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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초 '비선수 출신' 한선태, 새 역사를 만들다

LG 트윈스에서 프로무대 데뷔한 한선태, 그의 프로야구 도전기

19.06.26 16:55최종업데이트19.06.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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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야구장 마운드에서 KBO리그 최초의 역사가 된 공을 던진 LG 트윈스의 한선태 ⓒ LG 트윈스

 
38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지난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최초 '비(非)선수 출신' LG 트윈스의 한선태가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KBO리그 최초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무대 데뷔

이야기의 시작은 2009년이었다. 한 중학생 소년은 학교 교실에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일전을 본 후, 프로야구선수를 향한 꿈을 가슴에 품었다. 부푼 마음으로 인근 고등학교를 찾아갔지만 '비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나 핑계보다는 꿈을 이룰 방법을 찾았다. 꼬박 10년이 지난 2019년 6월 25일, LG 트윈스의 투수 한선태(25)는 장벽을 넘었다. 그는 1군 마운드에 올라 '역사'를 던졌다. 

한선태는 중·고등학교 야구부에서 선수로 뛴 경험 없이 홀몸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근처 고등학교 야구부 입단을 희망했지만 거절당했다. 아마추어가 기존 선수들의 훈련량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도 미룬 채 고양 원더스의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또 낙방했다. 비선수 출신이라는 신분이라는 큰 산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제도권에 들기 위해 비선수 출신도 입학이 가능한 세종대 야구부를 찾았다. 그러나 투수를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 학기 만에 단념하고 군 입대를 지원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가슴 속 야구를 향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전역 후 한선태는 자비로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그만큼 배움이 절실했다. 그가 야구를 정식으로 배우는 첫 번째 순간이자 전환점이었다. 언더핸드였던 한선태는 박종대 코치의 조언으로 투구폼을 사이드암으로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구속이 144km/h까지 상승한 것이다. 덕분에 자기확신도 생겼다. 당시 그를 상대한 KIA 타이거즈의 2군 감독도 한선태를 탐냈다. 

그러나 또다시 신분이 문제였다. 비(非)선수 출신은 KBO리그에 입단조차 할 수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공문을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섰다. 일본은 비선수 출신도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일본 독립야구팀에 입단했다. 이후 지난해 1월 KBO의 규정이 개정되며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10라운드 95번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하는 쾌거를 이뤘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퓨처스 리그도 정복, 1군에도 콜업되었다.

그리고 지난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8회초, 한선태는 데뷔 첫 등판을 가지게 됐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그는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안타를 맞으며 떨리는 시작을 맞이했다. 후속타자 안상현을 상대로도 3볼 0스트라이크 카운트에 몰렸지만, 끝내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이후 김성현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지만 고종욱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1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에 스포티비(SPOTV)의 이준혁 캐스터는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가 '태'어났습니다"라는 3행시 멘트로 그의 데뷔전을 축하하기도 했다.

국내 프로 스포츠는 대부분 '엘리트 스포츠'다. 학교의 운동부에서는 프로 선수를 길러내는 것을 위주로 초점을 맞춘다. 학창시절부터 운동선수로 뛰어야만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 올림픽만 봐도 이런 상황을 볼 수 있다. 출전 선수 대부분이 프로 선수다. 국내 최대 규모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 한 명의 반례가 생겼다. 그의 이름은 'LG 트윈스 투수' 한선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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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박성균
야구 KBO리그 LG 트윈스 비선출 한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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