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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이후 끊긴 '야전사령관' 족보... 김하성이 잇는다

[2019 WBSC 프리미어 12] 조별리그 3경기 볼넷 5개, 대표팀 2번 타자로 맹활약

19.11.10 10:16최종업데이트19.11.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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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해외파도 포함되지 않으며 '역대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이 파죽의 3연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한국은 해를 거듭할수록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호주와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캐나다, 그리고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야구의 절대강자로 불리던 쿠바를 차례로 꺾으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뽐냈다.

조별리그를 통해 확인한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견고한 마운드의 높이다. 대표팀에 선발된 13명의 투수 중 문경찬(KIA 타이거즈)을 제외한 12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 한국은 3경기 동안 단 1점만을 내줬다. 27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고작 0.33.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좌완 원투펀치' 양현종(KIA)과 김광현(SK 와이번스)은 호주와 캐나다전에서 12이닝 2피안타 무실점 17탈삼진을 합작했다.

호주전 5득점에 이어 캐나다전 3득점으로 주춤했던 타선도 쿠바를 상대로 7점을 올리며 타격감도 대폭 끌어 올렸다. 그 중에서도 박민우(NC다이노스), 김하성, 이정후(이상 키움 히어로즈)로 이어지는 1,2,3번은 한국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톱타자와 중심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유격수 김하성은 '차세대 국민 유격수'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공수 활약이 절실한 김하성 ⓒ 키움 히어로즈

 
강정호 사건

2002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 대표팀 내야를 이끌었던 야전사령관은 언제나 박진만(삼성 라이온즈 작전 코치)이었다.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를 오가면서 6개의 우승반지를 낀 박진만은 대표팀에서도 든든한 수비로 대표팀의 내야를 이끌었다. '국민 유격수'라는 닉네임은 오직 박진만에게만 어울리던 칭호였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도 2008시즌을 끝으로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표팀은 2009년 제2회 WBC에서 박기혁(kt위즈 수비·주루코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3년 WBC에서는 손시헌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했다. 두 선수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대표팀에 기여했지만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박진만의 장기적인 대체자가 되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야구 대표팀에는 박진만을 능가하는 최고의 유격수 자원이 등장했다. 바로 유격수 최초로 40홈런 고지를 밟은 '평화왕' 강정호였다. 3루수로 활약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전 멀티 홈런을 포함해 13타수8안타(타율 .615) 3홈런8타점으로 차원이 다른 활약을 펼친 강정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14타수5안타(타율 .357)2홈런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강정호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해 2년 동안 36홈런을 치며 맹활약했고 한국의 '2대 국민 유격수'는 당연히 강정호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강정호는 2016년 겨울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2년의 공백을 가졌고 올 시즌에도 65경기에서 타율 .169 10홈런24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력을 떠나서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강정호가 다시 대표팀에 선발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김재호(두산 베어스)가 주전 유격수로 출전했다. 김재호는 7경기에서 타율 .450(19타수8안타)1타점6득점을 기록하며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1985년생 김재호는 첫 국제대회에 출전할 당시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베테랑이었고 한국은 김재호의 다음 세대를 이끌 선수가 필요했다. 2017년 제4회 WBC에서 프로 4년 차에 불과했던 김하성이 대표팀에 선발된 이유다.

김하성의 맹활약

김하성은 지난 2015년 히어로즈에서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의 대체 자원으로 키웠던 선수다. 김하성은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15년 타율 .290 19홈런73타점22의도루로 KBO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특급 유격수 자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주전 3년째를 맞는 2017년엔 타율 .302 23홈런114타점16도루로 개인 최다타점 기록과 함께 20-20 클럽에 가입하며 엘리트 유격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김하성은 만24세, 혹은 입단 3년 차 이하 선수들이 출전했던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부터 대표팀 내야의 대들보로 활약했다.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장염에 시달려 고생하는 와중에도 한국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김하성이 당연히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김하성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3경기에서 모두 2번 유격수로 출전해 한 번의 교체 없이 전 경기, 전이닝을 소화했다. 그만큼 김경문 감독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하성은 조별리그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자신이 왜 만24세라는 젊은 나이에 대표팀의 붙박이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는지 증명했다.

김하성은 조별리그에서 9타수2안타로 타율은 .222에 불과하지만 무려 5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3경기에서 총 7번의 출루에 성공했다. 8일 쿠바전에서는 2회 2사 만루에서 감각적인 배팅으로 주자 2명을 불러 들이는 결승 적시타를 터트리기도 했다. 올해 소속팀 키움에서도 주로 2번타자로 활약하며 .307의 타율과 .389의 출루율을 기록했던 김하성은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출루에 주력했다.

김하성은 올해 112득점으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시즌 19홈런과 104타점, 득점권 타율 .364의 성적이 말해주듯 '해결사 본능'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선수다. 조별리그에서 아직 홈런이 없는 한국의 첫 아치를 김하성이 그려낸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다. 자신의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뛰어난 출루감각을 뽐낸 김하성은 슈퍼라운드 활약을 통해 한 동안 공석이었던 '국민 유격수'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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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 국민 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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