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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압박' 보여준 공포의 그래플러 누르마고메도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오른 하빕, 벗어날 수 없는 무한 압박으로 '멘탈까지 부순다'

18.04.13 14:43최종업데이트18.04.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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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UFC 라이트급에서 가장 핫한 파이터를 꼽으라면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서 있었던 UFC 223 메인이벤트에서 드디어 챔피언에 올랐다.

26연승 무패라는 엄청난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르마고메도프는 진작부터 시간이 문제일 뿐 정상에 오를 것으로 인정받던 강자다. 비록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토니 퍼거슨, 맥스 할로웨이 등 예약되어 있던 빅네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시합을 치르지 못하게 됨에 따라 다소 김이 빠지기도 했으나 언제나 그랬듯 압도적 경기력만은 여전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에서 맞붙었던 알 아이아퀸타(31·미국)는 결코 약하지 않은 상대였다. 폭발적인 타격, 탄탄한 레슬링을 고르게 갖췄으며 맷집, 체력, 파워 등에서도 빼어난 축에 속했다. 누르마고메도프가 원체 강했기에 무기력하게 보였을 뿐이다.

실제로 아이아퀸타는 라이트급에서 누르마고메도프 다음 가는 '넘버2 레슬러'로 인정받고 있던 케빈 리(26·미국)를 잡아내기도 했다. 리의 테이크다운을 잘 막아내고 나름 자신의 방식대로 반격까지 해낸 아이아퀸타가 누르마고메도프를 맞아서는 그라운드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후 비교적 자주 몸을 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선전했다는 박수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전에 누르마고메도프와 맞붙었던 선수들은 한번 그라운드로 끌려가면 아예 옥타곤 바닥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누르마고메도프의 파워 그래플링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라이트급의 블랙 홀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가는 분위기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압박은 일반적인 그래플러와는 차원이 다르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압박은 일반적인 그래플러와는 차원이 다르다. UFC

경기를 거듭하며 더욱 진화해나간 그라운드 압박

팻 힐리(35·미국)와 일전을 벌였던 2013년 당시까지만 해도 누르마고메도프는 강하기는 했으나 체급 내 정상권 파이터로 평가받지는 않았다. 러시아산 무패 신성, 복병 정도로 격투 팬과 관계자 사이에서 이름이 오가는 상태였다.

실제로 힐리는 누르마고메도프를 맞아 상당히 잘 싸웠다. 물론 누르마고메도프가 압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누르마고메도프는 2라운드까지는 힐리와 치열하게 경기를 펼쳐나갔다. 경기 내내 수차례 넘어뜨렸지만 오래 눌러놓지 못했다. 신장, 리치의 우위를 활용한 힐리의 타격에 정타도 다수 허용하는 모습이었다.

터프한 하빕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음에도 더욱 거칠게 압박을 가했다. 끊임없이 태클과 클린치 싸움을 들어가는 한편 타격거리가 잡혔다 싶으면 과감하게 훅과 어퍼컷을 휘둘렀고 미들킥, 니킥 등을 통해 상황에 맞게 치고받았다.

결국 잘 싸우던 힐리 조차 조금도 쉬지 않고 무한 압박을 들어오는 누르마고메도프에게 3라운드에 들어서서는 질려버린 기색이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3라운드 중반경 힐리를 번쩍 들어 옥타곤 바닥에 내리꽂았고 종료공이 울릴 때까지 힘있게 눌러놓았다. 심상치 않은 러시아 괴물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2년만의 옥타곤 복귀전이었던 데럴 호처(36·미국)와의 시합에서 누르마고메도프의 압박은 더욱 묵직해져 있었다. 호처는 사우스포 스탠스에서 왼손카운터를 장전하며 파고 들어오려는 누르마고메도프에 대비했다. 자신도 레슬러 출신이기는 했지만 하빕과 그래플링 대결을 벌이기는 벅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호처의 바람일 뿐이었다. 잠시 스탠딩에서 잔타격을 주고받던 누르마고메도프은 1라운드 중반께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호처를 들어서 바닥에 매쳤다.

상위에서 엘보우가 거침없이 날아들었고 호처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탑과 사이드 포지션을 오가며 팔꿈치 공격을 가하는 누르마고메도프의 무자비한 파운딩에 호처는 속수무책이었다.

예열을 끝낸 누르마고메도프는 더욱 무서웠다. 2라운드가 시작되기 무섭게 누르마고메도프는 호처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며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호처는 필사적으로 방어했으나 케이지 구석까지 밀린 후 힘으로 잡아 돌리는 누르마고메도프의 괴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사이드와 백 포지션을 오가며 양발로 호처의 움직임을 묶어버린 채 파운딩을 쏟아냈다. 포지션을 제압당한 상태에서 호처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감싸는 것뿐이었다. 결국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다게스탄에서 강하게 성장한 누르마고메도프와 지인들은 포스(?)부터 남다르다.
다게스탄에서 강하게 성장한 누르마고메도프와 지인들은 포스(?)부터 남다르다. 누르마고메도프 인스타그램

상대가 누구든 모두 압도... '멘탈까지 부숴버린다'

'더 메나스(The Menace)' 마이클 존슨(32·미국)과의 경기부터 누르마고메도프는 챔피언급 강자로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어느 정도 접전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너무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존슨은 체급 내에서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복병으로 평가받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의 괴력 앞에서는 존재감 자체를 상실해버렸다.

