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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기다린 주전부터 어린 유망주까지... 올해 빛낸 샛별들

[프로배구] 최은지-한다혜-유서연, 올 시즌 활약 펼친 신예 스타들

19.03.12 10:23최종업데이트19.03.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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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기업은행 3-1 승)를 끝으로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90경기가 모두 마감됐다. '핑크폭격기'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클러치 박' 박정아(도로공사),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같은 스타 선수들은 이번 시즌에도 변함 없이 배구 팬들을 매료시켰다. 김세영, 김해란(이상 흥국생명), 정대영(도로공사) 등 나이를 잊은 노장 선수들의 활약도 여전했다. 

반면에 예년만 못한 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잃은 선수도 있었다. V리그 최고의 왼손잡이 오른쪽 공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꽃사슴' 황연주(현대건설)는 팀이 수비에 비중을 두면서 고유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고 지난 2월 손가락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한송이(KGC인삼공사) 역시 이번 시즌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경기 중간에 투입되는 '조커'로 변신했다.

이처럼 적지 않은 베테랑 선수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 채 성적 하락을 경험했음에도 여자배구가 출범 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만큼 많은 신예 선수들이 새롭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팀의 간판 선수가 되려면 시간과 경험이 더 필요하지만 이번 시즌 많은 선수들이 눈부신 기량 발전으로 배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적하자마자 주공격수로 맹활약, 준척급 FA 이적의 모범사례
 
 최은지는 이적 한 시즌 만에 인삼공사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최은지는 이적 한 시즌 만에 인삼공사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 한국배구연맹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 구단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서울 중앙여고와 박정아의 부산 남성여고, 그리고 최은지(인삼공사)의 진주 선명여고를 지명했다. 하지만 김희진과 박정아가 V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로 도약한 것에 비해 '고교 빅3' 중 한 명이었던 최은지는 좀처럼 프로 무대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에서 활약하다가 2016년 2: 2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한 최은지는 프로 데뷔 후 7번의 시즌을 보냈지만 한 번도 시즌 100득점을 넘긴 적이 없었다. 182cm의 좋은 신장에 파워까지 갖춘 선수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지만 최은지의 앞에는 언제나 '국가대표 윙 스파이커' 박정아가 있었다. 결국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최은지는 연봉 8000만 원의 조건으로 인삼공사와 계약했다.

인삼공사 이적 후 충분한 기회를 부여 받은 최은지는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작년 8월 컵대회에서 113득점(평균 22.6점)을 퍼부으며 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에 선정됐다. 서남원 감독은 이번 시즌 2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외로운 에이스' 알레나 버그스마의 부담을 덜어줄 토종 공격수로 최은지를 낙점했다. 그리고 최은지는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부진한 팀 성적과는 별개로 '알짜배기 FA'로 맹활약했다.

프로 데뷔 8시즌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최은지는 인삼공사가 치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34%의 성공률로 360득점(12위)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인삼공사에서 최은지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린 토종 선수가 188득점의 한수지인 점을 고려하면 최은지는 이번 시즌 알레나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제 배구 팬들은 인삼공사를 대표하는 토종 공격수로 최은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6년을 기다려 얻은 주전 자리 확실히 잡은 준비된 리베로 
 
 한다혜의 나현정의 갑작스런 이탈로 인해 데뷔 6년 만에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했다.

한다혜의 나현정의 갑작스런 이탈로 인해 데뷔 6년 만에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2년 6월 GS칼텍스는 차세대 세터로 이나연을 영입하기 위해 주전 리베로 남지연을 기업은행으로 트레이드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신예 나현정 리베로를 믿었기에 가능한 트레이드였다. 실제로 나현정은 2013-2014 시즌 GS칼텍스의 챔프전 우승 당시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고 2014-2015 시즌, 2015-2016 시즌에는 '터줏대감' 김해란, 남지연을 제치고 리베로 부문 BEST7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송이가 인삼공사로 이적하면서 팀 내 최고참이 된 나현정 리베로는 2017년부터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김해란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리베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8-2019 시즌 초반 뛰어난 팀 성적에도 개인 기록 하락과 그에 따른 악성 댓글 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팀에서 이탈했다. GS칼텍스는 심리치료 등을 약속했지만 끝내 나현정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임의탈퇴 처리했다.

나현정 이탈 초기에는 2년 차 한수진에게 리베로 자리를 맡겼던 차상현 감독은 나현정의 임의탈퇴가 구체화된 시점부터 프로 6년 차 한다혜를 주전 리베로로 투입시켰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5순위(전체 13순위)로 GS 칼텍스에 입단한 한다혜는 나현정의 그늘에 가려 한 번도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한다혜는 가장 부담이 큰 포지션 중 하나인 리베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이번 시즌 27경기에 출전한 한다혜는 43.04%의 리시브 성공률과 세트당 3.46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GS칼텍스의 수비를 안정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물론 아직 주전 리베로로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봄 배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다혜 리베로가 없었다면 5년 만에 찾아온 '장충의 봄'도 없었을 거란 점이다.

'김천 아이돌'로 성장하고 있는 1999년생 유망주
 
 유서연은 외국인 선수가 빠진 기간 동안 만만치 않은 공격력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유서연은 외국인 선수가 빠진 기간 동안 만만치 않은 공격력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 한국배구연맹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의 구단별 선수 소개 페이지를 보면 도로공사의 왼쪽 공격수는 박정아, 전새얀, 하혜진, 우수민까지 총 4명으로 나와 있다. 2017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유서연은 윙스파이커가 아닌 임명옥, 박혜미 등과 함께 리베로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관리자가 이번 시즌 유서연의 활약을 봤다면 홈페이지 수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유서연은 강한 서브와 안정된 수비를 갖춘, 박미희 감독이 좋아하는 유형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7년 흥국생명이 FA 시장에서 김해란 리베로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인삼공사가 보상선수로 유서연을 선택했다. 그리고 유서연은 다시 오지영 리베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 유서연은 프로 입단 후 지난 시즌까지 69경기에 출전해 단 44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출전 경기수보다 득점수가 훨씬 적으니 홈페이지 관리자가 포지션을 착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유서연은 작년 컵대회 3경기에서 42.31%의 성공률로 26득점을 올리며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과시했고 김종민 감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요소요소에 유서연을 적절히 활용했다.

유서연은 시즌 초반 이바나 네소비치가 팀을 떠나고 파토우 듀크가 합류하기 전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며 배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작년 11월7일 인삼공사전에서는 20개의 디그와 42%의 공격 성공률로 22득점을 올리며 '인생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경험 많은 노장 선수가 많은 도로공사에서 만 20세의 유망주 유서연은 '김천 아이돌'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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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최은지 한다혜 유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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