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의 두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범죄자나 유명인 혹은 공인도 아닌 한 개인의 이름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거론됐다. 마블 스튜디오 인기시리즈를 번역해 온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 참여를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온 것.
최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앤트맨2>)를 두고도 때 아닌 '박지훈 찾기'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번역 투와 몇몇 단어 사용을 근거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디스패치>는 '정말, '그분'이 아닌가요?"…'앤트맨과 와스프', 자막 논란' 이라는 기사로 사실상 <앤트맨2>의 번역가가 박지훈이라고 확정하기도 했다.
박지훈 번역가의 이전 필모그래피를 훑으며 '오역의 역사'를 논하는 각종 커뮤니티 글과 그것을 그대로 옮기는 일부 매체들의 기사는 곧 특정인의 '퇴출'을 목표로 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말이다.
이게 과연 올바른 흐름일까. <오마이뉴스>는 수입사, 배급사 등 번역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영화관계자로 통칭한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응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번역가는 을 중에 을'이라는 것이다. 수입사 혹은 직배사(디즈니, 폭스, 워너브러더스 같이 세계 시장에 직접 영화를 배급하는 글로벌 회사)와 작업하는 영화 번역 작가는 도서 번역 작가와 달리 작업을 맡는 순간 자막의 권리 일체를 갑에게 넘기게 된다. 즉, 수입사나 직배사 측에서 자막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영화 번역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질문1. 번역가의 이름은 꼭 공개되어야 하나누리꾼을 위시한 여러 매체에선 번역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앤트맨2> 관계사들을 지적했다. 이 불똥이 곧 개봉 예정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아래 <미션 임파서블6>)에까지 튀었다. 두 작품 모두 박지훈 번역가가 작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
<미션 임파서블6>의 국내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영화 개봉 전에 번역가 논란에 편승해서 이슈화 되는 건 곤란하지만 박지훈 작가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드린다"며 "개봉되는 영화 엔딩크레디트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대표: 캐롤 초이) 측 역시 홍보대행사를 통해 "마블 시리즈 등 디즈니 작품은 번역가가 따로 요청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간 번역가의 이름을 엔딩크레디트에 넣거나 따로 공개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
일부 관객들은 알권리를 근거로 공개를 외치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번역가 공개 문제는 영화사 측의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참고글:
Subtitlers Are The Unsung Heroes of Filmmaking, https://c11.kr/2kgi) 국내에서도 비슷하다. 공익 영역이 아닌 이상 수입사나 배급사의 결정이 절대적인 것.
영화 관계자 A는 "관습적으로 번역가 이름을 엔딩크레디트에 넣긴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유명 번역가가 참여하는 등 영화 홍보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적극 넣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직배사나 해외 세일즈사에서 빼는 걸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번역가 이름을 공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B 역시 "직배사 영화가 아닐지라도 번역가 이름을 넣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번역가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한다고 그러면 넣고, 닉네임이나 팀 이름을 넣기도 하는데 이젠 디지털 방식이라 (기술적으로는) 이름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참고로 국내 개봉작 중 중소수입사가 들여온 작품 상당수는 번역가의 이름을 엔딩크레디트 전후로 넣는 편이다. 직배사의 경우엔 회사마다 다르다. 폭스와 워너브러더스는 대체로 번역가의 이름을 넣지만, 디즈니 영화 중 마블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대로 공개하지 않는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