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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걸그룹과 손 잡고 '한류콘텐츠' 만든다

[진단] 여자배구+아이돌 스타 '스포츠 한류' 시동... 김연경 다큐멘터리도 제작

18.04.07 15:20최종업데이트18.04.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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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 포스터 ⓒ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를 '한류 콘텐츠'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된다. 8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아래 한-태 슈퍼매치)가 그 무대다. 입장권 중 온라인 판매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당일 현장 판매분 500장 정도만 남아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프로배구 V리그 주관 방송사인 KBSN스포츠가 공동 기획한 한-태 슈퍼매치는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 이어 올해 한국에서 2회 대회를 연다. 지난해는 한국과 태국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는 여자배구 스타들을 아이돌 가수들과 결합한 '스포츠 한류 콘텐츠'로 만들어 해외에 보급·확산시키겠다는 측면이 대폭 강화됐다.

여자배구와 걸그룹, 스포츠 K-POP 결합 한류 콘텐츠 '첫 선'

2018 한-태 슈퍼매치 경기는 8일 오후 7시부터 한국과 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스타들이 총출동해 친선 경기를 갖는다. 한국 팀은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중국 상하이)을 비롯해 2017~2018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MVP인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이효희(한국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김희진(IBK기업은행), 이재영(흥국생명), 강소휘(GS칼텍스), 한수지(KGC인삼공사) 등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한국 팀 감독은 올 시즌 V리그 우승 팀인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이 맡는다.

태국도 플름짓(36세), 아차라폰(24세), 찻추온(20세), 핌피차야(21세) 등 국가대표 주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오누마(33세), 말리카(32세) 등 기존 스타들도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경기 후 펼쳐지는 한국-태국 아이돌 스타들의 '한류 K-POP 콘서트'는 최근 한국 걸그룹의 대세로 떠오른 모모랜드를 비롯, 오마이걸, CLC, 라임소다가 출연한다. CLC 멤버에는 태국 출신의 손(SORN)이 있고, 라임소다의 김혜림은 학창 시절 배구부 활동을 했다. 태국에서는 태국 지상파 방송사인 채널3 소속 가수와 배우가 합동 공연에 나선다. 지난해 태국 대회에서는 이런 문화 교류 콘서트를 하지 않았다.

방송사의 중계도 대폭 확대됐다. 8일 오후 6시 20분부터 무려 5시간 동안 한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KBSN스포츠와 태국의 지상파 방송사인 채널3, 태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SMM TV가 한국-태국 여자배구 슈퍼매치와 아이돌 스타 콘서트를 동시 생중계한다. 태국 방송사들이 국내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서 생중계한다. 또한 네이버 스포츠, 유튜브,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를 통해서도 동시 생중계된다.

지난해 태국 대회는 한국과 태국 모두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만 중계했었다. 그러나 관중 7000석이 매진되는 등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자, 올해는 태국 지상파 방송까지 동시 생중계에 나서면서 스포츠 한류 콘텐츠를 해외에 보급하겠다는 취지를 더욱 살릴 수 있게 됐다.

입장 수익 전액, '유소년 배구발전기금' 기부

김연경과 양효진(오른쪽) 선수 ⓒ 인스포코리아·박진철


이번 한-태 슈퍼매치 입장 수입은 전액 화성시 유소년 배구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 KBSN은 또 하나의 야심작으로 '김연경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KBSN 관계자는 지난 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2020년은 대한체육회가 창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스포츠 전문 채널로서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의 일생과 업적을 영상 기록으로 정리하고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김연경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경 다큐멘터리는 이번 대회는 물론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9.29~10.30)의 활약상도 담을 예정이다.

한-태 슈퍼매치가 여자배구를 한류 스타와 한류 콘텐츠로 키워나가는 동시에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투자 이벤트로서 성격과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한 것이다.

좋은 취지들 때문에 선수와 프로구단도 대회 참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김연경은 중국 리그를 마치자마자 중국 올스타전을 앞두고 있음에도 한-태 슈퍼매치에 출전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39세인 이효희(한국도로공사)도 당초 명단에는 없었으나, 소속 구단의 적극적인 포함 요청으로 출전하게 됐다.

여자배구, 인기 스포츠 경쟁력 재확인

이처럼 한-태 슈퍼매치는 아이돌 그룹 등 연예계 위주로 전개된 한류 문화를 스포츠 한류로 확장시켜 보겠다는 야심 찬 목표가 담겨 있다. 상징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여자배구가 높은 인기와 한류 콘텐츠로서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시즌 V리그에서 여자배구는 프로 스포츠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 수에서 지난 시즌보다 크게 상승했다. 프로배구는 올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남자배구는 0.87%, 여자배구는 0.78%로 최종 집계됐다. 프로야구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88%였다. '경기당 평균 시청률'만 놓고 볼 때, 여자배구가 프로야구·남자 프로배구와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을 넘긴 경기도 급증했다.

여자배구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 경기의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은 1.06%에 달했다. 지난 3월 27일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프로야구 5경기와 동시간대에 경쟁해서 전체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 ⓒ 김영국


​심지어 지상파 시청률에서도 여자배구가 프로야구 경기들보다 높았다. 지난 25일 도로공사-IBK기업은행의 지상파 중계(KBS 1TV) 시청률은 2.80%였다. 전날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지상파 중계 경기들의 시청률(1.99~2.22%)보다 높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올 시즌 여자배구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합친 전체 관중 수도 지난 시즌보다 17.2%(29,263명) 급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 수는 12년 만에 V리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 수가 3579명에 달했다. 지난 시즌보다 41.3%(1046명)나 폭증한 것이다.

여자배구의 TV 시청률과 온라인 및 언론 노출도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무형의 수익 가치인 광고·홍보 효과도 각 구단별로 지난 시즌보다 대폭 증가한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배구·V리그도 스포츠 한류 콘텐츠 추진

여자배구의 인기가 급상승한 원인은 '김연경 효과'와 지난해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선전과 역대급 흥행, 그에 따른 국내 선수들의 대중적 관심도와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여자배구는 국제대회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확인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김연경도 중국 리그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며 주가가 한껏 높아졌다. 김연경과 여자배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시도는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KOVO와 방송사는 남자배구를 포함해 V리그도 아시아와 세계 시장에 한류 콘텐츠로 판매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펼칠 계획이다. 스포츠 한류 콘텐츠로 만들어 세계에 알리게 되면, 선수들도 프로 선수로서 상품 가치가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같은 해외 스포츠 콘텐츠를 수입만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국내 스포츠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길도 찾을 수 있다. 그런 노력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성과를 거두게 되면, 국내 선수·프로리그·방송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다. 한-태 슈퍼매치가 한국 배구의 프로 스포츠로서 위상과 상품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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