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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샐러리캡 '최대 모순'... 연봉 빈부 격차 더 키운다

최소 소진율 대폭 인하... 짠돌이 구단, 연봉 더 적게 쓰는 황당 구조

20.04.13 19:06최종업데이트20.04.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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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 박진철 기자

 
올해 프로배구의 큰 특징은 남녀 모두 '샐러리캡(팀별 연봉 총액 상한선)' 제도가 대대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주요 변화는 남녀 샐러리캡의 대폭 인상과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의 대폭 인하, 여자배구의 옵션캡 도입, 1인 연봉 최고액 상한선 유지, 샐러리캡·옵션 금액 전부 공개와 검증·징계 제도 시행 등이다.

그러나 잘못 인식하기 쉬운 대목이 있다. 바로 남녀 샐러리캡의 '대폭 인상'이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표면적인 금액만 보면, 큰 폭으로 인상되긴 했다. 

지난 시즌인 2019-2020시즌의 남자배구 샐러리캡은 26억 원, 여자배구 샐러리캡은 14억 원이었다. 다음 시즌인 2020-2021시즌에는 남자배구는 샐러리캡 31억 원, 여자배구는 샐러리캡 18억과 옵션캡 5억을 합쳐 총액 23억 원이다.

특히 남자배구는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에는 옵션캡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기존대로 무제한으로 줄 수 있다. 사실상 연봉 총액의 상한선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샐러리캡 대폭 인상?... '실제 연봉' 가깝게 현실화

그러나 실상은 대폭 인상이 아니다. 현재 선수들에게 실제로 지급하고 있는 연봉 총액(옵션 포함)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다. 실제 연봉에 맞게 현실화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개념이다.

많은 구단들이 한국배구연맹(KOVO)에 제출하는 계약서상 연봉에 포함되지 않은 옵션 금액을 별도로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KOVO가 매년 7월 초에 발표해 온 남녀 프로배구 연봉 상위 10위권 선수의 연봉 금액과 실제 선수가 받고 있는 연봉 금액(옵션 포함)과 큰 차이가 났다.

이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프로구단 관계들조차 이제는 서슴없이 인정하기도 한다. 남녀 프로구단들이 이번에 샐러리캡을 대대적으로 인상한 것도 그동안 지급해 왔던 실제 연봉 총액에 가깝도록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핵심 배경이었다.

여자배구 2020-2021시즌 샐러리캡 총액 23억 원, 남자배구 2022-2023시즌 샐러리캡 총액 58억1천만 원도 그냥 나온 계산법이 아니다. 현재 일부 남녀 프로구단들이 선수들에게 실제로 지급하고 있는 '팀 연봉 총액(옵션 포함)'이 그 정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샐러리컵 인상 폭은 실상과 비교하면, 현상 유지이거나 1~2억 정도 인상한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상이든 현실화든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프로배구 선수의 높은 연봉은 어린 유망주와 부모들이 배구 종목을 선택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학교 체육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유망주들이 운동선수를 목표로 하는 경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캡 대폭 인상됐는데... 짠돌이 구단은 더 적게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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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 박진철 기자

 
진짜 문제는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까지 대폭 인하했다는 점이다.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은 한 구단이 샐러리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선수단에게 연봉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소 소진율 대비 부족한 금액의 100%를 제재금으로 KOVO에 납부해야 하는 징계를 받는다. 

한 팀의 연봉 총액과 관련해서 '샐러리캡'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한선이고,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하한선인 셈이다. 때문에 상한선과 하한선의 간격이 커질수록, 배구단 투자에 적극적인 구단과 인색한 구단의 연봉 총액 격차도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남녀 배구 프로구단들은 지난해 12월 19일과 지난 9일 KOVO 이사회에서 샐리리캡을 대폭 인상하면서 동시에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을 다음 시즌(2020-2021시즌)부터 샐러리캡 총액의 70%에서 50%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 팀간 연봉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특히 남자배구의 경우 샐러리캡이 대폭 인상됐음에도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연봉을 더 적게 줘도 되는 '황당한 구조'가 돼버렸다.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은 2019-2020시즌에는 최소 18억 2천만 원(샐러리컵 26억 원의 70%) 이상을 소속팀 선수들에게 연봉으로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2020-2021시즌에는 15억5천만 원(샐러리캡 31억 원의 50%)만 지급해도 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지난 시즌보다 2억7천만 원이나 적게 연봉을 지급해도 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여자배구는 2019-2020시즌 최소 소진율 금액이 9억8천만 원(샐러리캡 14억 원의 70%)이었다. 2020-2021시즌의 최소 소진율 금액은 11억5천만 원(샐러리캡 총액 23억 원의 50%)으로 올랐다. 

그러나 여자배구도 최소 소진율을 하향 조정하면서 연봉 상한선과 하한선의 격차가 지난해보다 3배나 벌어졌다. 지난 시즌 샐러리캡과 최소 소진율의 격차는 4억2천만 원이었다. 다음 시즌 샐러리캡 총액과 최소 소진율의 격차는 무려 11억5천만 원에 달한다.

샐러리캡이 '연봉 빈부 격차' 조장... 존립 이유 역행

최소 소진율을 대폭 낮춘 결정은 미래에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샐러리캡 제도의 취지가 무용지물이 되거나,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는 핵심 목적은 팀간 투자 균형과 그에 따른 전력 평준화에 있다. 그러나 샐러리캡 상한선과 하한선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극심한 양극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돈은 적게 쓰고 좋은 성적만 바라는 일부 구단들의 프로답지 않는 악습만 고착화시킬 수 있다. 이 또한 프로 리그 발전에 발목을 잡는 자충수다.

배구단 투자에 적극적인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은 2020-2021시즌에 팀 전체 선수 연봉(옵션 포함)으로 60억 원을 지출할 수 있다. 반면,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최소 소진율인 15억5천만 원에 근근히 맞추는 데 그칠 수 있다. 자칫 팀간 연봉 총액의 격차가 45억 원대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을 대폭 낮춘 것은 연봉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구단들의 편의를 봐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구단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당장 7월 초에 발표될 각 프로구단들의 2020-2021시즌 연봉 현황부터 투자에 적극적인 구단과 인색한 구단의 실상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짠돌이 구단,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단으로 낙인 찍히기 딱 좋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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