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북>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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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이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백인인 토니입니다. 영화 전체 이야기가 토니의 입장에서 서술되죠. 감독 역시 경력 내내 백인들의 이야기만 연출해온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차별의 피해자인 흑인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연말연시 시상식 시즌의 또 다른 화제작으로서 이미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 같은 작품처럼 신랄한 맛은 더더욱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솔직함입니다. 백인으로서 인종 차별에 관해 잘 모르는 부분까지 굳이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대신, 토니와 돈 셜리 사이에는 인종 문제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지위, 지적 수준, 성적 지향, 가족과의 관계 등 다양한 층위에서 생기는 격차가 있다는 것을 짚어냅니다. 그러면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특출한 누군가의 노력으로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다수가 변화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사람의 일생을 다 바쳐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목표에 대한 선명성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그것을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바꾸어 쉽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그린 북>은 정확히 후자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영화로서, 인종 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누구나 차별의 희생자가 될 수 있고, 그것이 명백히 잘못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따라서 접근이 어렵지 않습니다. 어쩌면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노인이나 일베에 빠진 젊은이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극 중 흑인 배관공이 입 대고 마신 유리컵을 바로 쓰레기통에 처넣던 인종차별주의자 토니도 셜리와 깊이 교감하게 되는 줄거리를 보자면 말이죠. 훌륭한 이야기는 직접 경험 못지않게 강렬한 체험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 <그린 북>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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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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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제대로 담아낸 수작, 이게 '덤앤더머' 감독 영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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