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유가족, 세월호 처벌 대상자 발표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1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유성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계속돼야 한다."
지난 15일,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서울 광화문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1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참사 발생 보고를 받았음에도 유효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그 대상이었다. 또, 침몰 당시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던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6명도 포함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세월호 유족들을 불법 사찰했던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충격적이게도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이른바 '세월호 TF'를 꾸려 세월호 유족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감시했다고 한다. 학력, 정당 당원 여부, 정치적 성향 심지어 인터넷 물품 구매 내역까지 들여다 봤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고작 "유가족들이 언론 플레이해서 떼쓰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내용의 첩보를 작성했다.
5년이 지난 뒤에야 이런 '진실'들이 조금씩 겨우 밝혀지고 있는데, 어찌 '지겹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그만두자'는 참혹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제야 겨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긴 세월이 걸릴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계속돼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곧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 모두가 상처를 받았다. (영화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이종언 감독)
두 번째 숙제는 바로 '치유'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긴 시간 동안 아픔과 슬픔 속에 신음했다. 그건 불안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가족들 중 누군가를 그리 비참하게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그 공포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우리가 이 정도이니, 그 유가족들은 오죽하겠는가. 완치는 없을지 모른다.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씻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건드리면 겨우 추스린 감정이 터질까 싶어서, 괜히 긁어부스럼이 될까 싶어 외면할 순 없는 일이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오히려 세월호를 금기어처럼 여기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는 게 능사는 아니다. 겁이 난다고 해서 그냥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는 '대면'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기에 영화는 좋은 매개(媒介)일 것이다.
"세월호 보기 두려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