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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정의 집중력, KB를 살렸다... 극적인 '버저비터'

[여자프로농구]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역전 3점슛 작렬, KB 80-78 승리

18.12.02 11:13최종업데이트18.12.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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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가 경기 막판에 터진 버저비터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안덕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1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0-78로 승리했다. KB는 지난 11월29일 우리은행 위비에게 당한 패배를 극복하고 상위권을 굳게 지켰고(7승2패) 삼성생명은 마지막 8초를 견디지 못하고 극적인 역전패의 제물이 됐다(3승5패).

국민은행은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이 21득점9리바운드3어시스트로 공격을 이끌었고 포인트가드 심성영도 3점슛 3방을 포함해 개인 시즌 최다인 15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역전 3점슛을 작렬시키며 KB를 연패의 위기에서 구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KB의 간판슈터이자 든든한 주장 강아정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대회 득점왕 출신의 격이 다른 유망주
 
 엄청난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강아정은 KB의 간판스타로 순조롭게 성장했다.

엄청난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강아정은 KB의 간판스타로 순조롭게 성장했다. ⓒ KB스타즈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학창시절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거나 전국 대회에서 재능을 보인 선수들이다. 하지만 강아정은 그 중에서도 남다른 경력을 가진 특별한 유망주였다. 동주여고 시절부터 '리틀 변연하'로 주목 받던 강아정은 2007년 19세 이하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8위에 머물렀지만 강아정은 평균 24.9득점을 올리며 미국과 유럽의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강아정은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국민은행(현KB)에 지명됐다. 강아정은 루키 시즌 평균 18분 9초를 소화하며 5.38점 3점슛 성공률 33%를 기록했다. 강아정은 변연하가 합류한 2008-2009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해 평균 10득점을 기록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아정이 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2011-2012 시즌. 강아정은 2011-2012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36분42초를 소화하며 12.93득점(13위) 3.73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5.6%(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강아정은 소속팀 KB와 함께 유독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입단 초기에는 '레알 신한'이라 불리던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있었고 신한은행의 시대가 끝난 후에는 우리은행이 독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KB는 변연하와 강아정이라는 위력적인 쌍포를 보유하고도 안정적인 포인트가드와 듬직한 센터의 부재로 언제나 중상위권에 만족했다(KB는 박지수 입단 전까지 사실상 토종빅맨 없이 시즌을 보냈다). 2014-2015 시즌 KB는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1차전을 승리했지만 우리은행에게 내리 3경기를 내주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강아정은 챔프전 4경기에서 평균 9득점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5-2016 시즌 노장 변연하가 가드로 나서면서 강아정은 공격에서 역할이 더욱 커졌고 평균 11.97득점 4.8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3.5%를 기록했다. 특히 다소 약하다고 평가 받았던 수비가 몰라보게 좋아지면서 스틸 부문 1위(1.83개)를 차지했다. 하지만 변연하가 어시스트 1위, 강아정이 스틸 1위를 차지하며 고군분투한 시즌에도 KB는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선수(첼시 리)가 한 명 더 뛴 KEB하나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승부처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강심장 슈터
 
 강아정은 경기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역전 3점슛을 터트렸다.

강아정은 경기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역전 3점슛을 터트렸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KB는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초대형 신인 박지수가 가세했지만 변연하가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악재도 있었다. 변연하와 나눠 가졌던 외곽슛에 대한 부담이 오롯이 강아정에게 몰린 셈이다. 강아정은 2016-2017 시즌 리그 1위에 해당하는 38분37초를 소화하며 13.03득점4.61리바운드2.9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전 포인트가드 홍아란이 시즌 도중에 이탈한 KB는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혔다.

득점에 전념했던 2016-2017 시즌과 달리 강아정은 2017-2018 시즌 경기 조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득점은 10.62점으로 다소 하락했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4.14어시스트(4위)를 기록하며 KB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강아정이 시즌 내내 발목 부상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KB는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게 3연패를 당했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우리은행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떠올랐다.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발목수술을 받은 강아정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비시즌 내내 재활에만 매달렸다. 다행히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왔지만 초반 경기 감각, 특히 떨어진 외곽슛 감각을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아정은 지난 11월25일 OK저축은행 읏샷전에서 22득점을 기록하며 감을 회복했고 1일 삼성생명전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하는 한 방을 터트렸다.

사실 이날 KB의 외곽공격을 주도한 선수는 강아정이 아닌 3점슛 3방을 터트린 포인트가드 심성영이었다. 이날 교체 없이 40분 풀타임으로 출전한 강아정은 경기 막판까지 10득점0리바운드1어시스트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팀이 77-78로 뒤지고 있던 종료 2초 전 강아정은 심성영의 패스를 받아 경기를 뒤집는 3점슛을 터트렸다. 강아정의 슛이 포물선을 그리는 사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며 그대로 KB의 승리가 결정됐다.

강아정은 이번 시즌 9경기에서 평균 36분22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10.89득점3.4리바운드3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0.6%를 기록하고 있다. KB의 간판슈터라는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아주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발목수술 여파로 인해 경기감각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아정이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대단히 놀랍다. WKBL을 대표하는 '강심장 슈터' 강아정의 존재는 KB가 우승후보로 불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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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2018-2019 WKBL KB 스타즈 강아정 버저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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