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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고백 받은 '모솔' 여자, 왜 집에만 숨어 있었을까

[JIFF 리뷰] 일본 영화 <제멋대로 떨고 있어> 독특한 로맨스물

18.05.11 11:45최종업데이트18.05.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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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멋대로 떨고 있어'의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그런데 너는 이름이 뭐야?" 

10년간 짝사랑한 남자가 내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요시카(마츠오카 마유)의 마음은 무너진다.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시카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멸종해야 하나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일본 영화 <제멋대로 떨고 있어>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 요시카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변화가 내내 그려지지만 곳곳에 감독이 심어놓은 웃음코드로 이야기는 산뜻하게 전개된다.

24살 요시카는 연애 경험 한 번 없는 '모태솔로'다. 그런 요시카의 머릿 속은 중학교 동창생 이치(키타무라 타쿠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회식에서 니(와타나베 다이치)에게 느닷없는 사랑 고백을 받는다. 제 타입은 아니었지만 인생 첫 고백을 받은 요시카의 마음은 들뜬다. 그럼에도 요시카는 이치를 생각한다. 동창회에서 마침내 이치와 친해질 기회를 잡은 요시카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치를 보고, 자신의 상상 속 이치와 현실의 이치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독특한 로맨스물이면서 주인공의 성장담

니(왼쪽)는 요시카(오른쪽)에게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요시카는 니를 자기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전주국제영화제


와타야 리사의 소설 원작인 이 작품은 두 남성을 두고 한 여성이 고민하는 구도이지만, 일반적인 로맨스물과는 다르다. 요시카는 애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애초부터 관계에 불안을 느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요시카의 취미가 '오랜 세월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암모나이트 수집'인 것도 그런 이유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요시카에게 암모나이트는 대단한 존재다. 이치에게 실망한 요시카는 니와 교제하지만 이마저도 오래 못 간다. 요시카의 콤플렉스인 '연애 무경험'을 니가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요시카가 눈치챘기 때문이다.

마음이 부서진 요시카는 휴가 내내 집에 틀어박힌다. 진짜 깨달음은 모든 문을 닫았을 때 열린다. 그제야 문득 자신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관심을 보여준 니가 떠올랐다. 그렇게 니에게 전화를 거는 요시카. 그렇게 한 발 내딛으면서 영화에서 요시카의 내면은 확장한다. <제멋대로 떨고 있어>가 독특한 로맨스물이면서도 주인공의 성장담으로도 볼 수 있는 이유다.

영화를 연출한 오오쿠 아키코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통해) 요시카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싶었다. 나와 동질감을 느꼈고 소설에는 없던 대사를 넣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대사를 요시카를 통해 말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잘 사는 사람보다 어디가 힘든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멀쩡하게 있는 것 같지만 현관문을 닫으면 우는 사람이 있다"고 평소 관심사를 말했다. 이 점이 바로 오오쿠 감독이 타인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요시카라는 캐릭터를 발견한 이유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멋대로 떨고 있어 마츠오카 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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