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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의외의 것들

[리뷰] KBS 스페셜 '죽음이 삶에 답하다'를 보고

18.11.11 16:39최종업데이트18.11.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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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스페셜 '죽음이 삶에 답하다' ⓒ KBS


지난 11월 8일 밤, 내 시선을 사로잡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방송됐다. 이 다큐는 '임종 체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관에 들어가는 모습과 함께 내레이터의 엄숙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죽음이 물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
 

경마대회 관람 ⓒ KBS

 

선물같은 하루 ⓒ KBS


네덜란드의 한 말기 암 환자는 어린 시절 말과 함께 자란 고향을 찾았다. 그녀는 임종 전에 마지막으로 경마대회를 보고 있다. 세상과의 작별 준비를 끝낸 그녀에게, 오늘은 '선물' 같은 하루였다.
 

마지막 소원으로 바다를 보러 오다 ⓒ KBS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다 ⓒ KBS

   
또 다른 한 환자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바다를 보러 왔다. 그리고 그들에게 함께 와준 것에 감사를 하고 모두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내레이션)

죽음이 삶을 눈뜨게 했죠.
 
죽음의 문턱에서 소중한 존재들을 깨닫게 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 unsplash


죽음이란 무엇일까?
 
세상 어느 곳에서나 그렇겠지만 '죽음'은 금기는 아니더라도 피해야 할 화제다. 새 생명의 탄생은 축복할 일이지만, 죽음은 한 생명과 작별해야 하는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상당히 편하게, 자주 언급한다. 마흔 살이 되며, 시간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 주, 한 달, 일 년... 30대까지만 해도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이 근래 들어 빨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79.3세이다. 내가 올해 만 41세이니, 약 38년 정도를 더 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물론, 평균값이기 때문에 실제는 더 길게 살 수도, 혹은 더 짧게 살 수도 있다. 이 자료에는 조금 더 중요한 내용이 있는데, 건강 수명은 남성은 64.7세로 79세까지 약 14년간은 병에 걸려 살다가 임종을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 수명을 기준 잡으면 병상에서가 아닌 활기차게 움직이고, 맛을 음미하며 먹고, 깊게 사색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23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 pixabay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죽음이 피할 수 없는 모든 인간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라면 다음 물음은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 인가'이다. 다시 다큐로 돌아가서, 네덜란드 앰뷸런스 소원재단 사람들이 전해주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미술관 관람하기 ⓒ KBS

 

식물원 산책하기 ⓒ KBS

  

동물원 가기 ⓒ KBS


그들의 마지막 소원은 '미술관 관람하기, 식물원 산책하기, 딸의 결혼식 참석하기, 남편과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 먹기, 동물원 가기'였다고 한다. 모두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의 일들이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 unsplash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는 라틴어 문구를 '카르페 디엠(Carpe diem)' 보다 더 선호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은 단순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보다 더 강하게 삶을 소중히 대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 KBS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하라.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 KBS

  
다큐멘터리는 가르쳐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삶을 되돌아본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길 바란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현재의 소중한 삶 ⓒ KBS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과 세상과의 작별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어야, 현재의 삶이 소중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한없이 귀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종말인 죽음이 역설적으로 삶을 더 가치 있게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준형 블로그 ( https://blog.naver.com/free_jhp ) 에도 실립니다.
죽음이 삶에 답하다 KBS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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