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적 에로스 포슽
서울환경영화제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 일본영화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하라 카즈오의 <극사적 에로스>(1974)는 하라 감독이 그의 전 연인 미유키에게 보내는, 애절하면서도 파격적인 연서(love song)라 할 수 있다.
1972년, 미유키는 함께 살고있던 카즈오에게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데리고 오키나와에 가겠다고 선언한다. 미유키를 놓치기 싫었던 카즈오는 그녀가 살고 있는 오키나와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미유키에 관한 영화를 찍기로 결심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오키나와에서 살기로 맘먹은 미유키는 여러모로 남다른 여성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을 꾸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미유키는 전통적인 가족을 배격하고 피하고자 한다. 미유키가 오키나와로 건너간 것 또한 남성중심적 가부장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그녀의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1945년 일본의 패망 이후, 오키나와에 들어선 미군기지는 지역 윤락업을 번창시키고, 유흥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오키나와로 건너간 미유키는 자신처럼 홀로 아이를 키우는 동성 친구와 공동체 생활을 꿈꾸지만, 친구에게 미군 병사 애인이 생김으로써 미유키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혼혈아를 낳고 싶었던 미유키는 그녀의 바람대로 흑인 병사와의 임신에 성공한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 여성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사생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오키나와이지만, 자발적 미혼모를 희망하는 미유키는 그 사정이 조금 달라 보인다. 임신을 하고 흑인 병사와 헤어진 미유키는 윤락업에 종사하는 오키나와 여성들과 교류하며 그녀의 아이들을 도맡아 키우는 등 활동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내 오키나와의 생활에 싫증을 느낀 미유키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원래 살던 도쿄로 돌아간다.
자발적 미혼모 미유키의 나홀로 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