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에 고개 숙인 노선영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 박지우와 팀을 이룬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친 뒤 결과에 아쉬워하자 보프 더용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인터뷰 이후 인터넷은 두 선수의 이름으로 뒤덮였다. 인터뷰 영상은 포털 사이트의 다른 하이라이트 영상들보다 월등히 높은 조회수를 보이며 국민들의 관심을 증명했다. 또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최단시간에 서명인원이 20만 명을 넘었다.
이런 국민들의 분노의 원인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전날 치러진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는 세 선수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여자 팀추월 경기는 달랐다. 결과를 떠나 세 선수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또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회피성 발언과 관중들의 응원을 핑계로 삼은 발언은 논란을 더 크게 키웠다.
결국 이런 논란에 20일 오후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기자회견 전에는 노선영, 박지우와 함께 팀추월 팀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노선영과 박지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김보름은 자신의 행동을 사죄하며 눈물을 흘렸고, 백철기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가 벌어진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논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원인은 해명에 국민들이 이해할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보름이 눈물을 흘렸고, 백철기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요구했지만 국민이 분노한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기자회견은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했다.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 어긋난 주장과 새로운 논란기자회견이 끝난 후 경기 과정에 대한 논란은 이어짐은 물론이고 새로운 논란도 생겼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오후에 기자회견을 치른 뒤 기자회견장에 등장하지 않았던 노선영이 SBS와 인터뷰를 가졌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인터뷰를 통해 백철기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에 반박하며 경기 전략과 분위기에 대한 다른 의견을 전했다.
기자회견 당시 백철기 감독은 예선 경기 전략을 노선영이 제안했고, 노선영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한 팀추월을 준비하는 대표팀이 처음에는 분위기가 서먹했지만 점차 나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백철기 감독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경기 당일이 되어서야 전략에 대해 들었고 훈련 분위기 역시 좋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양 측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논란의 양상도 바뀌었다. 경기과정에서의 논란이 남은 채 서로의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가 또 다른 논란이 된 것이다.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의 주장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을 가리기 전에 비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백철기 감독의 태도다.
팀추월 경기의 핵심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한 팀이 팀워크를 잘 갖춘 팀에 패배하는 경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논란이 된 여자 대표팀의 팀추월에서는 제대로 된 팀워크가 없었다. 즉, 핵심을 놓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을 놓친 원인을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이 제시한 전술이라는 것 하나로 무마하려 했다. 백철기 감독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논하기 전에 이런 태도는 나와서는 안된다. 감독의 역할은 팀의 전력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팀에 맞는 전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는 백철기 감독이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경기 과정에 전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팀과 맞지 않는 전략이었던 셈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결정을 내린 감독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의 말처럼 노선영이라는 선수 한 명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사 선수가 전술을 제안했더라도 이를 받아들였다면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그렇다면 결과와 과정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이 제시한 전술이라는 말 뒤에 숨으려 했다. 이런 태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명확한 해명만이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