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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전참시' 세월호 참사 합성 논란, 왜 '고의'로 보일까

[주장] 제작진의 이해할 수 없는 해명... 영상 담당 직원, 중징계 해야

18.05.09 17:30최종업데이트18.05.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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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또한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9일 오전, MBC 예능 프로그램인 <전지적 참견 시점>(아래 전참시) 제작진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지난 5일 <전참시> 방영분에서 출연자인 방송인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를 전하는 화면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을 넣었기 때문이다.

<전참시> 세월호 보도 화면 합성 논란은 그동안 발생했던 '방송가 일베 이미지 사용 논란'과 일정 부분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방송계 종사자의 윤리 의식 망각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3년 SBS는 연고전 농구 경기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노란색 박스 속 일베의 조작된 연세대 로고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방송화면 캡쳐) ⓒ SBS


앞서 SBS와 MBC 등 방송사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을 비롯해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조작된 이미지를 사용해 여러번 물의를 빚어왔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대다수 방송사들은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 "인터넷 검색 과정에서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라는 식의 면피성 해명만을 늘어놓았다.

이때만 해도 인터넷 상에 떠도는 조작 이미지 파일이 단순히 화면에 삽입된 정도라서 "단순 실수"로 봐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MBC <전참시> 화면은 앞선 일베 이미지 사용 논란과 달리, 회사 내 영상 자료를 직접 가공하고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을 낳았을 뿐 아니라 참담하다.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이해할 시청자 몇이나 될까

'전지적 참견시점'에 사용된 CG 처리 화면과 원래 뉴스 화면 비교 (방송화면 캡쳐) ⓒ MBC


세월호 참사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최대현 당시 앵커가 등장하는 원래 뉴스 화면은 누가 보더라도 '세월호 참사' 보도 내용을 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CG 처리 담당 직원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원본 영상 속 배경(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지우고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이는 해당 직원이 유가족에 대한,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생각조차 못했음을 보여준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방송 프로그램에서 뒷 배경을 흐리게(블러 효과)하거나 모자이크로 가리는 건 해당 영상을 반드시 써야 하지만 특정 상표+간판, 또는 간접 광고 등의 우려 때문이다. 논란이 된 이날 방송분을 봤을 때 해당 뉴스 보도 장면은 <전참시>에 꼭 필요한 자료라고 볼 수 없다.

당장 매일 매일 각종 뉴스 영상이 넘쳐나는 방송국 DB에서 최근자 뉴스데스크 영상도 아닌, 2014년 4월 대형 참사를 전하는 뉴스 화면을 꺼내 CG 처리까지 해서 웃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집어 넣는 행위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고 이해할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어묵(오뎅)'은 일베 일부 사용자들이 이른바 '폭식 투쟁' 등을 벌일 때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전참시>에서 고정출연자 이영자의 어묵 먹는 장면에 이 화면을 쓴 건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로 CG 처리된 영상을 썼다고 밖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것은 방송 윤리를 떠나 사람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 도리마저 저버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사과문 정도로 끝내선 안 된다. 해당 직원에 대한 해고 혹은 파면 같은 중징계 외에도 법적인 책임(명예훼손, 업무 방해 등)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 MBC


아울러 단순히 CG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제대로 감수하지 못한 담당 PD 및 제작진의 책임도 크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자료 화면 속 최대현 앵커의 경우 MBC노조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장기간 파업을 진행할 당시 노조를 탈퇴하고 현업에 복귀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그동안 MBC를 망가뜨린 부역자, 혹은 공범자들의 거취 또한 주목을 받았다. 최대현 앵커는 그 중 한 사람이었기에, 그가 버젓이 등장하는 영상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PD 등 책임자들 또한 면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각성을 인지한 것인지 최승호 MBC 사장은 같은날 낮 12시 1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C는 지난해 12월 정상화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과거 왜곡 보도를 반성하고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드린 바 있다"면서 "그런데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고 참담한 심경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보고 받은 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에게 직접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제가 직접 찾아뵙고 다시 한 번 사과 드릴 예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전지적참견시점 MBC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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