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달과 6펜스> 중 '불쾌한 테이블' 넘버의 한 장면
프로스랩
'불쾌한 테이블' 넘버에서 인물들의 성격과 가치관이 드러난다. 미셸의 집 테이블에 4명이 앉아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모두 다른 말, 다른 생각을 한다. 모리스는 "입 닥치고 그려야 할 걸 그리면 된다"며 "예술은 세상에 던지는 비웃음"이라고 말한다. 유안은 "학교에서 배우는 미술의 기본기, 화가가 되기 위한 개인의 노력, 혼자만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케이는 "예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평가가 있어야 예술이 존재 한다"고 말한다. 미셸은 "한 순간의 자유"라는 소절을 넌지시 부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유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쾌한 테이블'은 인물들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완벽한 장면이다. 의자에 앉아있는 자세, 표정, 찻잔을 드는 방법까지 제각각이다. 멜로디에 맞춰 바뀌는 조명 아래서 간단한 안무가 이어지는데 찻잔을 인물의 머리에 붓는 등 상징적인 행동들도 담겨있다.
특히 다 같이 부르는 "예술이 대체 뭐지"라는 소절에 이어 미셸, 유안, 케이, 모리스 순으로 "한 순간의 자유 한 순간의 느낌" "혼자 해내야 만하는 치열한 싸움" "그저 세상에 던지는 비웃음" "예술은 혼자 완성될 수 없어" 라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예술을 노래한다. 4개의 달과 그림자가 그려지는 장면이다.
유안과 모리스의 자화상이 같이 걸린 이유
유안과 모리스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를 본능적으로 싫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같이 있게 됐고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닮아간 이유는 뭘까.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모습에 끌렸던 것 같다.
유안은 오래전부터 본인도 모르게 예술로서 욕망을 불태울 일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예술가는 죽어서 인정 받는다'는 말도 있듯이 그 욕망이 모리스를 만나 표출됐다. 따라서 결국 유안은 모든 시간과 에너지, 욕망, 욕구를 폭발시키고 스스로 그림이 됐다.
모리스 죽음의 동기는 유안이다. 상상해오던 작품의 완성과 삶의 마지막 순간을 유안이 먼저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고 나면 뼛가루로 대신 그림을 그려줄 케이까지 있으니 안심이 됐을까. 모리스는 죽는 순간 비로소 예술은 같이 하는 거라는 걸 깨닫는다.
유안과 모리스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프기는 했지만 '달이 되고 싶었던 6펜스' 유안과 '달이 되어 버린 6펜스' 모리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마지막 순간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
자신의 혼을 바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죽음. 어쩌면 식상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과 6펜스>는 예술가와 비예술가를 모두 작품에 등장시켰고, 이때까지 예술에 대해 다뤘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전문용어 사용이 적다는 점이 신선하다. 특유의 어둡고 신비스러운 무대 분위기와 노래도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처음엔 예술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예술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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