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의 배우 강하나씨
경기도
- 공식적인 표기는 '일본군 위안부'인데, 경기도는 조례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로 바꿔서 표기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정래 "과거에 많이 쓴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은 일본식 표기로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안 쓰고 있다. 해외에서 '귀향' 상영회를 할 때, 영문 팸플릿에 'Comfort Women'(위안을 주는 여성)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영어권이나 유럽에서는 오해를 많이 한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고, 그 역사적 사실에 분노하고 충격을 받는데, 왜 'Comfort Women'이라는 표현을 쓰느냐는 질문을 꼭 받는다.
'일본군 성노예'라는 말은 사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들을 때마다 불편해하신다. 그런데도 본질적이고,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피해 할머니들이 조금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일본군 성노예'라는 말을 써야 한다. 일본이 툭하면 '종군위안부'라고 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이고, 그런 점을 국민과 전 세계 시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용수 할머니도 '나는 위안부가 아니라, 이용수다'라는 말씀을 꼭 한다. 그만큼 위안부라는 말이 싫은 거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중된 고문의 멍에를 다시 한번 덧씌우는 것이 된다.
일본은 현실도 부정하는 판에 피해자들이 돌아가신다면 은폐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이다. 현재 일본 경제 보복의 근원이 됐던 문제로 들어가다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행동을 비롯해 모든 것이 정말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양의 얘기처럼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이 이것에 대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답답함을 느낀다."
강하나 "할머니들이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라고 불리기 싫어하시지만, 우리가 할머니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도 그렇고, 틀린 인식이 아니라 올바른 인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할머니들을 어떻게 부르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 보수 진영에서는 한일 양측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협의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하는데.
조정래 "이 문제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유엔에서도 공소시효가 없다. 국제사회 룰 자체가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타협의 대상이 되거나, 돈 얼마 줬으니 해결이 됐다거나 할 수 있나. 게다가 2015년 12월 28일에 있었던 한일 간의 위안부 협정 자체는 피해자가 다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원칙 속에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 지금도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일본 내 국민이나 국제사회에 어떻게 알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강하나 "우선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계속 말을 하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은 할머니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안 믿거나 할머니들이 그때 좋아서 일본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일본 정부가 그렇게 교육을 해서 틀린 인식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은데, 그런 분들과 진짜 끝까지 얘기해야만 바른 역사를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얘기를 나눠야 한다."
- 영화에 출연하면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남과 북으로 나뉜 한반도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알아가고 있나?
강하나 "피해자 할머니들이 남쪽에만 계시는 게 아니다. 북쪽에도 계신다. 북이랑 남이랑 가르는 게 아니라, 원래 조선반도는 하나였다.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공부 중이다.
(한반도의 분단에 대해) 많이 느끼면서 살아왔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 민단 계열이 아니라 조총련 계열 학교에 다녔다.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받을 때 남쪽 역사와 북쪽 역사를 따로 배웠다. 같은 조선반도인데 왜 따로 역사를 배울까. 저는 북한을 두 번인가 다녀오면서 직접 북한의 모습을 봤다. 같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는데, 이렇게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눈물), 일본에 살면서도 북이랑 남이랑 가르고 얘기를 하니까, 그게 너무 답답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보면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일본에 있는 교포 친구들도 한국도 가고, 북한도 가고, 다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래서 빨리 통일이 되어서 북도 남도 다 같이 갈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살아왔다."
-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나라가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과 북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조정래 "지금 남과 북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고, 전 국민이 알고 있지만,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 남과 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런 것부터 같이 의견을 모으고, 힘을 모아서 하나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다시 리셋되는 느낌이 들더라도... 피해 할머니들이 끝까지 이 문제를 외치는 것처럼, 남과 북이 또 만나야 하고,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그렇게 만나다 보면 정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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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