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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대교체 GS칼텍스, 이제 '열매'가 필요하다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③] 서울 GS칼텍스 KIXX

18.10.18 09:32최종업데이트18.10.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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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KIXX는 지난 2013-2014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3승 2패로 꺾고 프로출범 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우승 멤버 중 여전히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당시 팀에서 막내뻘이었던 나현정 리베로와 이소영 정도 밖에 없다(나현정은 GS칼텍스의 맏언니, 이소영도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중고참이 됐다).

당시 챔프전 MVP를 수상했던 베띠 데라크루즈는 2013-2014 시즌을 끝으로 터키리그로 이적했고 이숙자 세터는 은퇴를, 센터 정대영과 배유나(이상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차례로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2016-2017 시즌까지 GS칼텍스의 간판 선수로 활약하던 한송이(KGC인삼공사)도 작년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그 사이 GS칼텍스는 외부영입보다 내부육성에 주력하며 세대교체에 힘썼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피해를 감수한 세대교체의 대가는 예상보다 잔인했다. GS칼텍스는 두 번째 우승 이후 지난 4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제 어느덧 세대교체를 시작한지 5년째가 됐고 그 때의 젊은 선수들은 팀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5시즌 만에 봄 배구 무대에 복귀할 적절한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차상현 감독의 리빌딩을 막아버린 이소영과 표승주의 부상
 

강소휘의 성장은 우울했던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 한국배구연맹

 
2016년 12월 차해원 감독대행을 대신해 GS칼텍스의 12대 감독으로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이선구 감독이 진행하던 세대교체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은퇴가 임박한 정지윤 세터 대신 이나연 세터(기업은행)와 루키 안혜진 세터를 적극 활용했고 공격진에서도 유망주 강소휘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그랬던 것처럼 차상현 감독도 여자부에서 스피드 배구를 구현하려 노력했다.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에도 차상현 감독의 세대교체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대어들이 쏟아져 나온 FA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내부 FA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잡지 않았다. 몇 안 남은 2013-2014 시즌의 우승멤버였던 한송이마저 트레이드 카드로 센터 유망주 문명화를 영입하는데 활용했다. 졸지에 세네갈 출신의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1985년생)가 팀 내 최고참이 됐을 정도.

젊은 팀을 꾸리기 위한 GS칼텍스의 노력은 작년 6월 대표팀에 소집됐던 이소영의 무릎 십자인대 파열부상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외국인 선수 듀크가 기대 이상의 기량을 선보였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던 강소휘도 일찍 팀에 복귀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GS칼텍스는 강소휘와 듀크의 맹활약으로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7-2018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공수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이소영의 부재는 하루 아침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표승주가 이소영의 공백을 잘 메워주며 근근이 시즌을 버텨 나갔지만 표승주마저 지난 1월 기업은행전에서 발목인대파열로 시즌 아웃되면서 4년 만의 플레이오프 도전이 무산됐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던 이소영의 조기투입도 소용이 없었다.

힘든 시즌을 보낸 와중에도 강소휘의 성장과 발굴은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커다란 수확이었다. 원곡고 시절부터 김연경(엑자시바시)의 뒤를 이을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강소휘는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312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소영의 부재로 토종 거포가 필요했던 지난 시즌, 강소휘은 전 경기에 출전해 532득점(득점6위, 국내선수2위)을 퍼부으며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공격수로 떠올랐다.

장신 외국인 선수와 고교 최고 윙스파이커 지명, 그런데 센터는?
 

이소영의 부상 복귀로 GS칼텍스는 리그 최고의 레프트 진영을 꾸릴 수 있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내부FA였던 이소영과 김유리를 각각 연봉 2억 원과 1억3000만 원에 잔류시켰다. 180cm의 단신 외국인 선수 듀크로는 높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몰도바 출신의 알리오나 마트리니우크를 지명했다. 187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알리오나는 루마니아, 터키,폴란드 리그를 경험하며 유럽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오른쪽 공격수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FA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GS칼텍스는 지난 6월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세터 이나연을 기업은행으로 보내고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이고은은 170cm의 단신 세터지만 토스가 빨라 GS칼텍스의 스피드배구를 구현하기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 물론 GS칼텍스의 세터진 재정비는 기존의 백업 세터 안혜진과 한수진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강소휘, 이소영, 표승주 등 날개 공격수들이 풍부하고 젊고 기량이 고른 세터진을 구축한 GS칼텍스의 약점은 역시 중앙이다. 황민경의 보상선수로 영입했다가 FA계약까지 체결한 김유리가 주전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문명화, 이영, 김현정 등은 저마다 경험과 높이, 공격력에서 약점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차상현 감독 입장에서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중앙을 보강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GS칼텍스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양대거물'로 꼽히던 원곡고의 이주아와 선명여고의 박은진은 각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GS칼텍스는 고민 끝에 여고배구 최고의 윙스파이크로 꼽히는 선명여고의 박혜민을 지명했다. 레프트와 센터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불가피한 GS칼텍스로서는 정강이 피로골절 부상에서 회복한 문명화의 활약이 절실하다.

GS칼텍스의 최고령 선수였던 듀크가 팀을 떠나면서 이제 GS칼텍스는 1990년생의 나현정 리베로가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다만 두 팀을 만들어도 충분할 만큼 풍부한 레프트 자원과 상대적으로 허약한 센터진의 차이는 이번 시즌에도 상대에게 공략 당하기 좋은 GS칼텍스의 약점이다. V리그 여자부에서 5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4시즌 연속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GS칼텍스가 이번 시즌 성적 반등에 올인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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