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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들은 왜 르브론보다 '조던'을 더 좋아할까

농구팬들의 영원한 논쟁 '마이클 조던 vs. 르브론 제임스' 누가 이기냐고?

18.10.02 14:02최종업데이트18.10.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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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 올스타전, 팀 르브론 역전승…제임스 MVP 등극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2017-2018 미프로농구(NBA) 올스타전에서,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가 이끄는 '팀 르브론'이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의 '팀 스테픈'에 148-14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인 29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며 통산 3번째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제임스가 MVP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EPA

 
르브론 제임스가 LA 레이커스에서의 첫 시범 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팀을 옮긴 르브론 제임스가 활약할수록 농구 팬들의 오랜 논쟁이 또 다시 시작될 것이다. 농구 팬이라면 이미 눈치 챘을 이 논쟁은 사실 지난 9월 1일 미국 CBS 스포츠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어느 정도 답이 나왔었다. 이 오래된 논쟁이 무엇이냐고?

바로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중 누가 더 뛰어난 선수냐는 것이다. 앞서 말한 CBS 스포츠에서 미국 대학 농구 코치 100명 이상에게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82%라는 압도적 지지로 마이클 조던이 르브론 제임스보다 많은 표를 받았다. 그러나 18%는 르브론 제임스의 손을 들어주었고 르브론 제임스의 시대는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 비율은 분명히 다시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 속 농구 황제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르브론 제임스가 아닌 마이클 조던일 것이다. 마이클 조던의 시대를 경험하지 못하고 르브론 제임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농구팬이라면 이런 내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마이클 조던이 뛰던 시절은 제대로 경기도 볼 수 없었다. 그저 몇 경기 본 것 가지고 마이클 조던을 신격화할 수 있을까.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농구 관련 기사에 마이클 조던이 아닌 르브론 제임스를 지지하는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서는 마이클 조던 경기를 쉽게 접할 수도 없었는데 무조건 마이클 조던 편만 든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그때도 NBA 경기를 볼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AFKN이라는 미국 방송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고 그 당시는 서울 방송이라 불리던 SBS를 통해서도 중요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구해서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 댓글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 시절 NBA를 봤다 하더라도 NBA 전 경기를 다 챙겨볼 수 있는 지금에 비하면 분명 많은 경기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니 그들의 주장도 분명 일리 있는 주장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르브론 제임스와 마이클 조던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난 여전히 마이클 조던을 택할 것이다. 대체 왜?

2016년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역도 요정 김복주>에서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는 여자 주인공 김복주(김성경 분)을 향해 정난희(조혜정 분)가 이렇게 말해보라고 조언한다. "메시 좋아하세요?"

남자들은 축구를 좋아하며 그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 메시인 만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내 마음 속 농구 황제가 왜 영원히 마이클 조던인지 명확해졌다. 만약 1990년대였다면 정난희가 해 준 조언은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조던 좋아하세요?"

즉 내가 살던 1990년대는 마이클 조던의 시대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이클 조던'이라는 단어가 오로지 마이클 조던 선수 한 명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는 가히 농구의 시대라 불릴 만했다. 그렇기에 농구를 대표하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농구 황제'라는 의미만이 아닌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던 젊은이들의 추억과 삶이 그대로 묻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르브론 제임스가 아닌 마이클 조던을 농구 황제로 부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세대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일 수 있으며 누구나 100%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를 중고생으로 살았던 한 사람의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직도 왜 그리도 마이클 조던을 잊지 못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많은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지도 모르니까. 

1990년대가 정말 농구의 시대였냐고 묻는다면 드라마 하나를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바로 2013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다. 다음은 <응답하라 1994>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자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컴퓨터 공학과 1학년. 수업엔 늦어도 상민오빠 연습시간은 칼같이 챙기고 전공수업은 빼먹어도 상민오빠의 출석체크엔 목숨을 거는 연대 농구부 아니 정확히는 연대 농구부 이상민 빠순이. 사실 농구경기에도 농구규칙에도 별 관심이 없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농구 규칙도 모르면서 농구 선수를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이 나올 만큼 당시 농구 인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그 농구 인기를 대표하는 대회가 바로 프로 농구가 출범하기 전 열렸던 농구 대잔치였다. 이 대회에는 실업팀과 대학팀들이 참여하여 우승을 가렸다. 그리고 그 당시 농구 선수들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온 것처럼 우지원, 이상민 등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는 연세대 농구부가 있었고, 연세대 농구부만큼이나 인기 있었던 연세대의 라이벌 고려대가 있었다. 또한 농구 대통령 허재, 강동희, 김유택 등이 버틴 당시 농구 최강자 실업팀 기아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농구 인기는 현실 세계에서만 그 힘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다. 현실 세계가 아닌 드라마에서도 농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1994년 방영된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최고 시청률 48.6%를 기록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승부>의 인기는 주연이었던 장동건을 확실한 청춘스타로 올려놓기까지 했다. 또한 1992~1996년 주간 만화잡지 <소년챔프>의 별책부록으로 연재된 농구를 주제로 한 만화 <슬램덩크>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농구를 즐기던 중고생들도 많았다. 그 당시 농구 코트가 있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는 주말마다 농구를 하려고 나온 학생들로 붐볐었다. 나 역시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 내내 주말이면 거의 농구를 하러 가곤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농구 열풍이 불었던 시기는 마이클 조던이 중간에 은퇴를 한 번 했다가 다시 돌아온 시절이 있었지만 3년 연속 NBA 우승(1991-1993, 1996-1998)을 무려 2번이나 이룩한 시대이기도 하다.  

즉, 그렇게 농구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 농구를 대표하는 상징이 바로 마이클 조던이었던 셈이다. 그랬기에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를 함께 한 청춘들은 여전히 어떤 농구 천재가 오더라도 마이클 조던을 능가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꼭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잘해서라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단어가 곧 농구의 시대를 살았던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상징하기에, 그 추억을 꼭 붙들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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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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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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