존슨은 특유의 빠른 몸놀림과 핸드 스피드를 살려 누르마고메도프의 접근을 막으려 했다. 쉴새없이 잽을 뻗고 무시무시한 훅과 어퍼컷을 날리며 누르마고메도프를 위협했다.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별반 신경쓰지 않았다. 클린치를 한번 잡기 무섭게 케이지 구석으로 몰고 삽시간에 테이크다운시켜 그라운드로 끌고 갔다.

이후는 너무나도 당연한 누르마고메도프의 세상이었다. 누르마고메도프의 그라운드 압박 앞에서는 상대가 타격가든 그래플러든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무한압박을 당해 짓눌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레슬러 출신 존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사이드, 탑, 백을 오가며 거침없이 파운딩을 날리며 존슨을 농락했다. 마치 상위체급 파이터에게 압박을 당한 듯한 느낌에 1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의 존슨은 어안이 벙벙한 기색이었다.

2라운드부터 존슨은 도망 다니는데 집중했다. 타격을 내기는 했으나 충격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접근하지 말라는 몸부림 같았다.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의 손속에는 인정이 없었다. 삽시간에 또다시 존슨을 테이크다운시켰고 그라운드 지옥을 재현했다.

무릎으로 목 쪽을 눌러 압박하고, 팔목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호되게 파운딩 연타를 날리는 등 본인이 하고 싶은 공격을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구사했다. 정신없이 얻어맞으면서도 버티고 있는 존슨이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3라운드에서의 존슨은 그저 힘 없는 사냥감일 뿐이었다. 스탠딩에서 펀치를 주고받는 광경에서도 힘이 실린 쪽은 누르마고메도프였다. 거듭된 데미지로 인해 존슨은 탈진상태였고 기세도 완전히 눌려있었다. 결국 누르마고메도프는 존슨을 그라운드로 끌고 가 기무라 공격을 통해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당시 랭킹 6위였던 존슨이었으나 누르마고메도프 앞에서는 어린 아이 같았다.

좋은 신체조건에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좋은 체급내 최고 타격가 '주니어' 에드손 바르보자(32·브라질) 역시 누르마고메도프를 맞아서는 다른 파이터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르보자는 경쾌하게 스탭을 밟으며 펀치와 킥을 섞어준 채 아웃파이팅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려 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한번만 잡으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어지간한 잔타격은 신경 쓰지 않고 압박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잔 타격을 상당히 맞았지만 패기 있게 펀치를 휘두르고 플라잉니킥까지 시도하며 바르보자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부쳤다. 그리고 클린치 상태가 되었다 싶은 순간 삽시간에 테이크다운을 시켜버렸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전장으로 끌려간 바르보자는 이전의 존슨과 다를바 없었다. 그간 수많은 그래플러와 붙어본 바르보자였으나 압박의 차원이 달랐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늘 그렇듯 마음대로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파운딩을 날렸다. 1라운드가 끝나고 코너로 돌아가는 바르보자의 얼굴에서 존슨의 표정이 겹쳤다.

바르보자는 이전 존슨보다는 분명 잘 싸웠다. 2라운드에 접어들어서도 스탠딩에서 펀치와 킥으로 하빕을 꽤 맞췄다. 하지만 기세 싸움에서 이미 우위에 있던 누르마고메도프는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받아주면서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그라운드로 끌고 가 버렸다. 그리고 한번 전장이 바뀌면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지옥의 그래플링 압박이 멈춰지지 않았다. 누르마고메도프의 깨끗한 얼굴과 바르보자의 엉망이 된 상태가 경기 양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바르보자 전을 통해 누르마고메도프는 타격에 대응하는 자세도 많은 발전을 했음을 증명했다. 가드를 단단히 한 채 잔 펀치는 허용하더라도 큰 공격은 슬쩍슬쩍 흘려냈다. 맷집까지 좋은지라 타격으로 누르마고메도프를 눕힌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지켜보던 다른 파이터에게도 증명했다.

무엇보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상대는 누르마고메도프의 그래플링이 두려워 마음껏 한방을 노리기 힘들어진다. 반면 누르마고메도프는 엉켜서 넘어지는 상황 등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펀치와 킥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바르보자로서는 3라운드를 버티어낸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했다.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지옥의 압박을 견디어낼 라이트급 파이터는 언제쯤 나올지, 극강의 포스를 자랑하는 누르마고메도프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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