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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심해에서 벌어지는 사투... 인간 욕심에 보내는 경고장

[리뷰] 자연을 망친 혹독한 대가의 스릴러 영화 <언더워터>

20.05.31 16:07최종업데이트20.05.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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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더워터>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심해는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으로 불린다. 그만큼 아직 밝혀진 것도 밝혀야 하는 것도 많은 숨겨진 영역 중 하나다. 그곳에서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인류는 지구 최고의 지적 종족이라는 오만함 때문에 자멸할지도 모른다.

영화 <언더워터는> 인간의 욕심으로 깨어난 심해 생물을 그렸다. 이 작품은 크툴루 신화에 기반을 두고 SF적인 요소와 미지의 생명체의 신화적 요소를 버무린 공포영화다. 한국어 제목이 같은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언더워터>(2016)처럼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점은 같으나, 그 배경은 해변과 심해로 극명히 다르다. 

'크툴루 신화'를 만든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며,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여러 저서를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재해석 될 공포 소설의 원형을 만들어 내었다. 그가 만든 크툴루는 가상의 신화이며 마니아성이 강한 공포 장르의 하위문화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살기 전 지구, 우주에서 온 고대 생명체가 바다 밑에 잠들어 있는데 깨어난다면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신적인 존재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심해 괴생명체는 얼굴에 촉수가 달린 크툴루나 <캐리비안의 해적> 문어 선장과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수하들이 자가 번식해 생겨나는 과정은 <에이리언>을 연상케 한다.

욕심이 만든 재앙의 부메랑
  

영화 <언더워터>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언더워터>는 해저 11km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을 다루고 있다. 원유 시추로 바다의 밑바닥을 뚫어야 하는 작업 중 큰 지진이 발생하고 캐플러 기지는 초토화된다. 다행히 전기 엔지니어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기지를 발휘했기에 소수의 인원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조팀을 기다릴 시간도 없이 폭발이 임박하고, 당장 수면 위로 어떻게 올라가느냐가 관건이 된다. 결국 폭발하는 기지를 떠나 로우벅 기지로 걸어서 가야만 하는데 굉장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기지 밖에 나가본 적이 거의 없는 대원들은 살기 위해 밖으로 나가 위험과 정면 승부해야만 한다. 과연 이들은 로우벅으로 이동해 포트를 타고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탈출 스릴러 특유의 쾌감을 준다. 심해 시추선에서 벌어지는 일화는 흡사 우주선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우주복 대신 잠수복을 입고 산소와 빛이 없는 바다를 헤매야 한다. 앞도 잘 보이지 않고 무너진 건물 잔해로 인해 곳곳엔 위험이 도사린다. 게다가 불가사의한 생명체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망망대해에서 상어와 맞닥뜨리는 것과 흡사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고군분투는 끝도 없다. 숨쉬기 힘든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마스크 없이 나갈 수 없는 지금의 코로나 19 사태와 닮아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살기 위해 난관에 봉착한 인간이 갖은 방법을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는 설정은 < 47미터 >와 닮았다. 또 우주에서 미확인 생명체와의 대결을 다룬 <라이프>를 심해버전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원유 시추 과정에서 맞이한 그것은 < 7광구 >가 떠오른다. 어디서 봄직한 기시감이 들지만 숨막히는 심해 공포영화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영화 <언더워터>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목할 점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 편이 영화 같다는 것이다. 그는 <트와일라잇>으로 데뷔한 후 평범한 하이틴 스타를 거부하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며 이번엔 삭발 투혼까지 감행했다. 엔지니어지만 가냘픈 몸으로 침착하게 동료들을 구하고, 왜소한 체구로 틈새를 헤집고 다닌다. 

<언더워터> 속 인물들에게 닥친 위기는 시추 사업의 과욕이 부른 자연의 보복이다.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욕망의 끝을 보여준다. 지구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니라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장 같아 보인다.
언더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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