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문화의 으뜸은 말과 글이다
지난 주말(12일) 원주의 한 영화관에서 <말모이>를 봤다. 나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30여 년 국어를 가르쳐 왔다. 영화 <말모이>는 평생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도록 줄곧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의 작품 <마지막 수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멜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프랑스어에 대해서 차례차례로 말씀해 주셨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분명하고, 가장 완벽한 언어라고. 이를테면 어떤 백성들이 노예의 신분이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국어를 견실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가 갇힌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프랑스어를 우리들은 소중하게 지키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 작품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프랑스 알자스의 어느 마을 학교를 무대로, 한 소년의 맑은 눈을 통해 알자스 지방의 불행한 역사와 자기네 모국어를 지키는 아멜 선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주 잘 그렸다. 나는 이 작품을 중학교 때에 읽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을 생전에 만나 뵐 때면 꼭 아멜 선생을 대한 듯했다. 이 선생님은 한자말과 외래어, 외국어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아주 고집스레 우리말을 지키고 되살리는 일에 평생 동안 온몸을 바치셨다.
그 모습은 마치 일제강점기 때 빼앗긴 나라를 찾고자 만주 벌판을 누볐던 독립투사처럼 거룩했다. 하긴 총칼을 들고 일제와 맞서 싸운 것만이 독립운동의 전부는 아니다. 붓을 들고 우리말과 얼을 지키는 조선어 학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독립투사다. 우리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면 해방이나 독립으로 알고 있는데, 그 영토뿐 아니라 문화도 되찾을 때라야만 진정한 독립이라 할 수 있다. 문화의 으뜸은 말과 글이다.
민주주의는 우리말로써 창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