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한 <캡틴 마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본격 비수기에 접어든 영화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등장해 스크린을 장악하는 것은 수년째 되풀이 돼 온 행태다. 관객이 안 드는 비수기에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낸다는 점에서 국내 스크린의 97%를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상영관들은 반기는 표정이다.
그렇지만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는 미세먼지처럼 최악의 환경이 형성됐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한 영화가 하루 전체 상영의 60%를 차지한다는 것은 극심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한국영화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최소한의 상영 횟수도 보장받지 못하는 영화들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시간으로 밀려나며 관객의 접근성이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스크린 수가 많은 대기업 상영관들이 몰아주기 상영으로 이익을 챙길 수는 있겠으나,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 영화들은 일방적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CGV와 메가박스의 상영 배정에 항의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경우는 대기업이 스크린을 장악한 현실에서 빚어지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스크린 수가 굳이 2000개를 넘지 않고 15~20분 간격의 상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흥행할 영화라면 별다른 지장이 없다. 그만큼 좌석판매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600만을 넘긴 <극한직업>은 최대 2003개 스크린을 차지했고, 천만 문턱에 다다랐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최대 1179개 스크린을 차지했지만 흥행에 지장이 없었다.
그럼에도 한 영화에만 최상의 상영 조건을 밀어주는 극장의 행태는 거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수직계열화한 한국 영화산업의 폐해일 수밖에 없다.
영화인들은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며 법제화를 통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긴 시간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관련 법안들은 한 발 나아가지 못하고 국회에 묶여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가 대기업과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다양성이 사라진 극장의 풍경은 한 영화의 흥행기록에 주목하기 보다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대기업의 이익은 늘어날지 몰라도 규모가 작은 영화나 영화산업에는 상처와 분노만을 남기고 있다. 하나의 영화가 스크린들 독과점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현실은 한국영화에서 걷어내야 할 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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