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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원투펀치' 류현진-김광현의 다른 준비

[MLB] 천천히 구위 점검하는 '에이스' 류현진과 선발위해 전력투구하는 김광현

20.02.28 08:32최종업데이트20.02.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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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시범경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선수들은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점검하며 정규리그를 준비하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시범경기를 통해 정규리그에서 활용할 선수들을 구분하는 '옥석가리기'에 나선다. 그 밖에 시설을 관리하는 구단 관계자나 방송국 중계팀, 응원단, 그리고 팬들도 시범경기를 통해 미비한 점을 점검하며 개막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올해 KBO리그는 1983년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하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코로나19의 위험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관중 및 선수단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시범경기 전 경기를 취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취소에 따라 각 구단의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보다는 국민과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한국야구위원회는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코로나19로 시범경기가 취소된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시범경기가 한창이다. 2020 시즌을 준비하는 한국인 선수들도 이미 경기에 출전하며 저마다의 속도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야구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보내고 있다.

빅리그 8년 차의 여유, 시범경기 첫 등판 피홈런에도 태연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류현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이었던 작년 29경기에 등판해 182.2이닝을 던지며 14승5패 평균자책점2.32의 빼어난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올스타전 선발투수와 개막전 선발등판, 사이영상 투표 2위 같은 영광스런 수식어도 함께 따라 오면서 류현진은 빅리그 진출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특급 선발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원소속 구단 다저스를 비롯한 여러 팀에서 구애를 받다가 4년8000만 달러를 투자한 토론토와 계약했다. 사실 오는 3월이면 만33세가 되는 베테랑 투수와의 4년 계약은 구단 입장에서는 다소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토론토 구단에서 구위보다는 다양한 구종과 뛰어난 제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류현진이 충분히 만36세 시즌까지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초기부터 토론토의 새 에이스로 대접받고 있다. 실제로 토론토의 투수진에는 류현진만큼 많은 연봉을 받는 투수도, 류현진 만큼 뛰어난 빅리그 커리어를 자랑하는 선수도 없다. 라이언 보루키, 트렌트 손튼 등 토론토의 젊은 투수들은 류현진에게 커터의 그립을 잡는 법을 배우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론토 캠프 내에서도 류현진은 '급이 다른 투수'로 대우받고 있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28일(이하 한국시각)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시범경기 첫 등판을 가졌다. 2이닝 동안 3개의 안타를 맞았고 그 중 하나는 잰더 비엘에게 맞은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삼진 2개를 잡았지만 투구수도 41개로 다소 많은 편이었다.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첫 경기로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등판이었음을 고려하면 썩 좋은 투구 내용이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류현진은 선발 경쟁을 하는 위치가 아닌 이미 토론토의 개막전 선발이 유력한 에이스 투수다. 시범 경기 첫 등판은 그저 구위를 점검하는 시간에 불과하고 피안타나 실점보다는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이 시범경기 첫 등판의 목적이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서서히 투구 수를 늘리면서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시범경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결코 나쁘지 않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다.

시범경기부터 달리는 김광현, 3이닝 5K 노히트 완벽투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베이스 커버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13년 동안 136승77패3.2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긴 김광현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비교적 단순한 투구패턴을 가졌음에도 오랜 기간 KBO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했다. 일찌감치 빅리그 진출을 꿈꿔 오던 김광현은 작년 12월 2년 최대 1100만 달러(보장 800만+옵션300만)의 조건에 월드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내셔널리그의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다.

김광현의 계약서에는 마이너리그 강등거부권이 포함됐다. 시범경기에서 다소 부진하더라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광현의 보직이 선발투수가 될지 추격조가 될지는 전적으로 마이크 쉴트 감독을 비롯한 카디널스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김광현이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로 반드시 세인트루이스 코칭스태프와 지역언론, 팬들의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이유다.

일단 시작은 매우 좋다. 김광현은 지난 23일 뉴욕 메츠전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가져 1이닝1볼넷2탈삼진 무실점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첫 등판을 마쳤다. 빠른 공은 시속 148km로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는 평범했지만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구위는 현지 중계진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기습적으로 던지는 커브의 구위와 제구도 서드피칭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김광현의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은 27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의 선발이었다. 김광현은 첫 선발등판에서 2이닝을 던지며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삼진 3개를 곁들이며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김광현이 상대했던 타자가 조나단 비야르, 코리 디커슨, 헤수스 아길라 등 풀타임 빅리거들이 즐비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번째 등판의 호투는 더욱 돋보였다.

김광현은 시범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며 피안타 없이 1볼넷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시범경기부터 지나치게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선발 자리가 보장된 류현진과 달리 5선발 경쟁을 하는 김광현 입장에서는 시범경기부터 강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 김광현이 시범경기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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