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방송된 < PD수첩 > '화살머리고지전투' 편의 한 장면
MBC
권씨와 박씨의 증언은 깊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남북 정상이 만나 환하게 웃으며 평화를 약속했다고 이들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엔 수많은 권씨와 또 수많은 박씨가 살아간다. 남북 화해는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다. 이렇게 분단으로 원치 않는 고통을 당한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게 핵심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진행하면서 분단으로 인해 원치 않는 고통을 당하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 실패한다면, 남북 화해는 또 다시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분명 분단으로 상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취하려는 정치세력이 준동할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 분단의 고통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 대목에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그린 영화 <강철비>에서 주인공 곽철우(곽도원 분)가 한 대사가 떠오른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 의하여 더 고통받는다."
이런 맥락에서 < PD수첩 >이 분단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의 목소리를 시청자들에게 들려줬다는 사실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난 9.19평양공동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친애하는 여러분, 우리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는 앞길에는 생각 못 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놨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남북 화해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며, 때에 따라선 역풍도 거셀 것이다. 이 역풍을 이기기 위해선 여러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남북 분단으로 상처 받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데 성공한다면, 역풍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감히 자신해 본다. 이에 남북 화해의 물밑에서 활발히 일하는 남북 정부 당국자들이 아래 인용할 진행자 한학수 PD의 클로징 멘트를 잘 새기기 바란다.
"한국전쟁 이후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남북한 사이에는 원한과 증오가 쌓였습니다. 내 자식, 내 친구의 목숨을 빼앗은 적을 용서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 당사자와 희생자 가족의 마음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이해하고 보듬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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