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에서 곽상천 역할을 맡은 이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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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난다면 말도 섞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의 10m 근처에도 절대 안 갈 것 같다."
이희준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본인이 연기한 곽상천 경호실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26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의 40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곽상천 실장은 극 중에서 박통(이성민 분)을 맹신하고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인물. 김규평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중정부장 김재규를, 곽상천은 당시 박 대통령과 함께 사망한 차지철 실장을 모티브로 각색한 캐릭터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희준을 만났다.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유신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항쟁이 번졌을 당시 차지철 실장은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명을 죽였는데, 까짓 것 우리도 100만 명 정도 죽는다고 큰일나겠나. 탱크로 깔아뭉개자"라며 강경진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도 이 장면은 그대로 재현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희준은 "곽상천을 이해하고 연기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캄보디아에 대해 그가 하는 말은 무시무시하다. 이 말을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해가 전혀 안 됐다. 그래서 곽상천이 어떻게 자랐고 5.16 쿠데타에서 어떻게 각하를 만났고 그 이후 각하가 그 인물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혼자서 (상상을 통해) 캐릭터 구축을 탄탄하게 하려고 했다. 아마 곽상천을 그토록 믿어주는 사람은 각하가 유일했을 것이다. 생물학적 아버지보다 더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곽상천같은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면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 10m 이내에도 절대 안 갈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에서) 곽상천을 봤을 때 사람 이희준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도 연기를 하려면 인물을 이해해야만 하지 않나.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 영화 촬영이 끝났을 때는 연민이 조금 들기도 했다. 곽상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