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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김연경, 진정한 영웅"... 여자배구 대표팀 '특급 인기'

[진단] 월드오브발리 '부상 투혼' 극찬... 14인의 전사가 만든 합작품

20.01.15 15:11최종업데이트20.01.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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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캡틴' 김연경 선수
'대한민국 캡틴' 김연경 선수박진철 기자
 
해외 유력 배구 전문지가 김연경을 도쿄 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의 '영웅'으로 선정해 보도했다.

<월드오브발리(WorldofVolley)>는 14일(아래 한국시각)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5개 대륙별 올림픽 예선전이 모두 종료된 직후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한 남자배구와 여자배구 선수 1명을 각각 선정해 '진정한 영웅'이라고 극찬을 했다. 남자배구 선수로는 독일 대표팀의 그로저(1984년생·200cm)가 선정됐다.

해당 매체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충성스런 전사인 김연경은 지난 8개월 동안 5개의 국제대회에서 활약했고, 추가로 소속팀 에자즈바쉬에서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와 유럽 챔피언리그까지 소화했다"며 "그런 탈진 상태가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복근 통증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연경은 복근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고, 대만과 준결승에도 출전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태국과 결승전에 다시 나타나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승리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결승전 직후 김연경은 진통제를 복용하고 경기를 뛰었다고 고백했다. 이는 그로저와 똑같다"며 "두 선수가 영웅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찬사를 남겼다.

남자배구 독일 대표팀 주 공격수인 그로저도 지난 11일 도쿄 올림픽 유럽지역 예선 결승전 독일-프랑스 경기에서 초반에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미 조별 예선 리그에서 종아리 부상으로 1경기 결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릎 부상까지 추가됐다. 그럼에도 진통제 처방을 받은 뒤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그로저는 20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리며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에는 실패했다. 독일이 프랑스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가며 조국을 올림픽 무대에 보내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지만, 아쉬운 결말을 맞게 됐다.

<월드오브발리>는 "그로저의 독일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로저는 2015-2016시즌 V리그에서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남자부 득점왕과 서브왕으로 2관왕을 차지했다.

여자배구 대표팀 14인의 전사 '모두가 영웅'
 
 월드오브발리(WorldofVolley) 김연경 보도
월드오브발리(WorldofVolley) 김연경 보도WorldofVolley 화면캡처
  
김연경은 그로저와 똑같이 진통제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말도 해피엔딩이었다. 그는 12일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태국과 결승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2득점)을 올리며,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이끌어냈다.

경기가 끝나자 한국과 태국 선수들은 각각 폭풍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눈물의 의미는 천당과 지옥만큼이나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 본선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감격의 눈물'이었고, 태국의 황금 세대 선수들은 당장 대표팀 은퇴에 내몰리게 된 '회한의 눈물'이었다.

한국은 김연경뿐만 아니라, 대표팀 14인 모두가 자기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실제로 김연경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재영, 양효진, 김수지, 이다영, 김해란 등 나머지 주전 멤버들은 매 경기 좋은 모습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재영은 이번 대회 득점 부문 2위, 공격성공률 1위(60%)를 기록하며 김연경 부재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라이트 공격수 김희진은 중요한 경기인 준결승과 결승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대만과 준결승에서는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18득점)을 올렸다. 이재영과 김희진은 각각 허리와 종아리 부상으로 고통이 심했음에도 책임감을 발휘해 감동을 자아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도 '특급 조커'였다. 강소휘는 조별 예선 리그와 준결승전까지 폭발적인 서브와 강한 공격력으로 상대 팀을 제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박정아도 조별 리그에선 주전으로, 결승전에선 교체 멤버로 투입돼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염혜선도 태국과 결승전 3세트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토스로 역전에 기여했다. 표승주도 조별 리그에서 이재영과 교체 투입돼 주전 선수 체력 관리에 힘을 실어줬다.

김연경은 13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티켓 획득의 공을 모두 동료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이번 예선전은 후배와 선배 언니들이 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과 결승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 한 경기에 정말 모든 걸 다 걸고 싶다는 생각에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제가) 결승전에서 어느 정도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태국과 결승전 당시 선수들의 절박하고 비장했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한국 배구의 최대 염원이었던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에 성공한 것은 이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간절함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내 부상 상태가 어떻든, 반드시 올림픽 티켓을 따겠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14인 모두가 전사였고 영웅이었다.

국민과 언론, 뜨거운 관심... '올림픽 티켓 효과' 실감
  
한편 12일 한국-태국 결승전의 TV 생중계(MBN) 시청률은 전체 가구 기준으로 5.4%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된 종편과 케이블TV 프로그램 전체를 통틀어 시청률 순위 5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 발표 자료). TV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온라인과 휴대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국민도 많았다. 한 포털 사이트의 한국-태국전 생중계 화면은 동시 접속자 수만 경기 내내 '1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중계 방송사가 지상파가 아닌 데다, 경기 시간대도 일요일 오후 8시로 주말 인기 드라마, 남자축구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전 한국-이란 경기 방송 시간과 겹친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수치들이다.

13일 여자배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한 인천국제공항에는 언론사 취재진과 환영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뉴스 전문 TV는 보도하던 뉴스를 중간에 끊고, 여자배구 대표팀의 공항 귀국 장면과 김연경 선수 인터뷰를 현장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여자배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자사 3개 채널을 통해 이번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한국 팀의 경기를 매일 수차례 재방송하고 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남자축구, 야구 국가대표팀과 함께 흥행 보증수표로서 위상을 확실하게 입증한 셈이다. 앞으로 여자배구 대표팀 중계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국 프로 리그가 대중적 인기를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확대가 아니라 국내 선수들 중에서 대중 스타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와야 한다는 점, 아울러 대중의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는 국제대회 선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특히 올림픽은 단순히 국가에 봉사하고 희생하는 차원을 넘어 선수 개인에게도 꿈의 무대이자 실질적 이익이 된다. 선수 개인과 해당 종목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종목의 리그 흥행으로 직결되고, 리그 인기는 프로구단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선수들의 연봉 인상 요인으로 작동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인기 급등도 2012년, 2016년 두 번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효과가 '최고 촉진제'였다.

여자배구, 올림픽 메달 전망... 이제는 '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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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성과도 대단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경기 내용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장인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를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로 대폭 업그레이드시켰다. 경기 자체가 박진감이 넘치고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 메달 획득이 꿈이 아니라 '기대해볼 만하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김연경도 귀국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메달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예감이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해 벽두 국민들에게 희소식을 안긴 대표팀 선수들은 꿈의 무대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국내 선수들은 14일부터 후반기 V리그 일정에 돌입했다. 김연경도 18일 오전 터키로 출국한다.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명품 드라마'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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