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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SK, 올해도 투수-타선 걱정 없다?

[2019 KBO리그 10개 구단 전력분석 ⑩] 왕조 재건 꿈꾸는 SK 와이번스

19.03.22 10:29최종업데이트19.03.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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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지난 2002 시즌과 2013 시즌이 끝난 후 각각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과 김진욱 감독을 해임했다. 표면적으로는 팀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야구 팬들은 프런트가 다루기 힘든 인물이라는 이유로 좋은 성적을 올린 감독이 경질됐다는 사실에 많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그리고 새 감독을 맞은 LG와 두산은 이듬해 거짓말처럼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준우승팀 감독이 경질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정점을 찍은 감독들은 대부분 재계약이나 연장계약 같은 선물을 받곤 한다. 실제로 프로 원년부터 2017 시즌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곧바로 팀을 떠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작년 SK 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가을야구 전부터 SK와의 결별을 통보했고 힐만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남기고 아름답게 팬들과 이별했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된 다음날 곧바로 '염갈량' 염경엽 단장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작년까지 SK의 단장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후방 지원한 염경엽 감독은 2016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를 떠난 후 3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디펜딩 챔피언'을 이끄는 신임 사령탑이 된 염경엽 감독은 선수, 단장에 이어 감독으로서도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투수] 봉인 해제된 '에이스' 김광현과 강속구 투수 즐비한 불펜진
 

SK 와이번스 2019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힐만 감독은 시즌 전부터 팔꿈치 수술 후 복귀하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에게 '이닝관리'를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작년 정규리그에서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로 멋지게 복귀 시즌을 치렀다. 물론 힐만 감독이 김광현을 아끼면서 시즌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303.2이닝을 던지며 20승을 합작한 든든한 외국인 듀오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앙헬 산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리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갔고 SK는 전반기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던 산체스에게 재신임을 보냈다. 켈리 대신 SK의 선발진에 합류할 새 외국인 투수는 캐나다 출신의 우완 브록 다익손. 203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다익손은 빅리그 경력은 없지만 나이(1994년생)가 젊어 켈리처럼 '성장형 외국인 선수'로의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다. SK로서는 김광현의 이닝제한이 풀린 것만으로도 선발진에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작년 시즌 켈리를 제치고 팀 내 최다 이닝(159.1)을 소화하며 14승을 따낸 잠수함 박종훈은 '4선발'이라 부르기 미안할 만큼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2016년 91개에 달했던 볼넷을 작년 시즌 54개까지 줄였고 삼진은 데뷔 후 가장 많은 133개를 잡아내면서 '완성형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작년 150.2이닝을 책임지며 8승을 거둔 문승원 역시 올 시즌 '리그 최고의 5선발'로 활약할 예정이다.

작년 포스트시즌 호투로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낙점 받았던 정영일이 부상을 당한 SK는 작년 9승 10홀드 ERA 3.83으로 맹활약했던 좌완 김태훈이 뒷문을 맡을 확률이 높다. 염경엽 감독은 정영일이 돌아올 때까지 서진용, 강지광, 하재훈 등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신예 투수들을 실험할 예정이다. 여기에 박희수, 김택형, 신재웅 등 좌완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면 SK는 한화에 버금가는 막강한 불펜진을 구성할 수 있다.

[타선] 고작 '백업 1루수'를 걱정하고 있는 비룡들의 무서운 파괴력
 

SK 와이번스 김강민 ⓒ SK와이번스 제공/연합뉴스

 
역대급 명승부로 펼쳐졌던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낸 것은 김강민과 한동민의 백투백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마무리로 투입하며 초강수를 둔 두산을 상대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한 방도 최정의 홈런이었다. 2017년 234 홈런에 이어 작년 시즌에도 233개의 타구를 외야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 SK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강의 '홈런군단'이다.

SK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무려 175억 원을 투자해 FA자격을 얻었던 3루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43홈런을 친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도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한동민과 최정, 로맥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올해도 상대 투수들을 벌벌 떨게 만들 것이다. 작년 시즌 27홈런을 때린 김동엽(삼성 라이온즈)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지만 SK에는 여전히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거포들이 즐비하다.

작년 시즌 후반기부터 살아날 징조를 보인 김강민은 가을야구 11경기에서 3홈런11타점을 폭발하며 '짐승남'의 건재를 증명했다. 김강민이 작년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존재감을 올 시즌에도 계속 이어간다면 염경엽 감독은 1군 엔트리와 주전 라인업을 짜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SK 외야에는 한동민, 김강민, 노수광, 정의윤, 정진기, 김재현, 배영섭, 고종욱 등 각기 다른 특징과 장점을 가진 외야수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다만 로맥의 1루 백업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됐던 최승준과 박정권의 부상은 염경엽 감독을 걱정스럽게 하는 부분이다(물론 주전 선수가 부족한 팀 입장에서 보면 배부른 고민이다). 장타를 칠 수 있는 좌우 백업 1루수가 동시에 빠지면서 SK는 유틸리티 내야수 나주환의 1루 나들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염경엽 감독은 외야진이 풍부한 만큼 김강민에게 1루를 맡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주목할 선수] 이적 후 폭발한 강승호, 정근우 잇는 '스타 2루수' 될까

2013년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에 입단한 강승호는 '터줏대감' 오지환의 자리를 위협할 유격수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유격수 수비에 부담을 느낀 강승호는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2루수로 전향했다. 마침 LG는 박경수(kt 위즈) 이적 후 확실한 주전 2루수가 없었기 때문에 LG팬들은 하루 빨리 강승호가 2루수로 자리를 잡아주길 기대했다.

강승호는 2017년 85경기에 출전해 타율 .250 5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LG의 주전2루수로 성장하는 듯 했다. LG도 2017 시즌이 끝난 후 베테랑 내야수 손주인(삼성)을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했을 정도로 강승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강승호는 작년 시즌 개막 후 32경기에서 타율 .191 1홈런 10타점으로 부진하다가 2군으로 내려갔고 결국 그 해 7월말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SK 이적 후 37경기에 출전한 강승호는 타율 .322 2홈런 21타점으로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내며 부상 선수가 많았던 SK 내야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승호는 가을야구에서도 9경기에 출전해 2홈런 5타점 7득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문광은의 LG 이적 후 성적이 1패 ERA 12.15인 점을 고려하면 SK는 강승호 트레이드를 통해 큰 이득을 본 셈이다.

강승호는 올 시즌에도 SK의 가장 유력한 주전 2루수 후보로 꼽히지만 그렇다고 풀타임 주전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강승호는 작년에도 한 차례 주전 기회를 날린 적이 있고 SK 내야에는 작년 98경기에서 타율 .293 7홈런 35타점을 기록했던 최항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근우(한화 이글스) 이후 스타 2루수가 없었던 SK에 강승호라는 대형 유망주의 가세는 염경엽 감독과 SK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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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시즌 프리뷰 SK 와이번스 김광현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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