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환 서울 인디스페이스 관장.
이선필
"(한국독립영화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 빼곤 다 문제인 것 같다. 시기에 따라 영화적 질도 별로라던 때가 있었지만 최근 <우리집> <벌새> <메기> 등의 작품을 보면 좋은 평가를 얻고 있잖나. 시기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 성과가 한국독립영화를 재생산하는 구조에 기여한다든가 거기까진 가진 못하는 것이다."
한국독립영화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짚어달라는 물음에 대한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1998년 전국씨네마떼끄연합 사무국장, 2002년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과 배급지원센터 소장을 경험한 그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추진하려 애썼고, 독립영화 상영배급 운동에 앞장선 인물. 2007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이후 부관장을 거쳐 현재 관장을 맡으며 독립영화 상영배급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국의 독립 및 예술영화전용관 수는 57개로 전체 영화관(483개)의 약 12% 수준인데, 스크린 수는 72개로 전체 스크린 수(2937개)의 약 2% 수준이다. 좌석 수 역시 9068석으로 전체(44만 9765석) 중 2%다. 1년에 개봉하는 전체 영화 중 독립예술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1646편 중 496편, 2018년 기준)인데 상영관 수만 놓고 보면 상당히 적은 비중임을 알 수 있다.
전용관 운영 사업 또한 지원 정책이나 정권에 따라 편차가 컸다. 인디스페이스, 강릉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신영은 한때 폐관했다가 재개관했고, 거제아트시네마, 동숭아트시네마, 씨네코드 선재 등 독립영화와 관객의 소통 창구가 됐던 여러 극장들은 끝내 폐관했다.
독립영화 정책 우선순위는?
그간 원승환 관장은 스크린 상한제(황금 시간대에 특정 영화 비중을 50% 이상 넘지 못하게 규제)를 주요 골자로 한 우상호 의원의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아래 영비법)에 대해 "독립 및 예술영화전용관 내용이 빠져 있다"며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내지 스크린을 고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더불어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극장 개봉이 아니더라도 지원하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안을 일관되게 했다. 대안 상영 및 배급을 고민해온 그의 말을 더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개정 혹은 제정될) 모든 법이 독립영화에 도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 시장에 정당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도입될 필요가 있지. 그런 정책은 주류 시장에서의 정책이고 그게 독립영화엔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걸 확인하면 되는 거다. (여기에 더해) 독립영화의 공정한 기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따로 만들어서 대봐야지. 서로 다른 주제를 섞는 게 아니라 함께 가져가면 될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영화 정책의 우선순위를 말할 때 가장 낮은 수준에서 합의되는 게 독립영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모두가 하는 이야긴데 지원 방향에선 갈리지. 제작 지원이냐 배급 지원을 얼마 주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금 시장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는 것도 지원이다. 이런 걸 동시에 추진하면 가장 좋지 않겠냐 생각하는 것이다. 독립영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스크린 하한제 등이 있으면 물론 좋지.
지금까지 나온 영비법 개정안 중 조승래 법안이 상한제와 하한제를 포괄하고 있다. 도종환, 안철수, 우상호 법안보다 더 균형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은데 가장 이야기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반 독과점 투쟁을 하는 분의 관심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바로미터 아닐까 싶다. 독립영화계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여러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원승환 관장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원 관장은 "영진위 등의 지원금이 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토론이 잘 되고 있진 않아 보인다"며 지적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독립영화에 돈을 어느 정도 주는 걸로 사실상 시장 밖으로 몰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지원금으로 명맥만 유지하도록 하는 걸 (정책 입안자 및 주류 사업자 등) 그들이 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