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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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후배는 눈물겨운 '워킹맘'이다.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맞벌이를 하며 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일을 그만두기에는 이 친구의 능력이 아까웠다.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한 2년쯤 지나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취직이 안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로 편집일을 하다가 얼마 전 한 기관의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보수가 턱없이 낮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할 때보다는 수입이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출근을 한 시간 늦게 해도 된다는 조건도 크게 작용했다.
경력을 인정 받아서 제대로 회사 생활을 했다면, 차장이나 부장급의 연봉을 받았을 친구인데 지금은 초임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 경력만큼 돈을 받지는 못해도, 그나마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공연히 속상해졌다.
게다가 취업을 해도 고단한 워킹맘의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다. 워킹맘들은 회사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처럼, 후배도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나마 지금은 아이도 조금 컸고, 일과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도록 남편의 동반 참여가 뒷받침되긴 하지만, 사정이 이러하니 지금 내 옆에 여성 동료들이 씨가 마른 게 당연하다 싶다.
실제 초임여자 교사는 70~80%인데 여자 교장은 23~24%, 대학교는 조금 더 심하다. 여성 교수는 30% 정도, 여성 총장은 1% 정도에 그친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임신과 동시에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많다. 첫째 아이까지는 출산휴가를 쓰며 어떻게든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도 아이가 조금 크거나 둘째가 생기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던 사람들 중 다시 일을 시작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나 자기가 예전에 했던 일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사실 급여도 문제지만 일단 나이 먹은 여자는 일자리가 없다. 왜 이런 일들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걸까.
그나마 요즘 의미 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용어도 '경력보유'라는 말로 대체해서 사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단절이라는 언어가 주는 수동적인 느낌보다는, 경력 보유의 관점에서 여성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용어 하나 바뀐다고 뭐가 바뀌겠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용어가 바뀌어야 패러다임도 바뀔 수 있으니 중요한 출발이다. 그러면 일자리 창출 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일 수 있지 않을까.
이나영, 이종석 힘 빌리지 않고 성장하길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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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난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이나영(강단)이 이종석(은호)의 힘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현실에서도 혼자 일어설 수만은 없으나, 로맨스 상대 남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단녀를 배려하고 돕는 시스템과 동료들의 협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단녀가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려면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애인의 도움과 사랑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쩐지 로맨스가 별책부록이 아니라 본권이 될 것만 같은 불길한(?) 기운이 들기도 하지만, 부디 내 노파심이길.
그래도 강단이(이나영) 경험을 살려서 마케팅 분야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제가 해봐도 될까요?"라며 기죽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은 보기 좋다.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차가운 듯 보이지만 객관적이고 뼈 때리는 조언을 하며 단이를 지켜보는 고 이사(김유미)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제안하는 단이의 의견을 "그거 좋다" 하면서 받아주는 서 팀장(김선영)도 호감이다.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낼 공감과 협동의 연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출산율 감소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오늘만 해도 대한민국이 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에 진입했다는 기사가 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과 양육 때문에 겪는 경력단절로 인한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각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여성에게 '돈 줄 테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말은 더 폭력적이다. 경력의 지속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야말로 저출산을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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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이종석-이나영의 로맨스, 난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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