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임요환 선수가 출연했을 당시 한 장면.
JTBC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임요환 선수가 정말 황제였다는 것을 압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크래프트의 황제였고, e스포츠 초창기에 스타를 시작한 거물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스타 리그와 e스포츠 자체가 그에게 빚진 것이 많습니다. 다른 신예 게이머들보다 나이도 많은 큰 형님이었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거창하게 불리던 그도 한 명의 젊은이에 불과했습니다.
그가 1980년생이었으니, 지금 보면 어리디 어렸던 나이인 20대 초반에 과중한 책임을 맡았던 것입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팀도 이끌어야 했고, 너무 악착같다고 욕 먹으면서도 새로 진입하는 더 어린 게이머들과 경쟁해야 했으며, e스포츠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처신도 똑바로 해야 했습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제대로 해냈습니다. 그는 기업과 연계된 프로게임팀을 만들었고,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유니폼을 입고 당당한 모습으로 청와대를 방문하며 스타크래프트와 e스포츠를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모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이상한 질문을 받을 때도 침착하게 대처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말 실수도 하지 않았고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1 최고령 결승 진출자의 기록도 그의 것이었습니다.
그는 임요환 자신, 자신의 팀인 SK텔레콤 T1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인 스타크래프트 방송, 나아가 e스포츠를 세우고 지켜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게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 역시 바꿨습니다. 깔끔한 이미지와 언행으로 사람들이 게임에 선입견을 가지는 것을 저지하고, 직업으로서의 게이머라는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 자체를 세우고 지킨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게임 실력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고, 대한민국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한국의 e스포츠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을지도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는 진정 e스포츠의 황제였습니다. 저는 제가 싫어했던 황제가 결국 제가 즐길 수 있던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알겠습니다. 내가 싫어했던 황제, 황제 임요환은 나를 미치게 만든 스타 그 자체였습니다. 황제와 함께해서 정말 즐거운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어 다행일 따름입니다. 나의 황제가 항상 황제로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나를 미치게 만든 스타, 참여하러 가기 http://omn.kr/1gxsk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전화해주실 일 있으신경우에 쪽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