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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니메이션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18.05.29 14:07최종업데이트18.05.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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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영화 한 편으로 한 방면의 역사를 훑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거시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주요 사건들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아야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검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국제시장>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그렇다.

한 시대를 살아온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평범하기도 하고 특출나기도 하다. 하지만 접근 방법은 모두 같다. 이들은 우리와 다름 없는 삶을 살았거나 우리와 함께 살았다. 우린 이 영화들을 사랑했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대체로 동질감을 느꼈다.

자전적 애니메이션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도 이 범주에 속하는 영화라 하겠다. 영화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지극히 평범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초중반 영국의 시대상을 훑는다. 우린 이 영화로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당시 영국의 가치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한 영국 사람들의 이야기

'에델과 어니스트'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는 영국의 세계적인 동화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그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자신의 지극히 평범한 부모님 이야기를 소설로 옮겨놓았다. 1928년 런던, 가정부 에델과 우유배달부 어니스트는 사랑에 빠져 짧은 연애 끝에 결혼한다. 에델은 가정부를 그만두고, 그들은 25년 대출 상환으로 집을 장만한다.

결혼하고 집안 살림을 하나 둘 장만하는 평범한 나날들. 하지만 결혼 2년이 지나서도 아이를 갖지 못하자 아내 에델은 걱정이 태산이다. 히틀러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에델과 어니스트는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에델은 곧 임신을 하고 남자 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자라고 그 사이 TV 방송이 시작되고, 히틀러는 전쟁태세에 돌입한다. 에델과 어니스트와 레이먼드 가족은 전쟁에 대비한다. 급기야 영국도 독일과의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는 대피령에 따라 안전한 시골로 가고 집에는 에델과 어니스트만 남아 그들만의 전쟁을 치른다. 영국까지 침공한 나치 독일의 공습으로부터 이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레이먼드도 그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게 될까.

에델과 어니스트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건들

'에델과 어니스트'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의 큰 줄기는 주로 어니스트가 읽고 들어 에델에게 얘기해주는 신문과 라디오 뉴스에 있다. 히틀러가 언제 집권해 유대인의 시민권을 박탈했으며 언제부터 전쟁태세에 돌입했고 체코슬로바키아의 반을 취득한 시기는 언제인지,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날이 언제인지 말이다.

또 언제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되었고 1930년을 전후한 당시 영국의 빈곤선은 어느 정도였는지, 당시 빈곤선 상위층은 주당 얼마를 벌었는지 언제 인류가 달에 갔는지도 알 수 있다. 전쟁 때문에 물을 조금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전쟁 직후 노동당이 집권했으며 당시 고속도로가 처음 뚫렸고 어떤 당이 집권하든 식량 배급량은 계속 줄어들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에델과 어니스트가 직접적으로 겪은 사건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접한 사건이 더 많다. 우리네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역사의 한복판에서 크고 작은 사건과 변화의 당사자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건과 변화가 알게 모르게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우리나라 역사에 남을 촛불 혁명에 직접 참여했던,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던 반면 계속 오르기만 하는 물가와 집값, 스마트폰의 보급, 요동치는 세계 경제와 정세 등은 우리를 직간접적으로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것들이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규정하진 못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규정하기에 결국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네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

'에델과 어니스트'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는 일면 그런 생각을 체화시킨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신문이나 라디오,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어니스트와 집안일에 몰두하며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는 또는 둘 수 없는 에델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그렇다면 영화가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에델일까? 당장의 집안일과 남편, 아들을 챙기며 보수적인 생각을 갖게 된 에델을? 그건 아닌 듯하다. 어니스트를 통해서는 세상 일에 관심 없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고, 에델을 통해서 당시 팽배한 남녀 차별 또는 남녀 구분의 당연함을 비판하는 것 같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단조롭기 짝이 없고 눈물 쏙 빼는 이야기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이보다 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거기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 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네'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그렇게 살다간, 인류 역사를 이루는 99% 이상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에델과 어니스트 역사 사람 평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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