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포스터.
(주)유비유필름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정규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경력이 쌓이지 않는 일자리, 불규칙한 근무 패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한 무리한 노동 등 비정규직이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은 삶의 질을 악화시킵니다. 이는 노동자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우아한 거짓말>(2015)은 이런 비정규직 가정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만지(고아성)는 아버지를 여의고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어머니(김희애), 중학생인 동생 천지(김향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천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지는 천지의 과거를 하나씩 되짚어갑니다.
이 영화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집안을 이끌어온 여성의 삶이 그대로 잘 녹아 있습니다. 처음엔 왠지 평소 연기 톤과 달라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지는 김희애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공감이 갑니다. 두 딸 앞에서 왠지 좀 더 오버하고, 힘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았습니다.
비정규직 가정의 2세들인 만지와 천지, 만지의 친구 미란(천우희)과 미라(유연미) 자매의 삶 또한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부모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며 자기 삶의 태도를 조금씩 수정해 나갑니다.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되기도 하고, 한없이 상대에게 맞추기도 합니다. 그러다 자기 삶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꿈을 포기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들은 결국 '우아한 거짓말'로 얼룩진 삶 대신 그 안에 온전히 자리 잡고 있는 삶의 진정한 기쁨을 발견합니다. 서로 기대고 안아주면서 느끼는 인간의 온기를요. 그들은 이제 자기 처지와 문제만 생각하고 주위의 고통에 눈감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왔던 타인을 바라보며 연대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희망은 이렇게 싹틉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2014)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주)
비정규직의 증가가 미치는 또 하나의 악영향은 노동자들 사이에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증폭시킨다는 겁니다. 제일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누군가가 일을 그만두면 그만큼 내가 일을 더 할 수 있게 되거나 평균 임금이 오를 수 있는 거니까요.
<내일을 위한 시간>의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코티아르)에게 일어난 일이 바로 그렇습니다. 복직을 앞둔 산드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의 복직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거죠. 다행히 절차상 문제로 월요일 아침 다시 투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산드라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자신의 복직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비정규직의 증가와 과학 기술의 발달은 업무 공간을 공유하는 데서 나오는 기본적인 동료애를 점차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 각자가 서로 마주 보고 상대의 삶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드라가 주말 이틀 동안 겪은 일이 그것입니다. 처음에 복직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자신의 복직을 반대한 동료들이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결국 변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산드라의 극적인 변화는 감동적이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영화의 결말이 오히려 막막하게 느껴진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한번 시작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법입니다. 산드라의 결정은 본질적인 마음의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것은 영화가 끝난 후 달라질 산드라의 삶입니다. 그녀가 곧바로 공감과 연대를 표명하며 노동 운동같은 데 뛰어들진 않더라도, 최소한 자기 처지와 문제만 생각하며 질척거리진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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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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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노동' 위해 피흘리고 불에 타... 노동절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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