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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 전설로 남은 밴드, 해체 이후 삶을 말하다

[리뷰] 다큐멘터리 <리암 갤러거>

20.03.05 15:10최종업데이트20.03.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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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갤러거'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영국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로 이름을 알렸던 '오아시스'는 노엘과 리암 갤러거 두 형제가 주축이 된 밴드였다. 형 노엘이 곡을 쓰면 동생 리암이 노래를 불렀던 이들은 2000년대 초 슬럼프를 극복하고 2008년 마침내 다시 한 번 최전성기 때의 음악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밴드 오아시스는 해체된다. <리암 갤러거>는 오아시스 해체 후 리암 갤러거가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이 지닌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갤러거 형제와 리암 갤러거가 어떤 성향의 소유자인지 알아야 한다.

맏형 폴을 포함한 갤러거 삼형제는 어린 시절을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보냈다. 어머니는 이혼 후 삼형제를 기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했고 삼형제는 작은 방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았다. 그렇게 그들은 거칠고 난폭한 삶을 살아왔다.    
 

'리암 갤러거'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리암은 '당신은 거만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서 오아시스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을 할 만큼 자신 그리고 밴드에 대한 확신과 애착이 있다. 하지만 그와 노엘의 폭력적이고 거친 성향은 잦은 충돌을 가져왔다. 피를 나눈 형제임에도 다툼은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20년을 갈등 속에서 밴드 생활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유럽 투어 취소를 시작으로 불안했던 형제 사이는 결국 노엘의 탈퇴와 오아시스의 해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리암은 이 과정을 결코 차분하게 또는 슬픔에 젖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칠고 직설적인 그의 성격 그대로 그 순간들을 회상한다.

20년의 세월 동안 오아시스의 음악을 만들어온 건 노엘이라는 걸 리암은 안다. 그는 노엘을 잊기 위해 오아시스 멤버들 그대로 '비드 아이'라는 밴드를 만든다. 하지만 노엘을 잊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은 오히려 노엘의 그림자만 확인해줄 뿐이다. 리암은 비드 아이를 시작했을 때부터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한다. 그만큼 오아시스는 대단한 밴드였고 곡을 담당했던 노엘은 오아시스 그 자체였다. 그래서 리암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꾸준히 트위터 활동만 할뿐 공연이나 노래를 선보이지 않는다. 아일랜드 펍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구상하던 리암은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리암 갤러거'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리암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말한다. 첫째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오아시스의 성공에는 노엘의 곡이 있었지만 리암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리암의 곡 해석력은 탁월했고 그의 목소리가 지닌 개성은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노엘의 곡과 함께 오아시스의 핵심은 리암의 보컬이었고 아직도 수많은 팬들은 그의 목소리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리암은 자신이 좋아하는 무대 위로 돌아간다. 그는 오래된 팬들 뿐만 아니라 10대나 20대 팬들을 보고 힘을 얻게 된다. 그에겐 노엘 갤러거의 음악세계가 아닌 본인이 지닌 아티스트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순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도 노엘에 대한 미련이 있다.

둘째는 오아시스, 그리고 노엘에 대한 기억이다. 그는 옛날 살던 집을 방문해 노엘과의 추억을 말한다. 함께 방을 썼던 두 형제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애증이라는 단어가 지닌 사랑 역시 지니고 있다.

리암은 SNS를 통해 오아시스 재결성에 대한 여지를 종종 표현했을 만큼 그 시절을 추억만으로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엘은 여전히 리암을 피하고 있다. 리암은 만약 노엘을 우연히 보게 된다면 이란 질문에 두 가지 답을 한다. 쫓아가서 붙잡은 뒤 두들겨 패고 싶지만 혹시 안아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그의 이 말은 오아시스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팬들에게 가장 설레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리암 갤러거를 다룬 다큐멘터리지만 오아시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건 그 역시 그 추억의 사진첩이 닫히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이 아닐까. 리암 갤러거의 목소리에, 그리고 오아시스의 음악에 열광하는 또는 했던 이들에겐 놓쳐서는 안 될 매력을 지닌 다큐멘터리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리암 갤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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