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흥행 시장을 양분한 CJ와 디즈니
CJ, 디즈니
이를 바탕으로 올해 한국영화시장은 CJ와 디즈니의 성적이 가장 두드러졌다. <극한직업> <기생충>은 CJ 영화였고, 나머지 3편은 공룡기업이 된 디즈니의 영화였다. 흥행 10위 중 두 회사의 영화가 8편이었다는 것은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자본과 수직계열화 대기업에 의해 영화시장이 좌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CJ는 올해 개봉한 핵심 영화 대부분이 흥행하며 수직계열화 기업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줬다.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가 대박 흥행작이 됐고, <나쁜녀석들: 더 무비>가 중박 흥행을, <사바하> <걸캅스> 등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성적을 거뒀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개봉한 <백두산>도 손익분기점 도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영화 프로듀서는 "이렇게 가다가는 종 다양성도 파괴되고 시장에서 관객들은 멀어져가고 오락 액션 블록버스터들만 남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인 감독들의 시나리오도 투자배급사 모니터링을 거치면 너덜너덜, 둥글둥글해져 어디선가 본듯한 영화들이 된다. 색깔 있는 영화는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어 갑갑하다"라고 지적했다.
독립예술영화 시장 위축
스크린독과점과 대기업 수직계열화 등이 작용한 한국영화산업의 편중 현상은 독립예술영화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독립영화는 2년 연속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체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10위 중 한국영화는 <항거:유관순 이야기>,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벌새> 등 3편에 불과했다.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15만 관객으로 1위를 차지하기는 했으나,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하며 상업영화로 개봉됐다가 수개월이 지나 뒤늦게 독립영화로 인정받은 것을 감안하면 순도가 떨어진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20만을 기록한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외에, 독립영화 중 1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극영화인 <벌새>와 <윤희에게>에게 정도다. 14만 관객을 동원한 <벌새>는 한국독립영화의 상징이 됐고, <윤희에게>는 11만 관객으로 2019년 끄트머리에서 독립영화의 위신을 세웠다.
▲한국독립영화로 10만 관객을 넘긴 <벌새>와 <윤희에게>
엣나인필름, 리틀빅픽쳐스
다큐멘터리는 11만을 돌파한 종교다큐 <교회오빠>와 9만 문턱에 다다른 <김복동>이 뒤를 이었다. <칠곡 가시나들>은 대기업 상영관의 차별적 배정에 모욕감을 느낀 감독이 일부 상영관을 보이콧하는 강수를 둔 상황에서도 4만 관객을 넘기며 주목을 받았다.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없었다면 그 이상의 흥행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칠곡 가시나들>은 대기업 상영관에 과감히 맞선 상징적인 영화가 됐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스크린독과점 규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지만 정치권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번 국회 내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류된 법안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마저도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한국영화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화계가 강하게 반대했던, CJ 사외이사 출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성을 보장해야 할 문화정책이 대기업의 과도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지난 13년 동안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영화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시간이 흘러 문화적 다양성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오게됐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탄식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법적 규제를 통한 스크린독과점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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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영화 정책 등의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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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관객'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한국영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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