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박진철 기자
진짜 문제는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까지 대폭 인하했다는 점이다.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은 한 구단이 샐러리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선수단에게 연봉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소 소진율 대비 부족한 금액의 100%를 제재금으로 KOVO에 납부해야 하는 징계를 받는다.
한 팀의 연봉 총액과 관련해서 '샐러리캡'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한선이고,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하한선인 셈이다. 때문에 상한선과 하한선의 간격이 커질수록, 배구단 투자에 적극적인 구단과 인색한 구단의 연봉 총액 격차도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남녀 배구 프로구단들은 지난해 12월 19일과 지난 9일 KOVO 이사회에서 샐리리캡을 대폭 인상하면서 동시에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을 다음 시즌(2020-2021시즌)부터 샐러리캡 총액의 70%에서 50%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 팀간 연봉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특히 남자배구의 경우 샐러리캡이 대폭 인상됐음에도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연봉을 더 적게 줘도 되는 '황당한 구조'가 돼버렸다.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은 2019-2020시즌에는 최소 18억 2천만 원(샐러리컵 26억 원의 70%) 이상을 소속팀 선수들에게 연봉으로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2020-2021시즌에는 15억5천만 원(샐러리캡 31억 원의 50%)만 지급해도 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지난 시즌보다 2억7천만 원이나 적게 연봉을 지급해도 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여자배구는 2019-2020시즌 최소 소진율 금액이 9억8천만 원(샐러리캡 14억 원의 70%)이었다. 2020-2021시즌의 최소 소진율 금액은 11억5천만 원(샐러리캡 총액 23억 원의 50%)으로 올랐다.
그러나 여자배구도 최소 소진율을 하향 조정하면서 연봉 상한선과 하한선의 격차가 지난해보다 3배나 벌어졌다. 지난 시즌 샐러리캡과 최소 소진율의 격차는 4억2천만 원이었다. 다음 시즌 샐러리캡 총액과 최소 소진율의 격차는 무려 11억5천만 원에 달한다.
샐러리캡이 '연봉 빈부 격차' 조장... 존립 이유 역행
최소 소진율을 대폭 낮춘 결정은 미래에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샐러리캡 제도의 취지가 무용지물이 되거나,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는 핵심 목적은 팀간 투자 균형과 그에 따른 전력 평준화에 있다. 그러나 샐러리캡 상한선과 하한선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극심한 양극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돈은 적게 쓰고 좋은 성적만 바라는 일부 구단들의 프로답지 않는 악습만 고착화시킬 수 있다. 이 또한 프로 리그 발전에 발목을 잡는 자충수다.
배구단 투자에 적극적인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은 2020-2021시즌에 팀 전체 선수 연봉(옵션 포함)으로 60억 원을 지출할 수 있다. 반면,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최소 소진율인 15억5천만 원에 근근히 맞추는 데 그칠 수 있다. 자칫 팀간 연봉 총액의 격차가 45억 원대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을 대폭 낮춘 것은 연봉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구단들의 편의를 봐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구단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당장 7월 초에 발표될 각 프로구단들의 2020-2021시즌 연봉 현황부터 투자에 적극적인 구단과 인색한 구단의 실상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짠돌이 구단,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단으로 낙인 찍히기 딱 좋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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