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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존스와 사이보그, 결과도 달랐지만 품격도 달랐다

[UFC] 여전한 '악당 행보' 존스와 '큰 그릇' 보여준 사이보그

18.12.31 13:32최종업데이트18.12.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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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장식할 UFC 마지막 넘버 시리즈 UFC 232대회가 지난 3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더 포럼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주목받았던 남녀 선수는 단연 존 '본스' 존스(31·미국)와 크리스 사이보그(33·브라질)였다.

메인 이벤트와 코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두 거물은 각각 '지대공 요격미사일(The Mauler)' 알렉산더 구스타프손(31·스웨덴)과 '라이어네스(Lioness)' 아만다 누네스(29·브라질)를 상대했다. 구스타프손은 1차전 당시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존스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며 그를 가장 괴롭혔던 상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누네스 또한 체급은 다르지만 밴텀급에서 극강의 포스를 뽐내고 있었던지라 그 어느 때보다도 두 최강자의 위상을 위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존스는 또다시 경기에서 승리하며 라이트헤비급 '끝판 악당'의 악명을 이어갔다. 약물소동을 일으키며 대회 장소까지 바꾸게 만들었던 지라 패하게 될 경우 어느 때보다도 데미지가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외나무다리 매치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사이보그는 누네스의 화력에 넉아웃 패배를 당하며 20연승 행진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두 선수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승리한 존스같은 경우 성공적으로 복귀전을 마쳤음에도 안팎에서 싸늘한 시선이 쏟아져 나오는 데 반해 패배한 사이보그에 대해서는 예전에 비해 더욱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 후 보여준 품격의 차이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존 '본스' 존스와 크리스 사이보그 ⓒ UFC

 
'끝까지 달라진 것 없는' 존스 - '알고보니 호감형' 사이보그
 
'존스는 변하지 않았다.' 이번 전후로 그를 지켜봤던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존스는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와 더불어 UFC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파이터로 꼽힌다. 화끈한 경기력과 빼어난 상품성으로 인해 열성팬도 많지만 이기적이고 사고도 많이 치는 지라 이른바 '민폐 캐릭터'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기도 하다.

죄질 자체를 따진다면 존스는 맥그리거보다도 훨씬 좋지 않다. 연거푸 금지 약물 복용이 걸린 것을 비롯해 음주운전, 뺑소니, 마약 등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골고루 범했다. 거기다 사고를 친 후에도 반성하고 뉘우치기보다 변명과 뻔뻔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역 이미지'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복귀전을 앞두고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존스는 구스타프손전 승리 이후에도 여전한 캐릭터를 드러내고 있다. '몰락한' 사이클 전설 랜스 암스트롱, 숙적 'DC' 다니엘 코미어(38·미국) 등 많은 이들이 금지약물 적발에 관해 존 존스를 비판했다. 또한 경기 직전 금지약물 검출로 인해 경기장을 옮긴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존 존스는 이에 대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뻔뻔한 행보를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존스는 주변의 반응에 상관없이 다음 빅 파이트를 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미어와의 3차전이다. 둘은 두 번의 대결을 펼쳤는데 1차전에서는 접전 끝에 존스가 이겼고 2차전은 존스의 승리 이후 약물이 적발되면서 무효처리 된 바 있다. 존스는 코미어를 상대로 최후의 진검승부를 펼쳐보자며 수위 높은 도발을 반복 중이다.

문제는 현재 '코미어의 체급인 헤비급은 싫고 라이트헤비급에서 붙자'고 존스가 주장하는 부분이다. 2체급을 정복하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코미어지만 상대 전적을 앞세워 자신이 유리한 전장을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팬들은 "수년 전부터 헤비급 진출에 대해 말만 꺼내고 결국은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실제로 존스는 헤비급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고려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예고편 같은 멘트도 종종 날렸으나 실제로 지켜진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만만한(?) '더 넥스트 빅 띵(The Next Big Thing)' 브록 레스너(41·미국)와는 헤비급 대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에서 패배한 사이보그는 충격이 적지 않을 텐데도 의연한 모습으로 전 최강자의 큰 그릇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사이보그는 2005년 데뷔전에서 패배를 맛본 뒤 이날 경기 이전까지 20연승 행진을 이어나가는 괴력을 과시했다. 17승(85%)을 넉 아웃으로 장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기내용도 압도적이었다. 누구도 사이보그와 정면 화력전을 피했다.

누네스에게 초반부터 큰 공격을 얻어맞은 사이보그는 흥분했다. 충분히 흐름을 다시 잡아가며 싸울 수 있었겠지만 자신이 타격전에서 밀리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페이스를 빼앗긴 상태에서도 고집스럽게 같이 펀치를 휘둘렀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사이보그를 물리친 누네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주저앉아 환호했다. 사이보그는 그런 누네스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넸다. 누네스의 손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박수를 쳐주었다. 승자와 패자는 다르지만 과거 론다 로우지를 넉아웃으로 침몰시키고도 흥분을 자제한 채 상대의 몸 상태 확인 후 무릎을 꿇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나서야 기쁨을 표현했던 홀리 홈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사이보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SNS를 통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삶에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는 말을 남기며 훈훈한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기저기서 사이보그에 대한 미담까지 튀어나오며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이보그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명성에 걸맞는 품격을 보여주었다.

최근 UFC는 존스를 비롯 맥그리거, 마이클 비스핑, 조르주 생 피에르 등 사고뭉치 혹은 계산적이고 영악한 '민폐 캐릭터'들이 흥행을 주도하면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이보그가 보여준 품격있는 언행은 훈훈하고 좋은 선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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