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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게이 아니라고 생각해라?" 이 목사의 황당한 교육

[리뷰]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진짜 나를 찾아서

20.06.05 14:25최종업데이트20.06.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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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제34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평단과 관객 모두를 만족시킨 영화다.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M. 댄포스의 소설 <사라지지 않는 여름>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10대 카메론의 흔들리는 성(性) 정체성을 학교와 종교의 권위에서 어떻게 규정짓는지를 다룬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제도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조용히 고발한다. 특히 클로이 모레츠의 내면 연기가 돋보인다.

카메론(클로이 모레츠)은 같이 성경공부하는 친구 콜리(퀸 쉐퍼드)를 좋아하게 된다. 둘은 우정 이상의 감정을 나누며 은밀히 관계를 키워오지만 졸업 파티에 모든 것이 들통난다. 이에 카메론은 동성애 치료 센터 '하나님의 언약'에 강제 입소하게 된다.

동성애는 과연 죄인가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그곳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소위 정신개조를 이유로 입소해 있었다. 동성애의 원인을 찾아 씨를 말리려는 단체의 강압과 어떻게든 치료하겠다는 의지가 만나 팽팽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교실 분위기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자신의 죄를 찾아 신에게 고하고, 속죄하고, 믿음으로 마무리되는 행동 강령은 보고만 있어도 답답하다. 그곳에서 카메론은 제인(샤샤 레인)과 애덤(포레스트 굿럭)을 만나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게 된다.

센터는 종교와 학교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 그리고 땀을 흘려 얻는 운동만이 동성애를 고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모든 원흉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탓에 아이들은 스스로를 혐오하게 된다. 센터가 자아를 조여 오면 조여 올수록 카메론의 꿈속에는 자유를 향한 의지가 싹튼다. 무조건 찍어 누르는 강압적인 교육은 오히려 반감의 불씨를 키우기 충분하다.

동성애는 치료 받아야 할 대상이며 그 병은 인정하면 안 되는 나쁜 죄악이라고 가르친다. 완벽한 치료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여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도식화해서 체계적으로 주입한다. 서서히 자신을 혐오하도록 종용한다.

아이들을 품어주는 릭 목사(존 갤리거 주니어)는 하나님의 언약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한때 게이였지만 리디어 박사(제니퍼 엘)의 지극정성으로 병이 나았다고 믿는다. 이미 겪어봤기에 아이들이 실수로 빠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자부한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도움을 주는 하나님의 사자(使者) 말이다.

하지만 카메론은 이런 어른들을 결코 믿을 수 없다. 자신을 혐오하면서는 절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즐겁지 않은데 가족이 행복할 리 만무했다. 그는 다양성을 억압하는 체제에 맞서고자 저항한다.

억압과 강요는 교육이 될 수 없다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사회가 만들어 낸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어른들의 교육은 뒤틀린 세계관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그곳에 모인 아이들은 성 정체성은 물론 자아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잘못된 교육의 최대 피해자는 마크였다. 가장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신과 소통하며 나을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인물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매진했지만 아버지의 차가운 냉대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끈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자행한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폭력보다 더 위험하다. 보이지 않아 그 심각성을 바로 인지하지 못할 뿐더러 다 나았다고 거짓말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대충 마무리하고 덮어버린 트라우마는 곪아버려 평생 동안 따라다닐 수 있다.

따끔한 가르침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따스한 말 한마디였을 것이다. 세상의 기준과 달라 혼란스러운 아이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해답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교육의 부재가 교육이었음을 스스로 찾아 나설 뿐이다. 때문에 영화의 엔딩은 희망적이면서도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영화는 제이미 바빗의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예요>의 블루 버전 같다.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의심하는 부모에 의해 특수 캠프에 보내진 메건의 성장통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규정에 따르지 않으면 사회적 낙인을 찍는 방식은 비슷하다. 시대가 변해도 이를 규정하는 거대한 틀이 변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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