.22.)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언론의 조급증을 지적한다.
"조선일보, 문화일보는 대한민국이 혼자 앞서갔다, 오히려 거짓말이나 허위를 조장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문화일보) 칼럼을 보자면 거꾸로 얘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너무 저자세로 나가고 있고 소외당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왜 같은 텍스트를 두고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는지. 언론 소비자에게 대단한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북한은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한 핏줄이다. 동시에 평화를 위협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런 만큼 신중하고 면밀히 상황을 분석하는 언론의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언론은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해야 할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자극적인 중계식 보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한다.
"(정부와 언론 모두) 신중한 메시지 관리가 굉장히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이 대남 강경 행동을 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보류를 한 상태거든요. 우리 정부의 대응도 신중해야 하지만, 언론도 이것을 자극적으로, '보류가 언제 깨질까'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곤란합니다). 북한도 상당 부분 국내적인 여론을 읽거든요. 우리 언론도 이런 보류 국면에서는 조금 더 신중한 자세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공유하기
얼굴 바꾼 '조선'-'중앙'... 성급했던 보수언론이 빚은 촌극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